또 나를 괴롭히는 담배
담배가 다시 나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 영화 같은 곳에서 본 흡연 장면이 방아쇠였다고 생각된다. 지난번(10년 전)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그리고 지난 수개월 간 나를 괴롭힌 '식칼 공황'에 비해서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쿵' 하고 울리는 느낌과 간신히 버틸 정도로 견뎌내는 공포는 지금은 느끼지 않는다. 호기심이나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내 나이도 서른이 넘었다. 호기심만으로 움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사실 10년 전, 내가 부모님께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아버지는 "그렇게 머리가 어지러우면 한번 피워 봐라."라고 말했는데, 그다음에 이런 말도 덧붙이셨다. "그런데 말이야 담배는... 백해무익이야." 그렇다. 백해무익. 담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단어는 없을 것이다. 요즘은 전자담배니 뭐니 해서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담배의 본질을 없애지는 못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이슈 중 하나가 전자담배가 중증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각국에서 전자담배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연구작업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나와있다. 결국 어떤 접두어를 붙이고 어떤 기술을 넣는다고 해도 담배의 본질적 해로움까지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이미지나 문장을 만드는 능력에 무언가 작은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죽여버리고 싶은' 케이스와 같다. 그때 무심코 생각한 단어 배열을 불식시키는 데 나는 10일 이상의 시간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그 이상이 담배, 또는 흡연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온 것 같다. 그렇다. 이것은 본질적인 흡연에 대한 욕구나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내가 이상한 문장을 만들고, 내가 깜짝 놀라 겁을 먹고, 억누르려다가 또 다른 이상한 문장이 나와버리고 그것의 악순환이다. 스크립트가 또 꼬인 것이다.
이것도 어쩌면 흡연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나는 과거에도 지금도 담배는 입에 대지 않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담배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속에 부정적 작용을 하는 모종의 물질이 축적되고, 그것이 일정치 이상이 되었을 때 부작용으로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즉, 내게 있어서 담배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괴롭히는 물건이다. 그것에 굴복하는 것은 아마도 10년 전의 나, 더 나아가서는 중학교 때 좀 불량한 애들이 담배를 입에 들이밀자 냉정히 치워버렸던 14살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져버리는 행위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