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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Mar 23. 2021

나의 지난 5년간의 브런치는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글의 제목을 다시 말하겠다. 나의 지난 5년간의 브런치는 실패했다! 처참한 실패다!

브런치 가입 5년이나 된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브런치 한 지 5년 다 되어가는데 구독자 100명 못 찍었으면 실패니까 실패라고 하는 거다. 2016년, 면접 개떡같이 봐가지고 아버지한테 깨진 과거의 내가 비웃겠다. 이딴 결과나 내려고 브런치 작가 했냐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오히려 그 옛날의 나에 비해 살만 쪘다고. 나도 나름 브런치로 얻은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인터넷 언론사에 내가 쓴 글이 올라가기도 했고, 다음 메인에도 올라가 봤다. 내 글을 오프라인상에서 다른 이에게 보여줬을 때 좋은 반응도 얻었다. 정신적 고양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대체 왜? 나는 내 브런치를 실패라고 말하는가? 그것은 내가 그 이상의 것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가로서 퇴보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 브런치가 실패한 이유를 탐구해보도록 하겠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브런치 작가들 중, 아래의 이유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브런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도록. 나처럼 5년 동안 헛고생하고 싶지 않다면! 


실력을 기르면... 의 함정


사실 나는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었다. 웹소설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요약으로 공개하겠다. 참고로 2개다. 이 정도 시놉만으로 흥미가 있다면 댓글 부탁한다. 브런치든 다른 플랫폼이든 연재를 시도해보겠다. 망할 거라 생각해도 댓글을 달아주길. 그래야 내가 포기할 테니까!

소설 A : 영화 A.I. 가 레퍼런스다. 엄마와 함께 끝없는 사막으로 된 세계를 걷던 소년은 어느 날, 큰 폭풍에 말려들어 엄마를 잃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으로 표류해오고 말았다. 그 소년을 일으켜 세워 준 것은 한 청년이다. 청년과 소년의 대한민국 대모험이 시작된다!
소설 B : 대한민국에 이세계의 침략군이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국을 유린한 지구의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대군은 거의 전멸하여 생존자는 여왕을 포함해 단 6명. 그들은 한 지구인 소년을 아군으로 끌어들였다. 여섯 명의 침략자와 지구인 소년. 이들은 과연 지구의 마왕을 찾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 2개의 웹소설을 완성해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내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에 여러 글을 올려 실력을 기르기로 했다. 그 이후 별의별 글을 다 써봤다. 일상 에세이도 써보고 게임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고 자서전도 써봤다. 하지만, 나는 5년 동안 저 시놉대로 글을 써서 보여줬는가? 아니다! 글 실력은 2016년에 비해 아주 약간이나마 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저 시놉을 실제 글로 쓰지 못하는 문제는 단 하나! 마음의 문제이다. 실력이 아니라 내가 저 시놉대로 글을 써서 세상에 보여줄 각오가 없는 것이다. 원고가 눈앞에서 찢어지고 산산조각 날 각오! 그게 없으니 실력을 방패로 세운 것이다. 


아마추어리즘과 귀차니즘에 의한, 기회를 잡지 못한 어리석음


내가 브런치에 쓴 글 중 브런치 외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놀랍게도 닌텐도다. 서문에서 말한 '인터넷 언론사에 그대로 업로드된 글'은 바로 닌텐도의 명작 게임「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광고에 대한 칼럼이었다. 다음 메인에 올라간 글은「포켓몬 GO」 관련이다. 만일 내가 이 성공 케이스의 다음 스텝을 생각했다면 나는 닌텐도에 관한 자료를 내가 구할 수 있는 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깡그리 긁어모아 닌텐도에 관한 책을 한 권 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내 진정한 지망 분야는 아닐지언정 내 이름으로 만들어진 책 한 권은 가진, 조금은 유명한 진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스텝을 밟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와도 연동이 되는 사항인데, "내가 쓸 진짜 글은 이것이 아니니까." 하는 어리석음이다. 소설가가 될 사람이 기업의 역사에 대한 비문학적 책을 써서 뭐하겠냐는 어리석음이다. 원고가 찢어질 각오의 부재이다. 좋은 글과 책을 위해서는 많은 자료가 필요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시간을 실제 글을 쓰는 시간보다 더 비중을 두어야 함을 알지 못하고, 타성과 나태에 젖어 귀차니즘에 빠진 나의 응석이다. 그리고 간헐적인 성공에 만족하여 아마추어적으로 나의 한계선을 정해버리고, 실력이 모자라니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자기만족해버린 나의 나약함이다.


퍼스널 브랜딩 대신 은둔형 외톨이


어째서 5년이 지나도록 나의 브런치 구독자수는 100명을 넘지 못했는가? 그것은 내가 나 자신을 알리는 것을 겁내고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나는 인맥이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험업에 대한 이론시험에 합격했음에도 최종적으로 보험설계사가 되지 못했다. 실패의 이유가 인맥 문제라면 나는 브런치나 다른 여러 방법을 통해서 나를 아는 사람들을, 인맥을 늘렸어야 했다. 아는 사람이 는다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늘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과거의 일 등으로 사람을 두려워하고 있는 내가 나의 브랜딩을 막은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사기꾼처럼 보이기 싫어서 나 자신을 알리려 하지 않은 것이다. 2012년에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았다고. 내가 바로 그 꼴이다. 은둔형 외톨이인 내가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나를 짓밟아 없애버린 것이다. 


대충 이 정도다. 

브런치를 한 5년 동안, 글쓰기가 정신적으로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내가 20대 중후반을 그런대로 잘 지낼 수 있었던 데는 브런치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나는 지금 30대다. 20대의 기분만으로 30대를 살아갈 수는 없다. 30대가 되어서도 20대의, 어쩌면 10대 이하에 초등학생 같은 봄날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어정쩡한 기분으로 작가를 칭할 수는 없다. 과감히 버려야 한다. 치열한 뜀박질만 있을 뿐이다. 이 이후의 글에서도 다루겠지만, 나의 출발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출발선과 다르다. 트랙도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의 브런치는 나의 그런 발버둥을 다루는 글로 채워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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