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May 24. 2021

2. 유연성

나의 사이트를 가지면 선택지는 넓어진다.

대한민국에는 웹소설 플랫폼이 참 많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거대 소설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웹소설 사이트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토리 한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른 여러 웹소설 사이트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으며, 작가들에 대한 지원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만일 웹소설을 쓴다면 모두가 저 거대 플랫폼에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거대 플랫폼에 대하여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웹소설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플랫폼에 얽메일 필요는 없다. 나만의 웹소설 사이트를 갖게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은 상당히 많아진다. 


게임 판매 방식 중 '앞서 해보기(Early Access)'라는 것이 있다. 자사의 게임 패키지를 예약구매한 고객에게 일반 발매일보다 1~2일 먼저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혜택을 주거나, 개발단계의 게임을 체험시켜줄 수 있게 해주는 마케팅 방식이다. 이것을 웹소설에 적용한다면, 나의 사이트에 최신 연재본을 가장 먼저 올리고, 거대 플랫폼에는 1주일 정도 딜레이를 가지면서 내 사이트에 올라온 독자의 피드백을 받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나 미진한 부분을 추가, 수정해가면서 네이버나 카카오에 완전판을 업로드하는 패턴도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사이트와 플랫폼의 연계에서 시작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내 사이트에서만 독점적으로 연재하는 소설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편으로 나의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없다.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다. '마에라드 아카이브'라는 제목은 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세계관의 총칭이다. 마블이나 DC 유니버스처럼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의 소설의 캐릭터들은 모두 한 세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소설과 소설 사이의 연동을 통해 내 소설 A를 읽어준 사람에게 소설 B의 흥미도 생기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역시 내 사이트에서 같이 보면서 개괄을 짚어가게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을 위해 나의 사이트에는 '칼럼' 항목을 만들어 독자의 질문에 숙고된 대답을 해주거나, 나의 소설 세계의 주요 설정 같은 것을 풀어주는 글을 쓸 생각이다.


나는 내가 만든 이야기를 수많은 책이 나열된 서점 속의 단순한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 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나의 이야기로 가득 찬 책장 그 자체를 보여주고 파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책장이 바로 단독 사이트 작업이다. 웹소설을 시스템적으로 연재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네이버·카카오를 무시하고 나의 사이트에서만 웹소설 연재를 시작하려 했고, 처음 이 글을 구상할 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걷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플랫폼을 선택하기보다는 이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선회하기로 했다. 고집을 부리는 것 보다는 유연해지자는 것이 이 글을 구상한 시간 동안 내게 이뤄진 변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브랜드의 초기 작업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