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오드라데크와 '숨-탄-것' 그리고 히스테리안
“그 웃음은 폐를 가지고는 만들어낼 수 없는 그런 웃음이다. 그것은 마치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프란츠 카프카, 「가장의 근심」)
체코어(그리고 일반적으로 서부 슬라브어)에는 ‘odraditi’라는 동사가 있다. 이 단어는 ‘누구에게 무엇을 하지 않도록 충고하다’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어원적으로 독일어 ‘rat, Rat(고문관, 충고)’에서 유래한다. 슬라브어의 영향은 전철 ‘ob(ab, weg von, 부정 분리)’ 와 축소를 표현하는 후철 ‘ek’에까지 미친다. (중략) 독일어에서 오드라데크에 상응하는 형태는 아마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작은 것’일 것이다.
(빌헬름 엠리히, <프란츠 카프카>, 지식을만드는지식)
이 시적인 작은 물체가 지닌 의미는 모든 제한적인 의미를 파기하는 것, 모든 의미 해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빌헬름 엠리히, <프란츠 카프카>)
“넌 이름이 뭐니?”라고 그에게 물을 것이다. “오드라데크” 하고 그가 말한다. “넌 어디서 살지?” “정해지지 않는 집” 하고 말하면서 그는 웃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가장의 근심」)
옳다. 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문제는 취급해야 할 하나의 문제가 되기 이전에, 하나의 개념, 하나의 테마, 하나의 문젯거리, 하나의 프로그램을 가리키기 전에, 그것은 먼저 이방인이 제기한 질문, 이방인에게서 온 질문이고, 그리고 또한 이방인에게 보낸, 이방인에게 제기한 질문이다. 마치 이방인이란 우선 제일 먼저 질문을 하는 사람, 또는 사람들로부터 첫 질문을 받는 대상 이기라도 하듯이. 마치 이방인이란 물음으로-된-존재물음으로-된-존재의 물음 자체, 물음-존재 또는 문제의 물음으로-된-존재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방인은 또한 첫 물음을 제기하면서 나를 문제선상에 올려놓는 사람이다.
(자크 데리다, 남수인, <환대에 대하여>, 동문선)
우리 조상들의 생명존중 정신이 깃든 말이다. 야생 짐승이든 가축이든 ‘숨탄것’이라 하여 그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탄-’의 으뜸꼴인 ‘타다’는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말을 타다’, ‘재능을 타고 나다’, ‘커피에 설탕을 타다’, ‘상을 타다’, ‘가르마를 타다’, ‘가야금을 타다’, ‘부끄러움을 타다’ 따위의 표현에서 ‘타다’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숨탄것’에서 ‘-탄-’은 ‘선천적으로 어떤 성질을 지니고 난 것’을 말한다. 넓은 뜻으로 사람은 물론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숨탄것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 말 풀이사전, 초판 1쇄 2004., 10쇄 2011., 박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