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우다’ 노래에 얽힌 이야기
노래에도 생명력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노래를 만들 때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이 다른데, 특히나 이 노래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제목과는 다르게 제법 쌀쌀했던 날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 마냥 사랑스러울 것 같은 노랫말과는 다르게, 노래를 쓸 당시의 나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고, 그 사랑이 간절했던 나는 사랑을 위해서 긴긴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이 노래는 나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흰 건반만 누르면 되는 코드가 4개뿐인 이 노래처럼 내 마음은 읽히기 쉬웠고, 화려하지않은 노랫말처럼 특별한 것 하나 없었으니까. 너무 사랑해서 일까, 사랑 앞에서 늘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긴 사랑의 열병이 끝나고, 한동안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실패한 사랑의 노래같았달까. 더이상 사랑 노래를 쓸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 하는 근원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이 노래를 따뜻한 봄날에 꼭 발매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지난 겨울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꺼내어 노래를 부르는데, 뭔가.. 좋았다. 이 노래가 참 좋다고 느껴졌다. 나 뿐만 아니라 함께 연주하던 밴드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다.
노래 작업을 마치고 발매하기 전에 완성된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니, 제각각 느끼는 바가 다른 것 같았다. K는 예비신부와 노래를 들으며 결혼을 이야기했고, B는 부모님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떠오른다고 했다. 사랑을 쏟을 존재, 그리고 나에게 사랑을 쏟았던 존재에 대한 생각이 오고가는 걸 보니 참 묘하다.
나의 사랑 가득 심어
그대 마음 꽃 피울 수 있다면
겨울도 견딜 수 있어
사랑을 주어 열매를 맺는 삶은 어떨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꽃피우다'라는 노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때론 이 모든 것들이 과분하고 벅차다는 생각도 들고.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감사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노래가 나를 닮았다는 말이 참 좋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받은 만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위은총 - 꽃피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