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좋았던 기억도 있는데,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연애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친구를 만나면서 하루의 감정을(또는 일주일의 감정을 모아) 손일기든 블로그일기든 남겨두었다. 현재를 살다가 과거와 비슷한 고민에 빠진 나를 발견할때면 그 일기장을 꺼내들고, 그땐 어떤 감정이었을까 따져본다. 주로 어떤 고민이냐면, 과거에 사랑에 빠졌던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순간은 어땟을까 그 기억을 찾아본다.
분명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감정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와의 흔적은 우린 취향이 맞지 않다. 전날 술모임에서 또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헤어져야하는데 헤어질수가 없다. 헤어졌는데 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뭐이런 기록밖에 없다. 그는 내인생 내 20대 중반 인생에 해악만 끼쳤던 사람처럼 비추어진다.
하지만 행복했던 적도 많다. 완벽히 나와 취향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도전과 호기로움 호방함 호기심 자유분방함 그리고 가끔 나오는 배려는 내가 추구하는 취향과 특성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와 그렇게 오랜기간 사귈수 있었는데.. 혹자가 말했듯이 그는 나에게 통크게 종종 뭔가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점도 우리의 만남이 이어질 수있었던 이유였고, 나는 그점이 만족스러웠다. 왜 이런 감정은 기록하지 않았을까.
왜 그래서 꼭 내연애가 불행했던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까. 오빠의 그전연애는 그토록행복해보이는데..서로 많은 걸 공유하고 또 서로 많이 위해주고, 희생하고 기꺼이 좋아하는 감정을 일부러 티나게 표현했던 것 같은데.
나도 분명그랬을 텐데, 그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그 연애가 남겼던 추악한 감정만 기록되어 있을까.
행복할땐 행복에 겨워서 아무것도 적어놓을 여유가 없었던 거 겟지
지금 내 남자친구는 그와 다르다. 분명 나와취향도 비슷하고, 우리가 사귀는 과정에 배려도 넘치고.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첫번째 남자친구의 다정함과 비슷하다.(사실 비교가 안되게 그보다는 부족한것같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직장이 있어서인지, 지난연애의 상처인지, 의식적으로 남자친구에게 애착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외유내강인데, 난 정말 남자친구에게 만큼은 외강내유인 것 같다. 뭐든지 남자친구가 우선이다. 내가 힘들다는거, 외롭다는거, 투정부리고 싶은데, 그러면 나를 싫어할까봐, 아니 사실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감정적 동조를 해주지 못할까봐, 내머리속에서 상상한다. 그여자친구가 짜증냈을때는 투덜댔을때는 무엇을하자고 투정부릴때는 그말은 들어줬겟지.. 상상속에서 비교하면 난 언제나 패배자가 될 것 같아서.. 그때의 사랑이 지금의 사랑보다 클 것 같아서.. 내 지난연애는 너무 작게 보여서, 그러면 또 내 자존심도 무뎌져서 마음이 아파서 애초에 애착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잡지 않으려고, 더많이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서, 또이러다 제풀에 지쳐서 술마시고 확 돌아버리진 않을까..? 속 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