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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Sep 24. 2021

세븐틴 right here part1

사랑에 빠진 사람은 수다스럽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수다스럽다. 내 안에 사랑이 가득 차서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1:1로 사랑에 빠졌다면 나의 이 마음을, 너를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언제 어떤 몸짓에 너에게 빠졌는지를 열렬히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븐틴은 나라는 존재도 모르니 머리 속에 가득 할 말이 많은데 전할 수가 없었고 제법 큰 팬덤을 거느렸지만 BTS만큼은 대중적이지 못한 탓인지 이 마음을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덕질 메이트들이 왜 필요한지, 어쩜 그리도 돈독해질 수 있는지 내가 세븐틴에 빠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 캐럿분들 DM주세요)


사랑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충만한 마음을 내비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빼곡히 매일 매일 네가 좋은 걸 어쩌나. 근황을 이야기할 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요즘 저는 세븐틴에 빠졌고, 세븐틴 영상을 새벽 3시까지 보다 못해 아예 휴가를 내고 그간의 영상을 정주행 했으며, 난생처음 온라인 팬미팅을 결제했고, 세븐틴과 관계된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간혹 시간이 좀 넉넉하게 주어지면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된 경로부터, 세븐틴의 매력, 세븐틴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된 K-아이돌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까지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이걸 한 열 번쯤 반복했을 때, 세븐틴에 대한 내 사랑은 점점 커져가는데 반해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일은 지루해졌다. 게다가 덕질에 관심이 없거나 세븐틴을 너무 모르거나 하면 왜 이 마음이 이렇게 됐는지 설명하느라 진이 빠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사랑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대체 내 사랑을 왜 설명해야 하지?)


그래서 노트를 열었다. 어쩌다 평생 앨범 한 장 사본 적 없던 내가 세븐틴의 팬이 되었는지, 왜 세븐틴이 데뷔한 지 7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그들에게 기어코 빠지고야 만 건지 구구절절 내 마음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서. 더 반복해서 흥이 다 해버리기 전에 누군가 나의 근황을 물으면 지긋이 웃으며 건넬 링크를 만들기 위해.



어따써? 먹지도 못하는 거 - 세븐틴에 빠지기 전 나는

나는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H.O.T와 젝스키스를 시작으로 GOD와 동방신기를 지나 빅뱅과 소녀시대, 엑소를 거쳐 BTS로 도착하는 사이 (뭐 그 중간과 뒤로도 여러 아이돌이 있지만 내가 멤버와 노래를 구분하는 아이돌 기준으로) 나는 만지지도 못하는 아이돌에 시간과 돈을 붓는 것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했다. 공개 음악 방송에 다녀온 반 친구가 다른 아이들에 둘러싸인 채 무용담을 전하는 쉬는 시간이면 ‘아휴 저럴 시간에 책을 한 자 더 보는 것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텐데…’ 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세월이 흘러 ‘덕질’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그 단어가 앨범을 수십 장 사고, 포토카드를 모으고, 콘서트를 따라 같이 투어를 하는 것으로 표현될 때도 ‘와 어떻게 같은 앨범을 여러 장을 사지? 먹지도 못하는 거 어따 쓰려고 역시 나는 이해 못할 세계’라고 납작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뭘 모르는 소리였다. 세븐틴 입덕을 인정하고 나니 뭐라도 하고 싶었다. 세븐틴에 가서 닿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연결되고 싶었고, 내 작은 소비라도 그들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싶었다. 예쁜 말 모두 모아서 따다 주고 싶었고 두 걸음씩 뛰어가서 있는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당연히 따라왔다. ‘왜 하필 나는 팬데믹의 시대에 사랑에 빠졌나!’ 싶으면서도 그들이 세계투어를 하느라 나와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없었을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허했다. 허한 한편, 이 유한한 아이돌의 시계에 2년이라는 공백이 안타깝기도 했다. 더.. 더 멀리 더 많은 팬들을 만나야 하는데 우리 세봉이들…



만남 to 입덕

1) 2016년 “예쁘다”

데뷔 7 차에 팬이 되었지만 세븐틴을 알게   2016년이었다. 그때 나는 종종 음원 사이트에서 1 미리 듣기로 최신 Top 100 곡을 들었다. 요즘엔 무슨 곡이 유행인지 알려는 목적이었고 애정이 있는 곡들이 아니니 1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마치 내가 1분만 들을 것을 알았다는 듯이 시작부터 가사를 귀에 꽂는 노래가 있었다. 찾아보니 세븐틴의 ‘예쁘다라는 곡이었다. 가끔 걸그룹의 안무 영상을 보던 때라 자연스레 세븐틴의 안무 영상을 찾아보았다. 퍼포먼스가 신선했고   반복해   안무가가 궁금하다며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다. 누군가 세븐틴은 자체제작돌(작사, 작곡, 프로듀싱, 안무를 자체적으로 한다는 의미)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게 다였다.

2016년 찾아봤던 “예쁘다”의 안무영상. 지금 봐도 신선하다



제법 귀여운 노래와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세븐틴은 이후에 “아주 나이스”로 더 많이 알려지는 듯 했으나 제목부터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아주 좋다도 베리 나이스도 아닌 혼종?? 느낌이었다.) 관심이 가지 않았고, 그 후로는 신곡이 나오는지 마는지도 모른 채 세월이 흘렀다.


2) 2020년 문명특급

문명특급은 내가 구독하는   되는 유튜브 채널이다. 문명특급에는 컴백하는 아이돌 인터뷰를 하는 코너인 ‘컴백 특집있고, 나는 문명특급 영상이라면 정주행 하는 편이었으나 모르는 아이돌이 나오면 곧잘 건너뛰었다.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세븐틴이 문명특급에 나왔다. 분명히 컴백을 하니까 나올 텐데 CG 작업을 위해 초록색 크로마키  앞에서 멤버들이 흘러간 아이돌 노래에 춤을 추고 있었다. 대체 ? 케이팝의 역사를 훑는 다는 명목이었고,  끝에서 역사를 이어갈 세븐틴의 신곡을 소개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웃자고 하는 기획인데도 너무 몰입해버리는 스스로에게 당황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누구 하나 빼는 사람도 대충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안무와 동선을 빠르게 숙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아이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컴백 인터뷰. 문명특급의 기획 PD이자 인터뷰어인 재재의 준비와 제작진과의 케미 덕도 분명 있었겠지만 멤버    명은 물론 세븐틴이라는 팀에 대한 호감이  하고 생겼다. 문명특급을 보면서  번도 그런  없었는데 세븐틴의 케이팝 역사 영상은  번을 봤다.

N회차 감상중인 문명특급 세븐틴 편


그래서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봤다. 조회수가 높은 순으로 몇몇을 보았고, 영상에는 13명의 예능감을 칭찬하는 팬들의 댓글이 가득했지만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13명의 멤버가 있었지만 나는 문명특급에 나온 멤버 7명을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뿐 그게 다였다. 그때가 6월, 10월에 다른 앨범으로 컴백했었는지도 모르고 2021년 6월이 되었다.


그 중간에 메인 보컬이자 예능 멤버로 유명한 부승관을 놀라운 토요일(놀토는 나의 2020년 올해의 예능이다)에 나와 다수결의 대명사가 되는 에피소드가 몇몇 있었고. 그 덕분에 2세대 아이돌이 활약했던 2000년대와 2010년대 케이팝을 줄줄이 꿰고 있는 부승관의 활약을 좀 알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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