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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Feb 05. 2024

삼시세끼 건강한 책 식사,we eat book club

책 기록 인스타그램에 맥락과 서사를 만드는 과정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싱킹>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시간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서사이다. 
객관적 사건의 양상보다는 해석과 의미부여가 인지적 차별점을 만든다
의미의 최종 편집권에 나에게 있다는 감각
편집은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나는 무엇이든 이름 붙이고, 서사를 만들어, 의미의 맥락과 밀도를 만드는 에디팅 작업을 좋아한다. A, B, 가, 나, C, 10 이 정신없게 섞여있어도 데이터를 정제하고, 그룹화하고, 이름과 맥락을 만들어 메시지를 소구 하는 구조를 만든다. 


we eat book club의 시작은 단순히 책을 기록하는 계정이었다. 점심시간에 샐러드를 먹으며, '책 읽으러 갈래?'라고 제안했던 날이 있다. 회사 언니는 그때 책 읽는 게 싫었는데 그 모습이 괜히 멋스럽지 않아 '그래'라고 대답하곤, 집에 있는 책 한 권을 들고 왔다고 한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샐러드를 먹으며, 빵을 먹으며, 오트라테를 먹으며 책을 읽었고, 아침과 저녁 각자의 시간에 점점 더 글이 물들었다. 처음에는 흩어지지 않게 책을 기록하자는 의도였으며, 전혀 다른 두 명의 성향 덕에 책 선별과 리뷰의 보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우리의 관심 분야, 사랑하는 작가, 고민의 키워드는 비슷한 듯 달라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고, 후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편식 없는 독서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삶의 태도와 철학, 에세이, 작가로는 유지혜, 이석원 작가와 유유출판사를 좋아하고, 언니는 성공과 성취, 일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we eat book club'이라는 이름만 붙여 1년간 완독 한 책의 리뷰를 쌓았다. 완독 한 뒤 기록한 책은 각자 37개 정도이고, 중간에 읽다 말았거나 기록을 놓친 것까지 하면 얼추 60권은 될 터이다. 쌓고 나니 우리가 먹은 건강한 책 식단에 뿌듯함이 몰려왔고, 이 감정을 더 진득이 누리면서도 더 많은 사람과 책 읽는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뭐든지 함께 나눠먹으면 맛있는 법이니까. 일단 기록이 쌓이고 나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록만 봐도 얼마나 꾸준히 읽어왔는지, 다양히 읽어왔는지, 우리의 읽고 쓰는 시간을 사수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생각이 뻗어나가다 보니 '우리가 쌓아온 시간'에
'맥락'을 만들고 '서사'를 부여하고 싶어졌다.
의미의 최종 편집권은 나에게 있으니까.
우린 단순히 #책리뷰 계정이 아니라,
삼시세끼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를 하듯이
꾸준하고, 균형 있게, 건강한 책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서사 말이다. 


단편적인 행위에는 서사가 없다. 그동안 찍어온 나의 점들과 위잇북이 만나고, 연결되며 지금까지의 서사가 레버리징 된다. 서사와 맥락에는 연결이 필수다. 


책을 읽는 방식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철 집밥' 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 잔가지를 정리하니 '삼시 세 끼 건강한 책 식사생활'이라는 문장이 남았다. 



we eat book club 소개 구경 > 

insta: @we eat book club  



한 끼를 먹어도 건강하게 

허겁지겁 허기만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간단하지만 정성 들여 차린 정갈하고, 건강한 한 끼가 중요하듯 책도 같다. 이 책이 요즘 인스타에 많이 보여서,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베스트셀러여서 조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때우고 읽은 척 인증하는 게 아니라, 한 문장이라도 나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꼭꼭 씹어 섭취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어보자는 다짐이다. 


식단에 탄단지와 지방, 비타민이 골고루 필요하듯이 일과 비즈니스, 경제/경영뿐만 아니라 소설과 시, 에세이와 여행기. 모두 골고루 읽을수록 나의 저변을 넓혀 준다. 책은 식사와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 꼭꼭 씹어 먹자. 


인스턴트가 아닌 제철 재료로 

요즘의 트렌드와 유행,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슈 외에도 '나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딥다이브 해보자. 그리고 누군가의 요약을 훑어보며 인스턴트를 배달시켜 먹는 방식 말고, 내가 고른 재료로 직접 지어먹자. 직접 고민하고, 골라 먹자. 


더군다나 모든 것에는 제철과 제 때가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시기에 맞게 필요한 영양소를 세심하게 알아차려 공금 해주자. 성장에 대한 갈증, 관계에 대한 고민, 미래의 비전에 대한 설정, 사랑에 대한 충만함. 모든 글에는 제철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가공품을 배달시켜 먹지 말고, 직접 제철 재료로 지어먹자. 


독서의 결과가 아니라 장면을 누릴 수 있도록 

책을 읽은 뒤 남은 지식과 영감이 다가 아니다. 그 과정. 책을 고르고, 구매하고, 기대하고, 좋아하는 공간에 좋아하는 환경을 세팅한 뒤 책을 피는 그 과정. 그 장면 안에서 책을 읽는 나의 어여쁜 모습. 그 모든 게 독서의 즐거움이다. 독서는 말 그대로 종합적인 경험이다. 단순히 책에서 길어 올린 문장 하나가 아닌,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주는 행복감이 있다. 책을 읽는 순간의 총체적인 경험. 


책을 읽는 그 순간을 백 프로 음미할 수 있도록 나를 위한 한상을 차려 사소한 행복을 누려보자. 책과 함께 놓인 빵과 커피, 일기장과 연필, 좋아하는 음악과 조명. 


올해는 책 몇 권 완독 말고, 수치가 아닌 영양소의 섭취와 식사의 즐거움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으면 좋겠다


혼자 보단 함께 

그 아무리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파인다이닝이라 해도 혼자서는 입맛이 돌지 않는다. 함께 식사했을 때의 분위기와 대화의 깊이. 주고받는 대화에서의 리듬감과 즐거움. 독서도 함께 해야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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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균형 잡힌 책 식사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봤다. 


we eat book shop (위잇북 북샵) 

항상 우리가 책을 고를 때를 돌이켜보면 '고민의 키워드'가 실마리가 되었다. 일을 잘하고 싶을 땐 기획과 일,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의 자질에 대한 책을 미친 듯이 흡수했고, 삶의 태도가 고민될 때는 소크라테스부터 쇼펜하우어까지 고대 철학자의 지혜를 엿보았다. 


한 달에 하나,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선정해서 아침, 점심, 저녁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한다. 그 가치가 삶에 잘 엮이도록 니트 책갈피도 선물하고, 함께하기 좋은 차와 커피를 추천한다. 1월에는 테스트 기간이라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 중 1명에게 선물하기로. 1년이 지나면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겠지. 


첫 달은 '사랑'에 대한 주제다. we eat book and ___로 매달 확장시켜 나갈 건데, 첫 달은 사랑에 대한 책 선물과 사랑을 담은 뜨개 책갈피, 코멘트를 담은 엽서까지. 

*we eat book love 이벤트 참여 (~2/7) 



we eat book every day (매일의 기록) 

우리의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다. 책을 꾸준히 읽고, 기록한다. 책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도 함께 풀어보려 한다. 



book potluck (함께 읽는 커뮤니티) 

북 포틀럭. 포틀럭 파티에 저마다 가져온 음식으로 다채로운 파티를 열 듯,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책을 읽으며 함께한다는 감각을 느낀다. 느슨하게 연결된 커뮤니티. 서로의 식단을 구경하고, 응원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단순하게 책 읽을 때마다 우리를 태그 하며 서로의 밑줄을 구경한다. 


we eat bookstore

가끔 맛집에 가고 싶지 않나. 여러 책이 군침 나게 큐레이션 되어 있는 근사한 책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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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뭘 그렇게까지..? '라고 할지도. 

어쩌면 이건 '전셋집인데 뭘 그렇게 까지 인테리어에 돈을 들여..?'라는 말과 똑같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이제 누구든 전셋집에 돈을 들여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나답게 꾸리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루를 보내더라도 나다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일 것이다. 


나 또한 같다. 하나를 기록하더라도 나답게 기록하고 싶고, 나의 가치가 반영된 큰 맥락 안에서 재밌게 기록하고 싶다. 리뷰만 올려도 충분히 의미 있겠지만, 나는 보인다. 여기에 맥락을 더해 에디팅 하면 어떤 가치가 생길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보이는 것 같다. 물론 품은 배로 들고, 손은 더 많이 가겠지만 그게 나의 기쁨이라면. 


처음엔 노션 최상단에 '지치지 않게, 가볍게, 즐겁게'라고 적었다. 수많은 사이드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상 하다 보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을 계속 쏟게 되고, 머릿속에 계속 생각이 둥둥 떠다닌다. 아이디어가 연결되고, 발전되고, 깊어진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즐겁게 하는 일이 있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메시지를 정리하고, 콘텐츠를 만들던 주말, 정신을 차려보니 5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있었을 때, 아차차 싶었다.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아야지. 적당함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하는 동료와의 발맞춤이 중요하다.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고, 어떤 목표로 이런 일들을 벌이는지. 상대방은 어떤 것을 기대하고, 어느 정도의 리소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고 조율해야 한다. 


"시작은 그냥 가볍게 하자, 뭐 벌써부터 그런 걸 나눌 필요가 있어?"라고 하지만, 수년간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본 결과 가벼웠던 이슈는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억울함과 오해가 되기 마련이다. '왜 나만 이렇게 하는 거야, 지금 그 방향이 아닌데 왜 저렇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모두 열심히 해놓고,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얘기하고 시작했다. we eat book club의 브랜딩과 서사는 내가 맡되, 콘텐츠의 다양성은 함께 챙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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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키친 크로스 위에 좋아하는 책과 커피와 차가 놓여있고, 따끈한 빵과 좋아하는 노래가 함께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따스해진다. 그렇기에 시작했던 이유인 '꾸준히 책을 읽고 기록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독서의 시간을 즐긴다'는 우리의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도, we eat book club에서 경험할 수 있는 '총체적인 독서의 경험'의 확장성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졌다. 아침, 점심, 저녁 커피와 차를 페어링 하면서 책 식단을 제공하는 브랜드.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차 브랜드, 그리고 샐러드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게 나의 꿈이다. 


무엇보다 1월부터 12월까지 나의 삶에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고, 그 내용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12월에는 '건강한 삶을 위한 식단 테이블'처럼 독립출판을 만들거나, 샐러드/베이커리샵과 함께 팝업을 열어보고 싶다. 언젠간 이 모든 프로그램 그대로 책방을 차리고 싶다. 


그리고 위잇북클럽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로고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게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순 없으니 일단 빠르게 실행해 두고, 점점 BI는 디벨롭해 나가는 방식으로 하려 한다. 처음부터 완성형이 어딨 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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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름>에 나오는 문장이 있다. 삶을 사는 시간과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있다고.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삶을 스스로 증언하며 내 삶의 적극적인 에디터가 되고 싶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며 학습하고 있는데, 항상 핵심은 같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고, 글 읽는 상대방을 생각하며 간결하고, 읽기 쉽게 적는다. 


내 삶을 에디팅 한다면 1순위 독자는 내가 될 것이므로, 내 삶의 가치와 태도, 즉 구심점을 명확하게 하고,  보다 간결하고 쉽게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간다. 구심력과 원심력을 함께 이용해 선의 범위를 점점 확장해 나가고, 결국 모든 것은 내 안의 핵심 가치에서 뻗어나가도록 에디팅 한다. 


나는 결국 내 삶을 쓰기 위해 글쓰기를 배운다.
내 삶의 밀도와 의미를 만들기 위해.

읽고 쓰는 나의 모습을 가장 동경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지키고 싶어서, 아름다운 서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we eat book club을 한다. 이 계정에 담기게 될 읽고 쓰는 나의 모습,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고 싶은 나의 서사를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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