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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Mar 02. 2024

청계산 동네 기획, 위잇북이 만드는 '청계키츠'

위잇북 팝업 책방을 동네기획으로 본다면 


문득 깨닳았다.

나는 지금 ‘청계 키츠 (cheong-gye kiez)’를 만들고 있는 거구나. 자연스럽게 공간 기획이 아닌 ‘동네 기획’의 범주로 확장되고 있구나.



나에게는 ‘마침’이라는 타이밍에 운명처럼 닿는 활자들이 있다. 언제나 만나야 하는 책은 우연히 다가온다. 

매거진b의 ‘더 네이버후드(the neighborhood)’가 그랬다. 그 날은 그저 병원이 일찍 끝나 한강진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가까운 카페에서 가져간 책을 읽으려 했다. 마침 가장 가까운 카페가 사운즈한남에 있던 ‘매거진비 아라비아카 카페’였고, 마침 내가 앉은 테이블 위에는 ‘더 네이버후드(the neighborhood)’ 매거진이 놓여져 있었다. 가볍게 한 번 첫 장을 들춰보곤 또 새로운 연결이 되고 있다는게 느껴져 얼굴이 벌개질만큼 집중해서 읽고, 다 읽은 매거진을 그대로 한 권 사서 나왔다.


32년을 살아가며 지금까지 여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포항에서 태어나 울산을 거쳐 서울로 올라온 뒤, 아현동에 20년을 살았으며, 20대에 야탑이라는 분당생활을 시작해 결혼 이후에는 동백과 판교를 거쳐 현재는 내곡동 청계산 아래 살고 있다. 거쳐온 동네의 위도, 경도를 차치하고라도 너무 다른 특색을 품고 있는 동네여서 이 이야기만으로도 한세월이다. 서울의 모든 문화적 인프라가 가득한 중심지에서 걸어서 종로와 마포, 한강과 남산을 오가며 자라났고, 분당과 용인을 거치며 또 다른 삶의 형태를 경험했다.


많은 동네를 거쳐 오며 ‘나는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나만의 db가 차곡차곡 축적되어 왔고, 작년 7월 이사온 지금의 집은 ‘어떠한 삶을 살고싶은가’라는 질문에 동네로 답하기에도 손색없을만큼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반영된 동네다. 이사 다음 날 아침, 새소리에 잠에서 깨며 '이 동네 나랑 진짜 잘 맞구나.'를 직감했다. 사실 그보다 앞서, 청계산 등산하러 왔다가 들른 이 동네 뒷 골목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매물이 하나 나온 걸 보고 점심시간에 보러왔다가 바로 계약한 집이었다.


양재까지 10분 거리지만 거리감과 무관하게 완벽하게 자연으로 둘러쌓인 이 동네에서 가장 안쪽 단지, 그러니까 집 앞에 산밖에 없는 우리 집은 정말 ‘고요함’ 그자체다. 판교에서 1층에 살며 시달렸던 밤새 울리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와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 도시의 소음 공해들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새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밖에 안들리고, 창문을 열면 옛날 시골에서 맡았던 청량하고 맑은 공기 그 자체다. 자전거 친화 동네라 따릉이 정거장이 곳곳에 있고, 집앞부터 탄천까지, 그리고 양재천까지 자전거 타기 좋은 한적한 자전거 도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따릉이를 타고 청계산으로 가서 가벼운 등산을 하고, 윈터골에서 제철 채소를 사서 따릉이 바구니에 싣고 달려오는 게 이사온 뒤 가장 행복한 루틴 중 하나였다.



아침에 부엌 창문을 열어 산뜻한 새벽 공기 한 숨을 마시는 것도. 우리 집에서는 등산로까지 1분컷이라 마음만 먹으면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도 언제든지 등산을 시작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가벼운 둘레길이 있어 산책 정도로 끝낼 수 있다. 그 길은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변했다가, 여름에는 제철 농산물 직판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늘 호수공원이나 탄천, 한강이 가까운 동네에 살았지만 이 동네는 ‘한적함의 정도’가 다르다. 요즘 내가 추구하는 삶과 에너지 레벨에 딱인 밀도와 농도. 비켜달라는 자전거 벨을 울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마주치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느릿 느릿 여유롭다. 배달이 잘 되지 않아 오히려 집밥을 많이 해먹게 되고, 조금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맘 먹고 가야 하는 좋아하는 자연 속의 밥집들이 있다. 조금만 양재천으로 나오면 고유한 매력이 가득한 책방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산책로도 잘 되어있다. 출퇴근 교통 체증 스트레스는 단숨에 해결되었고, 진통제가 된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양재천 메타세콰이어 길 따라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어 비타민까지 될 정도다.



청계산 근처에서 산을 품은 우리집과 우리 동네가 왜 좋을까. 이유가 되는 문장을 ‘더 네이버후드’ 에서 만났다.


도심과 완전히 멀어지지는 않되 도시의 혼잡과 소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차단될 수 있는 곳. 도시 속에 자리한 틈새와도 같은 곳.


살기 좋은 동네,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생각하는 일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생각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자연, 가족과 가까우며, 언제든 따릉이를 탈 수 있고, 언제든 등산과 양재천을 갈 수 있고, 맛있는 커피를 파는 까페와 책방, 꽃시장, 신선한 채소를 파는 마트나 노점상과 가까운 이 동네는 자연, 건강, 사랑이 최고인 나에게 최고다.

 

더군다나 지금의 나의 삶의 패턴에서 완벽한 15 거점 지역이다. 야탑에 사는 엄마 집까지 15, 회사까지 양재천 메타세콰이어  따라 15. 영화관도, 청계산 채소 골목도, 두부집도 모두 15.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바로 근처에 가고 싶은 매력적인 가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는데작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하던 공간이 새롭게 카페로 탄생했다. 더군다나  곳에 위잇북샵의 오프라인 책방을 만들기로 했다.



뭐든지 가벼운 실행, 실행 뒤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하며 고도화해나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로 가볍게, 재밌게 실행해보기로 했다. we eat book shop에서 큐레이션하는 월별 큐레이션을 다음달에 카페에 전시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를 이용할 동안 읽을 수 있게 하는 것.



우리의 추천 책, 추천 밑줄을 읽는 것 외에도 책갈피를 만들어 언제든지 다시 방문했을 때 읽던 부분부터 쉽게 시작할 수 있게 했고, 필담노트를 만들어 서로가 좋았던 문장과 생각들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참에 'eat book'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담은 로고를 만들고 싶어서 친구와 뚝딱 뚝딱 로고까지 만들었다. 



출근하기 전 새벽, 그리고 퇴근 이후 늦은 새벽까지 계속 고민하고, 다듬다보니 점점 하고싶은 문장 또한 선명해지고, 날카로워지는게 느껴졌다. 


튼튼하고 좋은 삶을 위한 삼시세끼 책 식사
we eat book for breakfast, lunch, dinner and good life


우리는 결국 good life를 위해 책을 먹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지니기 위해, 무너져도 언제든지 나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세상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그렇게 튼튼하고 즐거운 삶, 좋은 삶을 위해. 



목요일 퇴근 이후, 영업이 끝난 카페에 들러 카트 두개를 끌어 이리 저리 배치해보았다. we eat book club의 메세지를 알리고, 편하게 읽다 가셨으면 좋겠는 마음. 그리고 함께 읽는 사람들과 이어졌으면 좋겠는 마음이 어떻게 하면 잘 담길까. 그리고 나오는 길에 '더 네이버후드'를 선물로 드리고 나왔다. 



그러다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단순히 ‘공간에 콘텐츠, 커뮤니티를 더하는 것’을 넘어 ‘동네 기획’의 레벨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동네 특유의 정서나 컬쳐가 ‘자연’ 을 넘어 어떤 특색을 가진 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청계산 키츠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살롱이나 커뮤니티로 한정되지 않고, 작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키츠. 유무형의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 연대, 프로그램이 뒤섞인 키츠.

독일어로 동네는 나흐바른샤프트 nachbarnshaft’라고 해요. 하지만 대도시 내의 비교적 작은 공동체를 형성한 동네는 키츠 kiez라고 부르죠. 주로 베를린과 독일 북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쉽게 말해 친군하고 편안한 커뮤니티 중심의 동네를 내포하는 단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키츠는 일반적으로 동네 중심이 되는 거리나 광장, 공원의 이름 뒤에 붙어요.




사장님은 내가 들릴 때마다 무언가 쥐어주신다. 출근길에 당근라페 샌드위치를, 밥을 안 먹었으면 양배추, 닭가슴살 볶음을, 블루베리를, 올리브빵을. 늘 정성 가득 직접 구은 건강하고 맛있는 무언가를 먹여주신다. 토요일 아침 청소를 끝내고, 커피를 내려 엊그제 챙겨주신 빵을 먹다가 패키지의 문구를 들여다보았다. 


minkind made fresh drink quality eats.


그러다 생각이 들었다. 

'어? 위잇북도 튼튼하고 좋은 삶을 위해 책 식사를 제안하잖아. 우리 둘 다 'quality eats'를 만드네.' 


we are neighbor and make quality EATS! 



이게 어떻게 확장될 지는 모르는 일. 그냥 유명하거나 예쁜 카페나 핫한 공간이 아니라 비슷한 결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좋다. 무엇보다 우리가 같은 동네를 공유하는 ‘동네 이웃’이라는 점이 정말 좋다. 지난 주 주말에 운동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사장님에게 반갑게 인사했던 순간이 나에겐 장면으로 남았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동네에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사람’이 있다는 것,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를 곳이 생겼다는 것. 그냥 지나치던 길에 ‘아직 불이 켜져있나’ 하고 한 번 쳐다보게 되는 공간이 있다는 점. 친구들이 왔을 때 소개하고 싶은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 동네 이웃이기에 더 정이가는 공간이다.


언젠가는 근처에 있는 뜨개브랜드가 만든 카페인 ‘누뗀’과 같이 뜨개 책갈피 클래스도 하고 싶고, 느슨한 연대로 이 동네 자체를 knit 엮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 연결의 시작점이 동네 기획이자, 동네 콘텐츠가 되는 것 아닐까. ‘카페 핑칸’은 동네 주민이 운영에 참여하는 카페다. 파리에 카페핑칸이 있다면, 청계산에는 위잇북 팝업책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절기마다 계절을 진득히 누리는 러브앤 피스 멤버들과 3월 말에 청계산 봄동산을 누리러 가기로 했다. 봄동산 트래킹 이후, 따릉이를 타고, 카페로 넘어와 위잇북존에서 북 포틀럭을 한다면? 계절별로 위잇북존을 누릴 수 있는 위잇북 맵을 만든다면 이게 동네 기획 아닐까. 동네의 범위를 청계산 근방으로 넓힌다면 자연과 콘텐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동네의  무드와 이런 것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기질을 엮을 수 있지 않을까.


라 비에르주 레스토랑을 오픈한 ‘그레고리’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생활 일부가 되고, 사회적 교류 장소로 기능한다는 점이 꽤 근사하다고 느껴요.


츠타야 서점을 만든 ccc도 비슷한 마음이다.

지역과 동네에 따라 변하지 않는 원칙은 ‘양질의 시간과 공간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 츠타야 서점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이고코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역별로 영향력이 다르겠지만, 고객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면 좋겠어요.


정말 멋진 일 아닌가.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에겐 편안한 생활의 일부이자, 사회적 교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영감의 장소가 된다니. 내가 나중에 공간을 만든다면 그 두가지 무게추를 모두 가져가고 싶다. 단순히 휴식만 주거나, 단순히 인풋만 주는 공간이고 싶지 않다. 생활의 운치를 높이는 자연 속의 편안한 공간이면서도, 질문을 던져주고,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엮이고, 이어지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걷는 길이 어디로 펼쳐지고 닿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문화적, 예술적으로 풍부한 동네 인프라가 주민들에게는 길을 걷는 즐거움을, 서촌을 찾은 외지인에게는 일상의 쉼을 선사한다.“


지금은 카트 하나에 담긴 위잇북 책방이지만,  작은 돌이 조용한 동네에 파장을 불러왔으면 좋겠다. 주민들에게는 길을 걷는 즐거움을, 청계산을 찾는 외지인에게는 일상의 쉼이   있기를. 자투리 공간에 함께 하는 작은 책방이 ‘청계 키츠 중심이 되길. 어느날엔 이방인이 되면서, 어느날엔 소속감을 느끼는 가장 작은 단위의 동네가 되길.


*we eat book 소개 > 

*we eat book shop 팝업 책방 (3.4 오픈) > 


다라이에 담긴 청계산 햇 토종밤처럼 로컬과 계절감을 살려, 이 동네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청계산 햇 책'을 블라인드북으로 만들어볼까나. 어때요, '청계산 햇 북!' 




네이버후드 매거진에서 인상깊었던 날 것의 아카이빙 .


동네라는 단어에는 따뜻한 온기가 스며 있는 것 같습니다. 사전적 정의라기보다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할 때 ‘동네’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그렇습니다.

어떤 면에서 동네는 집보다 더 친밀감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는 필수이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이 있죠. 동네가 그걸 가능하게 해줍니다. 어떤 날엔 이방인이 되면서도, 어떤 날엔 소속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동네란 또 다른 ‘집’으로 기능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동네는 삶의 지향점에 반드시 포함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숨을 고르고, 스스로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즐기며 살고 싶다는 그림을 그리게 될 것 입니다.


더홈, 더샵, 더 네이버후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본 단위에 대한 이야기들. 원래 동네라는 건 누구 한 명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지만, 아주 작은 단위로는 동네를 기획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살고 싶은 동네란 어떤 곳일까?에 대해서요. 아직 완전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심과 완전히 멀어지지는 않되 도시의 혼잡과 소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차단될 수 있는 곳. 도시 속에 자리한 틈새와도 같은 곳을 떠올려봅니다. 먼 미래보다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이 높은 요즘. 이 책을 통해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더 자주 생각해보고 꿈꾸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동네라는 단위는 참 흥미롭습니다. 매거진<b>가 종종 도시를 다루기도 하지만, 도시보다는 작고 집과 상공간보다는 크죠.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동네의 정의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동네를 어떻게 규정하나요?

-기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상점이 각각 하나 정도는 구성되는 단위를 동네로 인지하는 것 같아요.


동네가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느슨한 범위가 아닐까요? 내 집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자마자 느끼는 안전함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안전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봅니다. 여기서의 안전함이란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라는 익숙함의 문제이기도 하죠. 동시에 특정 범위의 지역 안에서 지역민이 살아가는 삶에 감정이입이 되는 단위이기도 해요.


서촌은 양극의 요소가 뒤섞이기보다는 공존하는 동네인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과 나이 지긋한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연히 대비되지만, 양 계층이 각자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역설적이죠. 건물을높게 올리거나 새로 개보수하기가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손바꿈이 덜 생길수밖에 없고, 부동산 논리보다는 기질적으로 공통된 사람들이 모여 천천히 동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어요. 어지간한 결심이 서지 않는 이상 새로운 것이 들고 나가기 쉽지 않죠. 이런 지역에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묘한 공감대가 있어요. 큰돈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하루를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좋은 동네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용기 있는 한 사람의 시도가 동네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강원도나 부산에서 주목받는 동네도 그렇고, 서울의 성수동 같은 곳도 마찬가지로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먼저 이상적인 동네의 상을 잡아두면 그 기운이 마치 종이가 물에 젖듯 서서히 퍼지게 되거든요.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여유와 의지를 두루 지닌 누군가가 결심을 했다면 그 때부터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거라 보고 있어요.


‘트렌드의 영향권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으면서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단단하게 형상한다는 점에서 독자성이 있다고 본다.’


직접 동네를 기획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규모는 아주 작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은 ‘기분 좋은 럭셔리’에 가깝도록 구현하고자 했죠. 대게 크기나 규모가 작으면 모자란다고 느끼고, 커지면 커질수록 럭셔리하게 느끼니까요. 이런 상반된 요소를 조합해 더 개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습니다. 작지만 기분 좋은 집, 작지만 기분 좋은 동네.


1인 가구에 동네의 의미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혼자이기 때문에 동네가 내 거실이 되어야 하는거죠.


쾨르네르키츠도 그렇지만 동네에 ‘키츠’라는 단어가 붙어요.

-독일어로 동네는 나흐바른샤프트 nachbarnshaft’라고 해요. 하지만 대도시 내의 비교적 작은 공동체를 형성한 동네는 키츠 kiez라고 부르죠. 주로 베를린과 독일 북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쉽게 말해 친군하고 편안한 커뮤니티 중심의 동네를 내포하는 단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키츠는 일반적으로 동네 중심이 되는 거리나 광장, 공원의 이름 뒤에 붙어요.


노이쾰른 지역은 매번 이런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베를린에서는 노이쾰른을 ‘몰티-쿨티 multi culti(다양한 문화)를 통해 성장한 지역이라고 부르는데 넓은 관점에서 쾨르네르키츠 또한 물티-쿨티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단지 변화의 움직임을 이제 막 시작한 것이죠. 실제로 이 동네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습니다.

주민들이 각자의 권리를 찾는 노력을 통해 끈끈하게 연대하기 때문에 위험지역이 많은 노이쾰른 내에서도  ‘평화로운 주거지’가 된 비결같기도합니다. 동네를 산책할 때 주민들이 주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요. 동네가 ‘슬로라이프’에 최적화됐다고 해야 할까요? 비록 다른 동네 주민에 비해 가난할지라도 이들이 품은 마음은 그 어떤 곳보다 부유하다고 느껴요.


-동네가 품은 연대가 견고하기 때문

-지역색이 강하다는 건 폐쇄성이 짙다는 얘기이기도 할까. 오히려 쾨르네르키츠는 열린 동네에 가깝다. 옛것을 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품는 과정.


동네의 오래된 숍이나 새로 생긴 숍을 방문핳면, 언제나 낯익은 이웃이 있어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안부를 묻고, 근황을 얘기하죠. 그럴 때마다 동네 주민으로 인정받는 듯한 느낌이에요. 이 동네의 변화는 규모의 성장이 아닌, 커뮤니티의 확장에 가까워요. 혹시 모를 도움이 필요할 때 이웃에게 부탁할 수 있는 동네가 되고 있다는 의미죠.

-동네라는 커뮤니티에서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 모두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삶의 질과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 열어둔덕분. 동네 주민으로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매우 중요한 일.


카페 핑칸- 광장으로 기능하는 카페 (cafe fincan)

동네 주민을 위해 고안한 카페라는 점에서 상업적인 카페와 시작점이 다르다. 비정기적으로 지역 밴드의 공연, 정치 토론, 예술 전시와 북 토크, 어린이 연극 등 모든 연령대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웰니스 프로그램도. 동네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비영리 공간이기 때문. 동네마다 만남의 광장 같은 공간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쾨르네르키츠에서 만남의 광장은 바로 카페 핑칸이다.


카타리나 보넹글과 레네르트 데용해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탁틸 -베이커리 인 프로그레스’는 손의 감각을 통해 연결한다는 의미다. 가구를 만드는 일과 빵을 만드는 일모두 촉감을 ㅌ오해 전달하는 일이라고 느껴 당시에 사용하던 공방이름 그대로 베이커리를 열었다. 베이커리인프로그레스도 ‘끊임없이 작업하는 자신들의 성향 work in progress’를 담은 표현이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역할. 사람들이 단지 빵을 구매하러 오는 게 아니라 소통하러 온다는 인상이 강해요.


저희 베이커리가 성장한 것은 모두 동네 이웃의 도움 덕분입니다. 규칙적으로 빵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직접 지인에게 탁틸을 홍보할 뿐만 아니라 숍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늘 먼저 제안하죠.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한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흔치않은 경험. 여전히 사람들의 정이넘치는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포타필터 potafilter에 담긴 커피 파우더를 패킹 packing(누르는 작업)하는 작업에 필수인 ‘탬퍼’, 칵테일을 만들 때 정확한 용량을 재는 기구인 ‘지거’의 만남 meets.은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동네 이웃과 즐거움을 나누자는 의미다. 탬퍼 미츠 지거. 의도적으로 동네에 없는 스타일을 공간에 구현하고 싶었어요. 오픈할 당시인 2018년만해도 쾨르네르키츠에는 스타일 좋은 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동네에 눈길을 끄는 숍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탬퍼 미츠 지거는 페테르스의 바람처럼 동네 지형도를 새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탬퍼 미츠 지거는 think global, drink local 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높은 수준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판매하는 식재료만큼은 지역색을 담는다는 의미다.


그레고리는 페르폽에 이어 두번째 레스토랑 라 비에르주를 오픈했는데요. 이 동네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생활 일부가 되고, 사회적 교류 장소로 기능한다는 점이 꽤 근사하다고 느껴요. 이 동네는 멋진 기분을 자주 느끼게 해주는 곳이에요. 상공간을 생활 공간의 일부로 이용하는 문화는 비단 샤론뿐 아니라 파리에서 경제력이 비교적 낮은 북동부 지역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좁은 집에 살다보니 거실이 아닌 집 앞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집에 초대할 수 없는 탓에 바에서 친구를 만나는 생활 방식을 채택해온 거죠.


사회적 다양성 외에도 각자 생각하는 좋은 동네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동네는 밤늦게까지 여는 식료품점과 카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영화관과 극장 같은 시설이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는 곳이에요. 도시 생화의 진정한 묘미는 이웃 상권과의 ‘물리적 근접성’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물리적 근접성이 정서적 친밀감으로 이어지곤 하거든요. 매일 필요한 양만큼만 장을 보는 저에게 동네 상인과 잠깐 대화하는 시간은 여가 활동이나 다름 없어요.

-상업 공간과 비상업 여가 공간의 균형. 상호 보완적. 사회 통합의 층위가 다양할 수록 주민간의 결속력은 더 단단해진다. 적은 돈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도시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감수성을 고조시킬 수 있는 녹지 공간 모두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들으면서 ‘서로 돌보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는 무심함’이 동네를 관통하는 태도인 것 같다고 느껴져요.

-스탠달거리를 지나면 자투리땅의 조성된 작은 정원이 있다. 주민이 가꾼 땅. 1m2도 안되는 녹지에 온갖 작물이 자라는 모습에서 동네의 큰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집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동네가 깊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10년간 가족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기선 늘 환영받는다고 느껴요.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적 없죠.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고, 새로운 것을 바삐 좇는 흐름에 저항하는 동네 분위기 또한 그에게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고 숨 고를 여유를 준다. 보이는 것보다 주민들의 삶에 가치를 두고 천천히 진화하는 샤론의 모습을 통해 저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인물들의 진솔한 모습과 감정을 전달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이 동네는 창작에도 큰 영감을 줍니다.


-10개의 서로 다른 컬렉티브가 모인 이곳의 운영원칙은 특정 계층이나 이념에 국한되지 않고 열려있어야함. 직업활동을 하지않는 여성들이꾸린 ‘행복한 여인들의 까

샤론 지역을 대변하는 단순함이에요. 인간관계에서 단순만큼이나 의미있는 개념이 또 있을까요. 이 동네는 사는 곳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실제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점원과 손님의 대화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지나치게 진지하고 엄격한 건축 분야에 인간미와 유희를 불어넣고 싶어요. 비록 샤론은 미학적으로 영감을 주는 동네는 아니지만 고유한 소박함과 여유로움은 건축가로서 견지하고 싶은 자세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동네의 본질적 의미는 ‘이웃과 공동의 생활’을 이루는 지역이에요. 아파트만 빽빽하게 들어선 주거 단지, 회사만 있는 업무 지구, 상점이 즐비한 시가지에서 이웃과의 교류를 기대하긴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샤론은 주거 공간과 사무 공간, 상공간 사이의 균형이 조화를 이룬 동네입니다. 주민과 직장인, 상인의 공생 관계가 통합적이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삶의 터전을 일구죠.


서촌에 크리에이티브신이 형성된 이유. 갤러리를 운영하기 좋은 이유와도 같아요. 한 동네에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환경은 분명 서촌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특정 인물의 노력이라기보다는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봐요. 이 동네에서 문화적 소양이 높은 분은 대게 소비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걸 생산하는 데 힘쓰거든요. 그런 바이브가 이 동네에 있는 것 같아요. 동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그런 게 느껴지죠.


동네에 뾰족한 게 별로 없다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예술가는 좀 심심한 풍경에서 더 큰 영감을 받거든요. 오히려 그런 공간을 새로운 형태로 메우고 싶은 열망이 창의성을 가져다주는 것이죠. 서촌은 간판 하나를 걸더라도 주변 건물과 사람들의 취향을 생각하는 곳이죠. 그러니 문화인이 자연스레 모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태도가 결국 지금 서촌 정서를 만든 셈이군요.

mk2. 10여 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원서동과 삼천동을 거쳐 지금의 동네에 터를 잡았는데요. 생각해보면 늘 창의적인 움직임이 싹틀 때 동네의 문을 두드렸고, 창의성이 걷잡을 수 없이 폭팔할 때 동네를 떠난 것 같아요.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인 원서동과 삼청동, 서쪽인 창성동의 차이는 길목에 삶의 터전이 얼마나 더 단단하게 형성되었는가에 있다. 원서동과 삼청동은 골목이 잘게 쪼개져있어요. 상점이 들어설 공간이 그만큼 만다는 얘기겠죠. 저는동네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동시에 거주하는 사람이니까 상점의 운치보다는 생활의 운치가 더 중요하거든요.


이종명 대표는 급변하는 서울에서 느림의 미학을 갖춘 서촌의 힘은 문화재인 경복궁과 동네를 감싼 인왕산의 존재뿐 아니라 굳건한 삶에서 온다고 믿는다.


당시 그에게 아름다움의 표식은 시간에 의해 축적된 동네의 ‘레이어’였다. 이는 비단 풍경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그는 동네 카페에 놓인 빈티지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축적된 것만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울림을 받았다. 아침마다 파자마를 입고 카페 의자에 앉아 빵과 커피를 즐겼어요.


단순히 커피에만 몰두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길 원하지 않았다. 전면이 유리였는데 오히려 안과 밖을 분리하고 싶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기보다 생각을이해하는 이들이 이 안에서만큼은 편하게 의자를 경험하길.


이라선.

책은 작가의 전 생애와 세계관이 압축된 작은 물건이에요. 책 한 권만으로도 거대한 전시장을 다녀온 것 같은 충족감을 느낄 수 있죠. 독서 역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완전히 몰입해야 해요. 책을 매개로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마음이 복잡하거나 바쁘지 않고, 빈자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죠.  


이지 라이크 선데이. 일요일처럼 느긋한 여유. 책을 마음껏 펼치고, 만져보고, 읽으면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죠. 시간을- 두고 마음에 두는 책을 발견해 즐겁게 문밖을 나서는 손님들을 볼 때 제일 행복해요.


공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오직 ‘좋은책’이라는 그는 매일 보이지 않는 작은 노력과 성실함으로 6년째 한 자리를 지켜왔다. 서점이 세계와 세계ㅣ,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한다는 믿음으로 단 한권의 책을 고르고 소개할 때도 온 마음을 다했다.


오후 2시쯤 창문 틈새로 한줄기 빛이 들어오면 햇빛과 종이의 물성이 만나는 장면이 책을 마음껏 탐미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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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의외성을 지닌 동네다. 골목을 한없이 걷다가 샛길로 빠지고, 다시 그 샛길을 따라 걸으면 또 다른 길이 나와 어딘가로 이어지는 기이한 구조가 계속된다.


지금 걷는 길이 어디로 펼쳐지고 닿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문화적, 예술적으로 풍부한 동네 인프라가 주민들에게는 길을 걷는 즐거움을, 서촌을 찾은 외지인에게는 일상의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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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빌리지는 자신을 재창조하고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안식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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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레지오처럼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공간이 새로운 세대를 위한 배경이 되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여전히그리니치 빌리지에 와서 사랑에 빠지고 저마다의 성공을 꿈꿉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만의 빌리지가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워요.

이 동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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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신을 취향 제조사 taste maker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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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경험하는 것들이 도시를 정의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에 핀 꽃을 보는 것처럼 계절마다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명을 불어넣는 레스토랑, 상점, 문화 기관도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좋은 동네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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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진실된 authentic 반응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결과물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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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와 1970년대의 햄스테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보헤미안’일겁니다.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지향하는 예술가, 문학가, 지식인이 모여 살았죠.

햄스테드 히스를 좋아합니다. 이곳에선 제가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햄스테드 히스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아름다움이 존재하죠. 다양성을 포용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결국 자연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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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치의 주민들은 당신을 향해 웃고, 이름을 물어보고, 친근한 관심을 가지고 삶에 대해 묻는 동네다. 비록 당신이 이방인이거나 20달러의 팁을 내지 않아도 말이다. 매일 아침 바람이 살랑 부는 유럽풍 테라스가 딸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곳 베니스비치는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뭐든 ‘해내겠다’는 강렬한 욕망보다 만족감과 좋은 삶에 집중하는 동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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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동네가 여전히 히피문화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따뜻한 날씨가 베풀어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사람들에게 여유와 도전정신을 가져다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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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

살기 좋은 동네와 즐거운 동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인 결과라고 덧붙인다.

지역과 동네에 따라 변하지 않는 원칙은 ‘양질의 시간과 공간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 츠타야 서점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이고코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역별로 영향력이 다르겠지만, 고객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면 좋겠어요.


ccc의 목표는 ‘서점이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 츠타야가 존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살고 싶은 동네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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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의 개념. 행복한 근접성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핵심적 서비스와 편의시설, 문화생활, 녹지공간 등에 단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모든 일상이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레 삶의 질도 높아질거라 믿어요. ‘정신적 신체적 건강’ 모두 이야기합니다. 도시의 특정 동네에만 15분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거점 지역 centrique’이 많아져야한다. 다중심적 (poly centrique) 도시라는 개념.


살기 좋은 여섯가지 조건

1.살기 불편하지 않은 적절한 형태와 크기의 집. 2.직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통근 시간을 최소화 3.일상에 필요한 물품을 동네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음. 4.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병원,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길. 5.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학교, 문화및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서관, 극장, 공연장. 6.깨끗한 물과 공기,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거리. 인간 중심의 주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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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들 각자가 어떤 형태의 삶의 방식을 선호하고 지향하는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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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성을 지니면서 자연과 가까이 있고, 음식이 맛있고 친구들이 많은 동네. 도시성은 쉽게 말해 ‘살아있다 live’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라이브음악, 예술.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공연장에 쉽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가 줄 수 있는  압도적 가치 중 하나. 가상세계의 nft같은 걸로 느낄 수 없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예술. 거대한 설산같은 대자연은 아니더라도 공원이나 연못이 근처에 있음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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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이 모여 좋은 동네가 되고 좋은 사회가 된다. 좋은 집은 도면을 그리는 건축가에게서 비롯된다. 건축가의 일은 사회적 요구를 공간화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그래서 건축가의 이념 변화를 흝고 나면 우리 사회가 어떠한 동네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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