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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Sep 30. 2023

#2. 오랜만에, 김현철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촌 언니는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현철의 <달의 몰락>을 불렀다. 12살쯤이었을까 그 중독성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김현철을 알았다. 그 시절 어떤 감성이 맞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노래가 좋았다. 무작정 듣다 보니 김현철의 다른 노래도 좋아하게 되었다.


<춘천 가는 기차>, <동네>, <일생을>, <왜 그래> 정말 주옥같은 노래가 많았다. 온 방을 가득 채우도록 크게 볼륨을 켜고 김현철의 앨범을 들었다. 그 무렵 동생도 내 영향을 받았는지 김현철 노래를 좋아했다. 그의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쉬웠다. 멜로디가 귀에 착착 감겼다. 게다가 가사가 담백해서 외우기도 쉬웠다.


노래가 가진 힘은 크다. 듣고 따라 부르면 마치 곡을 쓴 사람의 생각을 송두리째 내 가슴으로 옮겨오는 것 같았다. 세련된 멜로디와 전달력 좋은 가사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있어, 그의 노래가 있어 즐거웠던 시절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지난 주말, 김현철이 TV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를 되짚어보며, 음악평론가들을 통해 그의 노래를 다시 들었다. 지금도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곡들을 그가 직접 그 자리에서 불렀다. 10대 때 듣던 노래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 났지만, 아직도 그의 목소리는 좋았다. 싱어송라이터. 애정을 담아 곡을 만들 때 세심한 것까지 신경 쓴 게 느껴졌다.


<춘천 가는 기차>는 직접 기차를 타고 춘천을 다녀온 기억을 되살려 곡을 썼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춘천 가는 기차는 없고 지하철이 있지만, 그 시절의 감성은 고스란히 우리를 춘천행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그의 노래 덕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춘천행 기차를 타고 싶었을까.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그의 노래 가삿말은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듯이 써 내려간 서정적인 느낌이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어쩜 하늘에 날아 올라가 버리면 그만일 풍선처럼 가볍게 풀어냈을까. 그래서 그의 노래가 더 매력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어도 외롭고, 함께 있어도 외롭다.

쓸쓸하게, 어두운 그림자로 살면 사람들은 그를 외면한다. 우리는 밝고 명랑한 사람을 옆에 두고 싶지 우울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는 않으니. 그런 의미에서 슬픔과 외로움이란 감정을 잘 승화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저분하게 그런 감정이 덕지덕지 붙어서 내 주위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 하나로 끌어 모아 내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김현철의 노래처럼 풍선에 담아 가볍게 하늘로 날려 보내고 싶다.


최근에는 시티팝이 유행이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인기 있었던 음악 스타일인데 대체로 도회적인 분위기가 있다. 내 어두움과 슬픔을 훌훌 털어내길 바라면서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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