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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풍선 Dec 04. 2021

A

내가 그녀의 딸을 좋아하는 이유

 A를 처음 만난 곳은 그다지 아름다운 장소는 아니었다. 화장실 세면대 앞. 볼일을 보고 나와 손을 씻고 거울을 보는데 내 옆에 무지하게 예쁜 아이가 서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예쁘던 아이. 세상에 저런 애가 있다니! 그것이 A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랑은 그다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그 예쁜 아이를 고등학교 기숙사의 첫 룸메이트로 만났다. A는 며칠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에 큰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아뿔싸. 내 기숙사 생활은 망했다!라고 생각한 건 단 며칠뿐이었다.


 A가 본색을 드러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도하고 예쁜 그 얼굴과 달리 A를 설명하는 가장 편리한 단어는 아마 푼수라는 말 아닐까. A는 무척이나 밝고 엉뚱했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저런 생각을 하는지 신기할 정도로 독특했다. 물론 A의 엉뚱함은 대부분 사람들을 즐겁게 했기 때문에 난 A의 그런 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A는 본인과 똑 닮은 아주 예쁜 딸을 낳았다. 나는 종종 A에게 그녀의 딸이 사랑스럽다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A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딸이 사랑스러운 것은 그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A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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