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식성은 맞을걸..? 아마도
생각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 없는 D와는 왜 친구가 되었을까.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나는 당연히 가장 처음 친해진 친구들 무리가 나의 베스트 동기들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D와 친해진 건 이미 한 학기가 끝난 여름방학 때였다. 사실 D와는 친해질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던 나와 두 시간 넘게 통학하던 D, 겹치는 강의도 없고 한 학기 동안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눠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같은 동아리를 했다는 것이 우리의 연결고리였다. 우리는 음악동아리였기 때문에 가을 정기공연을 위해 여름을 반납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D와 친해지게 되었지만 놀라운 사실은 D는 이 공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합주 멤버로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공연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친구들과 무대 조명이나 설치를 도와주는 스텝으로 참여하는 친구들이 나뉘어있었는데 전자는 일주일에 5일씩 연습에 참여했지만 후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D는 우리가 합주 연습을 하면 거의 매일 우리를 보러 왔다. 여름방학인데! 학교까지 두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나라면 절대 안 할 짓이다. D는 그런 애다. 내가 하지 않을 법한 일만 골라서 한다. 달라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까 싶을 정도로 그 애가 하는 일도 생각도 나와는 항상 다르다. 조금 비슷한 것 같은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하고 보면 결국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는 내가 대학에서 만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내 인생에 어서 오라고 레드카펫까지 깔아줘도 아깝지 않다. 나와 너무나도 다르지만 D가 좋다. 달라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