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언니, 아니 그냥 친구 맞아.
첫 만남은 재수학원. 징글징글했던 강북종로학원. 친해지면 지나치게 말이 많은 나지만, 초반에는 제법 낯을 가리는 편이라 재수학원에 들어가고 처음에는 쥐 죽은 듯이 공부만 했다. 원래 그러려고 가는 곳이긴 하지만.
E는 나보다 한살이 많은 삼수생이었다. 동갑내기들만 있는 곳에 한 살 언니가 있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똑똑하고 다정한 E와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내 말문도 아주 금방 트여서 시시콜콜 많은 대화들을 나누던 그때의 우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뻔질나게 창경궁을 드나들며 산책했던 일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는 그 날들을 우리 인생의 약간 어두웠던 시기처럼 여겼는데 사람이 간사한 걸까.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밝았던 날들이야. 다시 가자 소풍!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