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보고 있지
F를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사실 F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법 웃긴 편에 속하는 친구 중에 한 명이다. 마음의 거리는 사실 약간 아슬아슬하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내 기준으로는 친구이지만, 과연 F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F에 대해서 기억나는 가장 큰 사건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단 둘이서 집에 같이 갔던 날. 당시 F와 나는 같은 도시에서 살았는데 주말에 집에 가는 버스에 같이 탄 적이 딱 한번 있었다. 부모님이 매번 학교로 데리러 오셨었는데 유일하게 못 오셨던 그때, 나는 F와 같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그땐 정말 F에 대해 아는 게 이름 세 글자 정도였던 때였기 때문에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그때 F와 나눈 대화가 단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 기억은 내가 학부시절이던 그때 우리 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F로부터의 연락으로 학교 앞 커피빈에서 만났던 일. 버스 안에서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던 그때부터 나는 F를 친구로 인식하게 되었다. 사실 나라면 절대 먼저 연락 안 했을 거다. 난 그릇이 작고 그럴 배짱이 없으니까. 그때 나는 F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 친구는 이렇게 대하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비록 지금은 온라인 친구가 되어버렸지만 난 널 보고 있어 친구야. 왜냐면 넌 너무 재미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