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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Feb 29. 2016

아가들의  투쟁1

살아남는것이 숙제.


 2011/8/12 의 니쿠(nicu) 일기.


"산소포화도가 자꾸 떨어져요!"

"혈압도 안 잡혀요...CPR 바로 시작할께요 !"

  가장 작은 공간에서 외롭게 벌어지는 싸움.

아무도모르는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 싸움의 전쟁터는 우리가 농담으로 '제일 비싼  전세집'(삼분의 1평에 1억이니까)이라고 부르곤 하 조그마한 옴니베드(인큐베이터)다.


  그 옴니베드에서 26주짜리 아기의 가슴을 두손가락으로 누르며 바로 CPR(심폐소생술 )을 하기 시작했다.  NICU(신생아중환자실)를 돈지 고작1달 남짓째인데,이달에만 CPR이 몇번째인가.

바로 같은 인큐베이터에서 같은 자리에서, 초반에 죽어버렸던 작은 아기가 떠올라서 ,CPR을 하는 내내 마음이 덜컹덜컹 내려앉는. 

  그럴수밖에없는 상황이라해도 아가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의사로써는 다분히 감정적이었고,그러므로 환아를 잃거나할때 여지없이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상처가 도움이 되는 것은,그로부터 뼈저리게 배운다는데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나처럼 느리게 배우는 사람이라도.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죽지말아야해.너는 살아야해 엄마젖은 한번은 빨아봐야할꺼아니니.  하고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아가의 연약한 몸뚱이를 붙들고 늘어지는것이다. 

그렇게 물고늘어져서라도  살아난다면, 이 싸움을 버텨준 아가에게 너무 고마웠다.꼭 하루살이처럼 이것이 오늘밤만 겨우 넘긴것일지도 말이다. 이렇게 몇번을 더 CPR을 치다가ㅡ언젠가는 고비를 넘기지못하고 죽어버릴지 모르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천일동안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한 세헤라자드처럼,오늘처럼만  이 아가가 하루를,또 하루를 계속하여 살아남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오늘의 숙제를 우리들과  아가는 제출한것이다.

오늘 하루를 살아남기.



2011/10/30 의 nicu 일기.

 

이번의 제태연령 27주  아기는 태어난지 3일이 된 오늘까지,ㅡ 아직까지는,ㅡ비록 튜브를 통해서지만 숨쉬고있다. hemivertebra,calcified liver(이분척추, 간 석회화)를 가졌다는  쌍동이 남동생이  출생  3시간만에 CPR 을 중단하고  사망선고된 후에도,홀로 살아남은 여자아이는 러시안룰렛게임처럼 어느밤 죽을지도 모르는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룰렛의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하며 당직자들은 매일밤  긴장을 하였다.


  작은팔다리를 버둥거리는 것을 보기란 괴로운 일이다.

볼때마다 ' 살아남을수도 있'  'Antenatal care(산전관리) 는 어째서,왜 제대로못한거지''아가 뇌는 괜찮을 수 있을까'  ' PDA (patent ductus arteriosus-심장대동맥궁에 태내에서 엄마의혈관과 피를 주고받기위해 태아때 열려있는 구멍-출생후엔 이 구멍이 닫혀 엄마외 떨어져 혼자만의 혈액 순환을 하게되는것이 정상과정이다. 그러나  조산아의 경우  탯줄이끊기고 산소호흡을 하게 된 이후에도 열려있어  심장에 부담을주게되는 경우가 있다.) 는 막혀가고있을까... '

하고 내심장이 아기의 심장을 생각하였다.

  뇌의 생각이 아니라 심장의 생각인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걱정하고,안타까워하며 아가의 심장에 말을 걸었다.

'아가야,왜 그렇게 빨리 태어났니?  왜그렇게 마음이 바빴니?   시간이 지나는동안 기다려야했던 일들이있었는데 기다림의 고통때문에 기다리지 못하고 왜 그렇게 성급했니.그 어둠이 너희를 보호해주는 곳이라는 것을 왜 몰랐니? 조금씩  느리게 자라고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니? '


자신들이 꽃이 될수있다는것을 씨앗이 잘 모르고 땅속에 묻혀 개화하지못했던것처럼, 자신들이 태어날수 있다는것을 아기들이 믿지못해서 성급히 어둠밖으로 나오려던 아가들이 죽어가는 걸까.


그래도,태어난 이 아가는 살려고 버둥거렸다.   아기도  사랑하고싶고 , 세상을 살아나가고싶지 않을까.


괴로운 튜브를 꽂고. 몸의 대여섯배는 될 벤틸레이터의 무게를 안고서라도 지금도 살기위한 투쟁을 하고있는 아가를 살게 해주고싶었다.

울컥, 이런 생각들과 아가의 목에 꽂아넣은 튜브를 비집고 다시 선홍피가 뿜어져나왔다.

 Epinephrine suction/irrigation(보존적치료-폐출혈시 출혈을 조금이나마 지혈하는 효과가 있다) 을 하며 가라앉는 폐에 물을 퍼내듯 아가가 토해내는 피의 양을 줄이려고 해본다.

우물처럼 길어내도 길어내도 끊임없이  피가 길어올려진다. 어쩌면 네덜란드의  둑에 나있는 구멍을 주먹하나로 막고있는 소년의 심정이 이랬을까? 지쳐 멈추고싶어도,그럴 수 없다. 얕은 숨으로는 폐에 공기를 채울수도 없고,나의 얕은 마음으로는 숨도 쉴수가 없고,사랑도 할수없고, 누구의 삶을 지속하게 할 힘도 없을 것 같아서, 아가의 깊은 한,숨을 쉴수있게하기위해 앰부를 짜는 손을 놓지않는다.


'이런 아픔은 생후3일에겐 너무하잖아'

러나 그래도,그렇게 한번의 숨이 고통스럽더라도, 고통스러워야지 이 고통을 넘어서야 살아남을수있으니까, 그래도, 숨쉬라고 닥달하며. 피를 길어낸다.

난파선이가라앉지않도록.

나도 깊게 .숨을 들이쉰다.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랑에게로  달려가고싶어서.

아가도,나도 삶을위해,사랑한번 하기위해, 오늘의 숙제를 제출하기 위해 투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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