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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Mar 09. 2016

아가들의 투쟁  5

- Baby,it's cold outside

 

아마도(- 내가 직접 나가서 보진않았기에 ,아마도-라는 말을 쓰고싶다-) 많은 연인들이 손잡고 거리를 거닐거나,크리스마스를 축복하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당직실에서 Neonatal resucitation  원서(신생아 심폐소생술) 를 읽고있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말인데 모든 책의 preface(머릿글)는 아름다운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해부학 교과서 책 Ciba의 preface는- 전 페이지가 흰 여백인 가운데


       To my wife,Vera

 

이 한 문장만이 눈에 박히도록 또박또박 적혀있다.


그 빽빽한 해부학 도록, 의대생들 머리에 쥐나게 하는  그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오로지 나의 아내 베라에게 준 그 한 장이 무척  맘에 다.


이번에 신생아소생술 preface에서  맞닥뜨린 문장은 이렇다.


"Birth is beautiful, miraculous, and probably the single most dangeorus event that most of us will ever encounter in our life times."


-탄생이라는것은 아름답고,기적적이며, 아마도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위험한 사건일것이다.



이 말은 참이다.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한마디의 간단명료함.


이와 같은 말은, 내가 이 책을 읽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갓 태어난 아가들을 입원시킬때  " 왜 다들 잘 아무일없이 태어나는데, 우리 아가만 입원하게 되는거죠? "  라고 물을때 엄마아빠들에게 누누이 하는 말이기도 했다,


- 아가들이 탄생하는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에요. 사실 그 힘든과정을 견뎌낸것만 해도 대견한거에요.  태어나는거 자체가  물에서 건져내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아가는 아주 힘들게  이 길을 온거에요. -

 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입원한 아가들은 병원에 입원해있어서 보이지않아서 그랬을뿐이지 사실은 아주 많답니다-

라고도 말씀드린다.


그러면 자신의 아가만 고통에 빠져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죄책감과 슬픔에 빠져있는 부모님들은,

 조금은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Birth is beautiful, miraculous, and probably the single most dangeorus event that most of us will ever encounter in our life times."


그런 내게 누군가 교과서 맨 앞장에 <맞아요 탄생이 정말 그렇답니다>하고 적어준것 같아서,이번엔 내가 이  문장에 위로를 받는다.


 그리하여 이 퍽 맘에 들카톡의 프로필사진에 올려논 두시간 후였다. 폭풍 전의 고요함이었는지, 오랜만에 2시간 가량 콜이 없어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 지금 바로 분만실로 오시래요!"

하고 새벽 응급콜이 왔다.  갑자기 산통이 와서 응급실로 왔는데 ,30주 정도라했다. 미숙아들의 주수는 상당히 예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20주중반이후 아가들은 수없이 받아내고 쌍동이 세쌍둥이 미숙아들도 받아본터라,  30주 정도라면 그래도 양반이다, 미숙아라도 어느정도 괜찮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분만한 아가는  산도에서 빼낸 이후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죽는 아가들도 첨부터 APGAR(Apgar score: 호흡,심박,움직임,찡그림 색깔등을 평가하는 점수로, 아가가 후에 좋아질지 아닐지와 밀접하다. 출생후 1분,5분에 평가하며 대부분의 정상 신생아들은 9/10 정도 나온다.)가 0점인적은 거의 없는데, 이 아가는 아무런 움직임도 호흡도 없다.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자궁속에서 사산된 것인가?

바로 CPR을 시작한다.

'... 이러려고 오늘 내가 신생아 심폐소생술 책을 읽고 있었나'

신끼있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데,이렇게 맞아떨어질때는 그리 달갑지않다.

'이 추운 날,왜 이렇게 급히 나왔니 아가야..'


인튜베이션을 하고 앰부를 짜고 아무리 Epinephrin을 주며 (심박을 되살리거나 너무 느릴때 빠르게 해서 신생아소생술시 쓰는 약) 심장마사지를해도 심박도 전혀  뛰지않고 호흡도 전혀 없으며 뻣뻣했다.


출생한지 5분이 지나고도 이렇게 CPR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아가는 처음이었던지라, 포기하고 사망선고를 해야하는가,할 무렵,

 갑자기 아가가

움찔, 하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같았다.

내 눈의 착각인가? 혹시나하고 다시 심박체크를 했는데 느리게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럴때가 제일 이상하다. 죽었다고 생각했고 모든 바이탈 사인 이 잡히지않는데 꼭 한번 한숨을 쉬거나,손가락을 움찔,한다. 꼭 가위눌린것을 풀기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애쓰는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나역시 가위눌림에서 풀려나야한다.   살아야한다,살려야한다 ,죽어서는 안된다고 미친듯 에피네프린도 한번 더주고, 앰부(AMBU: air mask bag unit-수동 인공호흡기)를 짜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빨리,빨리!


기도삽관튜브 (호흡유지관)로 들어간 산소가 이제야 아가에게 닿는  검게 죽어있던 살갗이 붉으스레 돌아오기 시작했다.


APGAR 0점/6점.


APGAR , 0점이었다가 6점이 되다니.  

다음날 NICU에 출근한  정희는 apgar score 를 보고는

"  크리스마스이브에 다 살아나다니 자기가 예수님인줄 안거 ? " 했다.  



Birth is beautiful, miraculous, and probably the single most dangeorus event that most of us will ever encounter in our life times.


탄생이라는것은 아름답고,기적적이며, -아마도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위험한 사건일것이다.

 

정말 그러하지.

아직 크리스마스를  좋아해도 되서 다행이야.

크리스마스의 축복과 기적을 아직 믿을수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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