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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Apr 18. 2016

아가들의 투쟁14

마음 때문에. ...


NICU에 있는데, NR에 있는 간호사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는 뭐라고 통화하더니 곧  울먹이며 뛰어나와 내게 묻는다.

" 선생님 ! <집에서> 열경기를 추는 방법은 없어요? "


"  열이 내리는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그런데 열경기하는 중에는 열이 더 올라가는 시점이라 집에서는 금방 열이 떨어지지가 않을거에요. 응급실에 오는것이 낫지요.집에서 열이 금방 내리지 않는데다, 멈추지않을경우에는 항경련제를 투약할수있고,저산소증이 오거나 산증이 오면 교정해주는게 좋으니까요~"

"그 불쌍한 것이,얼마나 상심했을까.....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


간호사는 울음을 그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휴게실로 잠시 들어갔다.

영문을 몰라 무슨일인가 싶어 다른 간호사들에게  묻는데, 다른 이들의 말로는 방금 내게 묻던 간호의 오빠는 아파서 무균실에 입원해 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오빠의 아들내미,조카가 아픈것 같다고 한다.

 열경련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뇌가 아직 덜 자라 열에 과반응을 하는 것이라서, 열경기를 한다고 해도 뇌에 후유증이 남거나 그러지는않는다. 뇌가 성장하면 열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과반응 하는 열 경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나이가 들면 좋아지는 양성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을 뒤집고 몸이 뻣뻣해지고 경련을 하는 것을 목격하는 부모님들은 곧 패닉에 빠질수 밖에 없다.  단발성의 열경련으로 뇌파검사까지 하진않지만,아이의  재발 횟수가 너무 잦아 열경련때문에 뇌파및 MRI 까지 찍어봤으나 다 괜찮다고 했다. 간호사니 더더욱  그사실을 잘 알고있지만, 열경련이 너무  잦다보니 그때마다 피검사를 하고 응급실에 오는 것이 아이에게도 힘들고 불쌍해 내게 물었을 것이다.


한참 울던 우리 간호사샘이  감정을 추스리고,  커피를 타들고 돌아와, 내게 아까 허둥댄것에 사과한다.

" 괜찮아요... 조카가 열경기를 했어요? 걱정 많이 하셨겠다.. "   

 

 사실 그냥, 감기에 걸렸는데 열이나서 열경기를 했어요,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려니 했다.

하지만 이것은 차트상에 남겨질 그런 과거력이고,  차트에는 기록되지않을  과거력에 대해 간호사 담담히 이야기를 한다.



" ... 6개월 전,오빠가 교통사고 가 나서  허벅지까지 모두 절단되었어요....상태가 악화되서 서울 큰병원에 입원을 시켜야겠다고 신촌 세브란스 까지 가 입원을 시켰죠...그런데 아버지마저  오빠를 보러가는 KTX 안에서 심장마비가 와서 돌아가셨죠...."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천벽력같은 이야기, 아들이 갑자기 하지절단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부모들의 심장은 내려앉을 것이다.   

그 아들의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버지는 병원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심장마비 (cardiac arrest) 로 돌아가시고말았다.


이것이 아이의 열경련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다시 아이의 시점으로 나는 다시 사건을 재구성한다.


아이에겐  어느날 눈뜨고 일어난 여느날의 아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두가  분주히 사라져버렸다.

모두가 울고있었다. 엄마도,할아버지도,고모도 다들 울고 있다.

<아빠 어디있어..?>

<엄마는 아빠의 간호를 하러가야해..아빠는 많이 아파... 병원에 갔어..>

<나도 아빠 보러가면 안되..?>

<...아빠는 무척 많이 아파서 볼수가 없어.... 엄마가 아빠 보고 곧 돌아올께...>

울며 말하던 엄마는 그후로 돌아오지를 않았다. 밤이가고 낮이져도, 그리고 또 해가 뜨고 달이 떠도, 엄마는 돌아오지를 않았다. 가끔 찾아오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돌아가신게 뭐야..?>

<할아버지는 이제 여기 안계셔..하늘나라에 계셔..>

<하늘나라..?>

아주 멀고 먼 나라라는 것만 안다.  그렇게 하나 둘 아이 눈앞에서 사라져간다.

엄마도,아빠도,할아버지도.왜 하나씩 사라져가는거야?

고모가 전화를 걸어 엄마를 바꿔주면 엄마는 '아빠가 나으면 돌아올께' ,라고 아이를 달래지만 그것도  이미 6개월이 지났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엄마 전화바꿔줄까,하면,

'싫어, 나 전화 안받을래.' 한다.

엄마는 언제나, <아빠가 나으면 돌아갈께 >라고 하지만 돌아오지않는다. 하룻밤,이틀밤자면 돌아올꺼야...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기다림이나,불확실한 기대가 더 자신을 상처입히는것을 알아버렸다.


그러던 저번주 토요일은 아이가 6개월만에 엄마 아빠를 보러 병원에 가는날이었다. 감기에 걸릴까

두껍게 꽁꽁 입고,외할머니와  기차를 탔다.

아이는 설레어했다. 대구에서 서울 세브란스 병원까지, 4살 아이에게는 길디긴 여행이었지만 엄마아빠를 보러 갈거라는 생각에 들뜨기만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날, 아빠는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서 (아마도 패혈증으로 진행이 되었되어서가 아닐까 짐작된다.) 무균실에 옮기게 되었다,  상황의 변화로 인해 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보지못한 채 다되돌아가야했다.   돌아오는 길 아이는 두꺼운 옷을 입고 식은땀을 흘리기시작했다.

 그것이 병원에 드나들거나 긴 여행동안 사람들과 부대껴  바이러스나 감기가 걸렸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외로움과 너무 큰 실망때문에, (차트에 기재되지않을 내용), 아이는 열이 오르고 온몸을 떨며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런 열경련을 지난 6개월동안 열번정도를 했다.


  4살 남아가 열이 나다 경기를 수분간 해서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 . . . . 그리하여 아이의 진단명은 .....

의학적으로 그아이는 하나의 진단명에 불과하고, 그아이의 상태는 사진과 등록번호와 피검사 결과를 포함한 숫자로 설명될수있겠지만,그러나 그 진단명에 , 그 병의 이름에 그 아이의 외로움과 좌절감이 얼마나 관여했을지는  차트는 설명할수가 없다.


그 불쌍한 것이 얼마나 엄마아빠가 보고싶을까, 얼마나 실망했을까,얼마나 아플까, 하며 우리 간호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두 장난꾸러기의 남자아이들의 엄마인 그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병원 차트의 과거력에는 마음에 관한것이 없다. 정신과 차트가 아니고서는.

최근에 들어서는 "Stress"라는 이름으로 이 마음을 설명하기도 하니 그나마 장족의 발전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음은 사람을 죽일수도 있고, 아프게도 만들수있다. 아들의 불행을 맞닥뜨리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저세상으로 가버린 아버지처럼.

 나는 마음에 대한 과거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아빠를 보지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열이 끓으며 경련을 하던 아이처럼.


"우리 아버지는 원래 혈압이 좀 있으셔서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돌아가셨지요" 라고 말하는것도 진실이고,

"우리 아버지는 극심한 슬픔때문에  심장이 멎으셨어요" 라고 말하는것도 진실일테니까.


"면역력이 약해져서 바이러스 감염때문에 열이 낫겠죠."

"그 아이는 외로움과 엄마를 만나지못한 절망때문에 많이 약해졌어요."

어떤것도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바꾸는 방법(인지치료)을  강의하던 Dr. Aron.T. Beck 을 보기위해 필라델피아에 간적이 있다. 얼마나 잘,효과적으로, 다친마음들을 돌리는 방법을 내게 알려줄까,하는 기대감으로.사실 마음이 아프다가 몸이 아파지고, 다시 마음이 더 피폐해진 친구를 내가 친구로써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고,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을 흥미로워하는 다른 사람들이 전세계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동지애랄까.  인지치료는 말그대로 사물과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지,관점바꾸는 것이다. 상황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부정적인 관점을 바꾸어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것인데,  강의를 들으신다면  많은 분들이, '어,내가 이미 알고있고, 실천하고 있는것들이네,' 할것이다.  단지 다른점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것들을 그들은 강의하고, 책을 만들고,방법론을 만들었다는 것일게다.  그 강의에서 만났던, 남자 정신과의사와 아침을 함께 먹다가  그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왔다는 말에, " 어, 그럼 파울로 코엘료를 알겠네? 그는 한국에서 정말 인기가 많아. " 했더니,  그는  회의적인 말투로 "그는 만나보긴 했지만 재능이 있다기보단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일뿐" 이라고 한다. 난 속으로 그 말은  박하다고 생각했다 .  그의 책 몇구절은 정말로 그 한 문장만으로도 책 한권의 가치가 있었고,내가 가장 필요한때 필요한 말이기도 했으니까.


<하나님은 저 많은 잎들 중에, 단 하나도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았어요..!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라든가

<간절히 원하면...우주는  그 마음에 반응할거야 >(연금술사) 같은 문장들 말이다.


 나 한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대도 대단한데, 사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대단한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한사람이 한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때의 어떤 사람에게는, 굴러내리는 지구를 떠밀어 올려야하는 아틀라스와, 맞먹는 힘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마음을 움직여서,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마음을 움직여서, 슬픈마음이 삶을 좀먹지않도록, 사람에게 힘을줄수있도록, 그래서 살아갈 힘을 줄수있다면...

하고 얼마나 원하고 바래었던지.


마음이 지구를 움직이고 삶을 움직인다.

누구나 혹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것은 삶을 움직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걸.

마음- 내가 차팅하지않을 마음의 과거력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지않기를 바란다.  슬프지않았으면 좋겠다.  불행들이 소소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이야,사는건 동화책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 쓰디쓴 나날들도  있어.

그러나  그래도 사랑하는 것들이 있어서 살아가는거니까.

네가 어른들에게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줘. 아빠에게 살아갈 의미가 되어줘. 더 힘차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C.C (주소) : febrile convulsion (열경련)

                type: tonic clonic  (근간대성)

                eyeball deviation (+)  upper right gazing (안구 우상측 편향 있었음)

                for  4 minutes  (4분간)

                 poset ictal sleeping (+)  경련후 수면있었음

                 6개월간 이번이 10회차

PHX (과거력) : N-S.  특이사항 없음.


(차트에 기재되지않을 과거력) 6개월전부터 아버지와 엄마와 떨어져있음. 친조부 6개월전 사망.

현재고모집에서 돌보아지고있음.    날마다 돌아올 아빠를 기다리다 실망하고있음.이번 이벤트는, 아버지를 보러갔다가 부모님 둘다 보러오지못한 기차안에서 발생함. )

                                                

P/E(신체검진) : no focus for fever. very slight pharyngeal injection.

                         ( 열날만한 원인이 보이지않음. 굳이 찾는다면 인두발적이 약간 있음. )

Treatment(치료)

차트에기재될내역: hydration, valium for prevention, antipyretics

.


(차트에 기재되지않을 치료내역: 화요일,엄마가 아이에게 돌아왔다. 6개월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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