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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Mar 02. 2016

아가들의 투쟁2

-기적과  아이러니 사이.

2011.11.2

아이러니1: 

산모는 아가를 유산시키려고 별별 짓을 다했다. 의도적으로 계단에서 구르기도하고, 담배를 무수히 피우기도 하고,술을 많이 마셨으며,남자들과 많은 섹스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아가의 폐를 더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같은 개월수의 태아보다 아가의 폐는 22주의 나이에도불구하성숙해있는 편이었다.

일반적인 530g 의 미숙아라면, 아가는 태어나는 즉시 죽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의료진들은

이 아가의 폐가 일반적인 미숙아보다도 더 성숙한 것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cortisol이 폐의 성숙을 촉진하여, 생존을 도왔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미숙아들의 경우 보통 비슷한 계열의 호르몬제제를 폐 성숙 촉진 주사로 맞고 태어나게 하기도 하는데, 아가는 그 어떤 치료도 받은적이 없었는데도 그 이상의 폐성숙이 이루어져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러니칼 하게도, 나는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라는 케케묵은 말을 떠올렸다.      


아이러니2 :


산전 케어는 커녕 아가가 죽기를 바란다는 산모에게서 갑자기 아가가  태어난다는 콜을 받고 달려가던 레지던트(나-)는, 사실은 그 아이의 삶을 끝내려고 달려가고있었다. <어차피 수술방에서 살아나지 못할 아기라면 Table death( 수술방테이블에서 사망선고하는 것 )를 선언하고 나와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 편이 법적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가장 깔끔하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아가 엄마는 수술방에서도  < 아악 ! 아프니까 ,<그거> 빨리 빼줘요 !> 하고 악을 쓰고있었는데, 그런데 그 여자의 다리 밑으로 빠져나온 아가가 그렇게 갑자기 미약하게 울기 시작한 것이다.

첫 울음.

 아가의 첫울음은 세상에 태어나 엄마와의 개별적인 순환과 호흡을 시작하면서 폐의 양수를 흡수시키고 양압을 줘서 폐가 펴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울면안되,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 하지만 울음은 필요하다.

울지 않아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누구도  제태연령 22주 3일의, 온갖 의도적인 스트레스를 다 겪은 아가가 멀쩡히 울음을 터뜨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수술방과 신생아중환자실의 모두가, 그 어미되는 자까지 그 아이의 죽음을 준비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그 아가는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단 한명의 레지던트와 교수가 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물론 신생아 중환자실의 규모는 왠만한 타 대학병원과 비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병원이긴 하지만 )병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출생을 한 것이다.      

아이러니 3 :

그 수술방으로 달려가 “ 숨쉬어 ! 죽으면 안되 ! ” 하고 아가에게 인튜베이션을 하고, 바로 실낱만한 제대정맥에 관을 꽂고 물을 주고 살리려던  2년차 여자 레지던트는, 사실 그당시 그 자신은,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질려 스스로 살 기운도 별로 없다고,심각한 우울감에 빠져, 기회만 되면 어떻게 할지만 방법만 모색한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무척 몸도 마음도 힘이 들었고 , 규모에 비해 인력도 부족했으며, 오프(집에 갈수 있는 날)는 무척 적었다. 3일만에 집에 한번 가는 날도 제시간에 나오긴 힘들었고, 사귀었던 친구와는 싸우기 일쑤였고 결국 몇차례 싸움 끝에 서로 나가떨어져 치를 떨며 헤어졌다. 외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레이코도 자신에게 무관심하다며 메일을 보내 화를 냈고, 폐렴을 앓고 난 직후라 기침도 끊임없이 나왔다. 햇빛을 보는 시간 따위는 절대 없었다.지하에서 새벽일을 시작하고,저녁까지도 병원에서 먹고 잤으며, 오랜만에 샤워를 하다가도 분만실 콜이 올까 두려워 안절부절하면서 뛰쳐나왔다.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요구 당하는것에 지쳐있었고, 얄팍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도 지쳐있었다.누구도 그런 곰팡내 나는 상황을 이해해 주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못하는 공간안에 있는 것에 지친, 외로움에 지친 그녀가 절박하게 그 아가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번개같이 손을 놀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러니 4:


아가가 살아남았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아이의 얼굴을 보고싶지않다고했다.돈이 없으니까 , 빨리 죽게 해달라고도 말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unwanted baby>였다. 아가는 만삭을 채웠대도 돈받고 입양보낼 계획이 잡혀있었는데, 미숙아여서 입양도 안될거고 돈만 드니까 죽는게 좋다고 했다.

문제는 이 아가가 내가 턴 체인지를 할때까지도 부모들이 너무도 생존을 간절히 바라는 아가들보다도 잘 살아남고있었다는 거였다. 아가가 팔다리를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동안 어머니와 법정대리인은 아가에 대한 모든 치료적인 절차와 투약을 포기하겠으며 더 진행하지 말라는 각서를 우리에게 넘겨주었고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올 때마다 왜 아직도 살아있느냐는 타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치료를 중단할 수 없었던 건 아가가 너무 잘 살아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난하지만 아가를 정말 살리고 싶어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살아남은 아가들이 남기고 간 약을 몰래 써주는 경우도 있었고,사회복지과와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아기는  비싼 약들을 절대 쓸수 없다는 강경한 부모의 말에 따라, 그 이상의 치료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아직도 아가가 살아있음을 볼때마다, 의료진들을 비난하고 떠났다.      


아이러니5: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가가 생존하게 했던 마법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 아가에 대한 모든 처치들은 내가 시술을 했던 어떤 때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아주 작은 턱과 목안에 아주 얇은 기관(Trachea)에 즉시 인튜베이션을 할 수 있었고, 즉시적인   폐 계면 활성제( 미숙한 폐를 성숙시켜 더 폐가 잘 팽창하여 숨쉴수있게해주는 물질 -소나 돼지등의 동물로부터 추출해낸 약제. 아직 미숙한 아가들은  폐가 뻣뻣하여 출생후숨쉬기가 어렵다.)투여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얇은 정맥엔 처음 시술해보는 내가 가늘기 짝이 없어, 보이지않는 아가의 혈관에 성공적으로 중심 정맥관과 배꼽정맥관을 삽입할 수 있었다.  자랑스러웠다.  이때의 내가 생각하기에, 아가는 정말 우연적으로라도 이 모든 치료적인 과정에 그만치도  순응하는걸 봐서는, 정말 정말 살고 싶었던 것만 같았다.  이 아기를 살리는 모든과정이 이렇게 잘 이루어졌는데,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이었던것처럼 아가를 포기하기가 힘들었다. 나의 바람도 간절해지자, 때론 저 멀리, 여기 이 지하 어두컴컴한 NICU(신생아집중치료실)엔 도무지  안 내려오실것같은 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했다.

누가 이 장면들과 운명들을 뒤에서 움직이고 있는것이고 우리는 puppet (꼭둑각시)에 불과한것인가?

 우리들은 “ 이건 단지 하나의, 아니 혹은 두 번의 우연일 뿐이야. 음.. 아니면 세 번째 우연일 뿐이야. 어 또 그렇다고 ? 음 그렇지만 어쨌든.. 우연의 연속일 뿐이지. ”

이렇게 말하는데 익숙해져있고, 우리는 절대로 매일 매일의 기적의 존재를 믿지않는다.

삶에 찌들고 우울함에 지쳐있던 나도 기적의 존재를 믿지않았는데,  그 자조감속에 단 하나의 기적을 바라듯이, 이 아가가 살기를 바랐던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내가 그 아가를 수술방에 내버려 두고 왔어야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22주짜리 아가는 이 작은 병원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것이고 나는 단지 CPR장소를 수술방에서 NICU 로 옮겨오게 될뿐이고, 당직자들의 잠을 설치게 만들뿐일테니까. 물론 나도 그와 같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항상 그렇듯이, 아가들이 죽어가는 많은 일들중 하나일거고 지금과 같은 케이스는 더더욱 그럴꺼니까.  하지만  그아가가. 저기서 울고있어서, 그게 단 하루의 울음일 뿐이라도 죽어버리게 할 수가 없었다.  80년을 살아가는것과, 1일간의 삶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아직  모르는 탓이다.   어떤 벌레들은 단지 노래부르려고,한철을 위해서 7년을 참는데, 어떤 존재들은 단 하루만 살고 죽기도 하는데...  산소도라도 떨어지면, 혈압이라도 떨어지면 포기하자,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가는 내가 턴체인지를 할때까지, 혈압도, 산소포화도도 흔들리지않았던것이다.

 피부의 각질층이 거의 없어 맨질맨질한 물고기 같은 아가의 살갗사이로 조금씩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고있었고, 수분을 유지해주어야하기에 인큐베이터안은 수족관 같았다. 모친의 강한 요구로 인해, 생존에 필요한 약들과 연명치료들을 중단해야했지만,인큐베이터 케어만큼은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들은 차마 중단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분당으로 가야하여, 레지던트의 턴 체인지가 이루어지고 나서, (레지던트들은 2달동안 각 병원의 순환 근무를 하며 다른 지점으로 감)  아가가 3일을 더 살고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다면, 억지로 엄마가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아가가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모든것이 사람들의 예상대로 되지않았던 순간들을 보여주고 떠났던 이 아가에 대하여 기록할것이다.  아주 작은 투쟁에 대해서.

아가의 단 며칠간의 삶이라도 기록된다는 의미라도 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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