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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Mar 06. 2016

아가들의 투쟁3

 -그리고 우리들의 투쟁.

 

NICU의 요람위에서 잠들어있는 아가, 퇴원을 기다릴만큼 건강해진 아가. By갤노트2



Q:어떤 곳 좋아하세요?


A:....저요 ?   천장이 높은 곳이요..홍대앞에 AA museum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기타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곳인데,  천장이 아주 높고 넓어요. 음...그리고 뱅뱅사거리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그 스타벅스도 다른 지점보다 천장이 높은 편이에요. 에 또... 수지성복동에 Zoo coffee shop이라고 천장이 높고 아주 넓어서 좋아하는 커피숍이 있었는데,  이젠 없어져버렸네요.. 혹시 잘 아시는 천장이 높은 곳 있으세요? 여러곳 알아놔야, 숨이 막히는 비상시에 쓸 수 있거든요.


Q: 아담한 곳이나 아기자기한 곳은  좋아하시진않은가봐요?

A: 아.. 네... 왠지 공기가 아주 많아보이고 숨 쉴 구멍이 많아보이는것이 안심이 되서요...

      한숨을 좀 많이 쉬는편이라...


extincted zoo coffee shop

*

 우리 병원의 nicu는 지하에 있는데, 이 곳에서 하루종일 나오지않다보면 비가 오는지 해가 드는지 폭설이 있는지 알길이 없다. 천장은 낮고,창문도 없다. 바이탈 사인을 알려주는 모니터에서 나는 소리는 스탑워치를 틀어놓은것처럼 늘 불안하다.  지상과 지하 세계만큼의 중력이 더 지워진 것 같았다.


이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바뀌면 모두가 아주 불안한 밤 보낼것이기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우리 교수님의 조카라는 한nicu 의사는,우리가 일하는공간을 참관하고는   놀란 눈치였다.그들은 12시간 일하고 48시간의 오프가 있다고했다 .우리는,60시간을 일하고 12시간의 오프를 준다 . 인력이 부족해 어쩔수  없었다. 윗년차나 아랫년차가 휴가를 간다면 7 ,8연당을 서고  집에 다녀올 수 있기도하다.그러면 168시간~192시간을 일하고 12시간의 휴식을 얻는다.  분당으로가면 36시간을 일하고12시간 오프지만 전담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더 좋지않다.

   

미국 대학병원에 연수가셨던 교수님은, 그곳의 nicu는 교수님들은 6개월에 1주정도 NICU 전담 하고, 레지던트들도 밤당직은 따로있고도 하루걸러 full time off (24시간 오프)를 주더라고 말씀하셨다. 최첨담 장비에,심한 아기는 전담 간호사 한명, 호흡기 치료사 따로, practice nurse 따로 1명이 1명을 보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40-60명정도의 NICU에 펠로우6명정도이고 .


비교하긴 싫지만 우리는 , 15~30(현재30베드로 늘렸다.)베드를 레지던트1명과 교수님 혼자서 담당하고... 40베드인 분당에 가더라도 레지던트 두명이서 교수님 두분과 모든것을 감당한다. 펠로우도 없다. 그러다보니 유독 신생아실 교수님들이,신생아집중치료실의 nurse들이 자주 아프다.임신한 간호사들도 조산하거나,주수에 비해 작은 아가를 출산하는 일도 많았.

   3교대로 늦은밤 일을 시작하고 당직을 밥먹듯이 하는 간호사들,새벽에도 공휴일에도 아가들의 상태에 대해 보고를 들으시는 교수님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까. 나 역시 푸르딩딩해져있었다. 허풍 약간 섞어 잠시 오프나오면 난 투명인간이 되어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않고 다닐수있었다.  살갗이 투명한 심해어처럼 .

-빈혈도 vitamin D 결핍도 심해져있었다는 사실은 몇년후 , 넘어져 다리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에 피검사에서 알았다.-


*

   그 와중에 나는 오더를 내고 있다. 잠시 안정적일때 할수있는 정규 작업이다. 내일 얼마만큼의 수액을 아가에게 주고,오늘 내일 사이에 1cc더 먹일 양을 늘려줄것인지를 교수님과 회진후에 결정한 후,오더에 반영한다.

수능 수학은 한두개 실수해도 그러려니 당연하게 여길정도로 어리버리한 나였으나,신생아 아가들은 몸이 너무 작기때문에 수액도 과부하가 걸리면 안되기에 수액계산도 약 농도계산도 매우 주의했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계산을 해주어야한다. 생리식염수에 희석시킨 도파민  0.15cc /hour 속도로 지속적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이런 식의 오더다.


*이런 소심한 오더를 매일 매일 내다보면,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한다.

어느날 내 오더가 모두를 빵터지도록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는데, 이와 같았다.

병동인가 응급실에 있던,숙변이 가득차있던 20kg은 되는 큰 아이한테

-Enema 0.7cc 글리세린 + 0.7cc 생리식염수 over 1hr

그말인 즉슨   똥꼬를 막고, 한시간동안 관장약을 정말 아주쬐끔씩 천천히 넣어서 관장해주세여 =_=  ...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의  이교수님은 한때 많이 아프셔서, 간이식까지 갈뻔하셨다. 당시 hepatic coma (간성혼수)가 왔었는데, 면회를 가보니, 그 정신놓으신 와중에, 다시 레지던트때의 기억으로 돌아가, 병실에서 끊임없이 수액속도 계산을 하고 계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 다른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무 숭고하지않니? "

마음이 아팠다. 신생아실 근무자들의 무의식 심해에는 nicu의 작은 요람에서 자라고있는 아가들이 항상 유령처럼 떠도는걸까?   

 

*

힘들다. 숨막힌다.

그러나 이런말들은 지나갔기에 할수있는 말들이다.

중학교 1학년때,사춘기가 막 시작되었던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기 시작했을때, 이런 구절이 있었다.

"와타나베, 자기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것은 비열한 짓이야 "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구절은 읽은  이후부터 내게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않았다.

다들 힘든데 나만 힘든 줄 아는, 비겁한 인간이 되지말자고 무던히도 노력을 해왔는데 잘되지않았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대신에,  니큐(신생아집중치료실)의 홀로 있는 시간동안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들을 하며 놀았다. 우리들은 지하 수족관을 돌아보며 어항을 사이에 둔 클레어데인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어항속의 아가들을 사이에 두고 아가가 발레하는것,하품하는 것, 간호사가 먹여주는 분유를 아주 잘 먹는것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밤새 인튜베이션 튜브를 쪽쪽 빨다가 어느순간 휙 ! 고개를 돌려 퉷,하고 튜브를 빼는것을 익힌 아가들에게 다시 튜브를 꽂아주며  아가가 꾀가 늘었다며 기특해했다. 아직도 residual(관으로 분유 먹이다가 아가가 남기거나 게워낸 것-)  에 피가 맺혀있어  수유를 시작할수가없어 입으로 먹이지못하고 주사액으로만 영양수액을 넣어주어야하는 ...애처롭게도 빨고싶다고 먹고싶다고 서럽게울다가,울다 지쳐 눈이 뜨지도못할정도로 퉁퉁부은아가를 둥기둥기하면서  달래며 놀았다. 좀 좋아진 아가들은 인큐베이터에서 발레하듯 팔다리를 뻗으며 활발히 움직였고 , " 어머! 얘 다리 뻗는거봐~아예 인큐베이터 뚫고 나갈 기세야 ! " 하며 여고생들처럼 좋아라했다.  


여러가지 내기를 하면서도 놀았다.

1.저 멀리서 우는 아가의 울음소리를 듣고 왜 우는지 맞추기-울때 짜증낼때 장난할때도~

->  배가 고픈지, 배가 아픈지,사람품에 안기고 싶어서인지,주사에 찔리고있는중인지,기저귀가 푹 젖어서인지

    보지않고도 맞힐때가 많아졌다.


2.소수점 첫째자리까지 아가 손으로 들어보고 몸무게 맞추기  

  -> 2011년도 기준으로 정확도가 꽤 높다.

3.아가가 왜 갑자기 cyanosis가 오는지 맞추기 .

4.금일 아가 lab한 다음 결과 나오기전 오늘의 Hb 빈혈수치 맞추기

5.금일 아가 lab한 다음 결과 나오기전 오늘의 Tb 황달수치 맞추기

6.리쌍(가요)을 들으면서 PCVC(Percutaneous central venous catheterization : 중심정맥관) 를 하는게 빠른지 그냥 하는게 빠른지 -> 결론적으로는 비슷했다

7.짜짜로니 feeding 당하면서 미비쓰는게 빠른지 공복상태에서 미비쓰는게 빠른지

  -> 먹으며 하는것이 빠르다

8.인큐베이터 아가의 시야에 어른거리면 아가가 울음을 그치는지 안그치는지 까꿍놀이 등등

 -> 50% 50%.

9.오늘의 야식은 무엇으로 할지 ,누가 쏠지 사다리 타기.

-> 토요일 저녁 8시 로또방송 보는 마음으로.

-내가 좀 많이 쐈는데, 다 마통이 있어서 든든한 마음으로 그랬습니다.


같이 라면을 부숴서 라면수프가루 뿌려먹으면서 우리들은 같은 공간안에서 같이 키우는것들이 있어서,

우리의  아가들을 키우기위해 고군분투하고 괴로워하고 행복해했죠.

그 시절 아가들에게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못자면 당직방에서 대신 재우는 핑코.               Pinko,the elephant who sleeps instead of me when I can't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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