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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애 Mar 10. 2017

자유와 행복을 위한 가르침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우리 사회는 '아들러 심리학'에 주목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아마 너희들도 [미움받을 용기]는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거야.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 같은 저자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먼저 읽는다면 아들러가 말하는 '목적론'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어떤 관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 무턱대도 책을 읽는다면 그 내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거나 판단하고, 사색하는 게 힘들거든. 무조건 저자가 하는 말이 옳다고 여겨지고,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지. 물론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은 어느 정도 완성된 견고한 생각들의 집합체일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 의견, 관점을 중심에 두고 저자의 생각, 의견, 관점을 자신의 것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해.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말이야.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과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대학에서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하면서 행복한 삶에 대해 탐색했다고 해. 그런데 서양 고대 철학과 같은 '목적론'의 관점에서 행복과 자유에 대해 탐구한 아들러의 책을 접하고 나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지. 그래서 아들러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자신이 찾았던 행복에 대해 해답을 얻게 되어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하고, 왕성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통해 일본의 수많은 청년들을 상대로 심리 상담 활동을 펼쳤다고 해. 이쯤 되면 궁금하지? '도대체, 아들러의 목적론에 뭐길래?' 자, 이제 설명해줄게.


"아들러 심리학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우리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인지론이다. 그리고 문제가 '어디에서' 생겨났는가를 문제 삼는 원인론이 아닌 '어디로' 향해 가는가를 중시하는 목적론이다."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쉽게 말하면, 아들러의 목적론은 심리학의 거장 프로이트가 전면으로 대치되는 관점이야.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을 거야. 프로이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 방어기제, 트라우마 등이 아닐까. 프로이트 심리학의 가장 큰 특징은 유년시절의 경험이 나머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결정적이라는 점이야. 그래서 그로 인해 심리적, 정신적으로 병적인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은 무의식에 내재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도록 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심리학자야. 아들러는 그런 프로이트의 원인론에 반기를 든 거야. 아들러는 유년시절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인해 고민과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트라우마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해. 그는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나 상처에서 비롯된 '원인'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더 결정적이라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에는 철학자와 청년이 등장해. 철학자는 아들러의 목적론적 관점을, 청년은 그 반대인 원인론적 관점에서 묻고, 답하지.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토론에 가깝지만 다소 감정적인 부분도 있어서 논리적이지만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분히 논리적인 흐름으로 전개돼. 대화에 등장하는 청년은 스스로가 불행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철학자는 불행한 삶은 청년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그 선택이 어떤 식으로든 청년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여전히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청년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닌 자신이 어떤 정서와 생각을 목적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그래서 철학자의 생각에 끊임없이 반론을 제시하지. 그런데 철학자도 만만치 않아서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지. 그 대화 속에서 청년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당황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회피하고, 도망치면서 이겨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게 돼.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일세.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지만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과 관계에 의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그런 상처에 너무 주목하게 되면, 그 때문에 자신이 불행한 상태에 놓여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리화하기 쉽지. 상황이나 환경 그리고 남을 탓하는 것은 자신을 탓하는 것보다는 조금 덜 고통스러울 수는 있어. 하지만 자신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잖아. 자신이 이겨내고, 극복해야지만 변할 수 있는 것들. 그래서 아들러는 원인주목하기보다는 합리화함으로써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위안이나 위로로 인해 안주하고자 하는 '목적'을 타개하는 의지를 강조하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신이 '목적'한 바를 자각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단정 짓는 행위는 아니라는 점이야. 상황과 환경, 혹은 타인의 잘못으로 인한 불행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이 온전히 자신 때문이라고 여긴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겠어.


이 책에서 청년이 부당하거나 억울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그 때문이었지. 아들러의 목적론에 입각한 철학자의 말들은 자칫 잘못 이해하면 스스로를 탓하라고, 온전히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말처럼 느껴지거든. 그래서 철학자는 계속 당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지.


"아니, 자네를 탓하는 게 아닐세. 오히려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으로의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라고 말해주는 거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자네라고 말일세.'


정말 우리의 탓이 아닐 수도 있어. 삶의 수많은 변수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으니깐.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선택한 적이 없지. 우리가 부모를 선택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로 인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요소들이 있다고 한들 우리가 한 선택까지 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지. 어쩌면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조차도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발생한 부수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면서 용기 내지도, 노력하지도 않았을지 모르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아들러 심리학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될지도. 어쩌면 '과거는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 네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라는 말은 노력을 강요하는 말이 아니라 '네 탓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될 수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까지 응원해주니, 좋은 책이지? 우리가 원한다면 뭔들~! 안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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