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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Nov 04. 2024

활동가 가족의 주말일기

-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300일 문화제 다녀오기

토요일 아침 9시에 눈을 떴어요. 9:30에는 구미로 출발하자. 단풍철이라 차는 더 막힐 거라 전날 짝꿍과 얘기 나눴지만, 전날도 일에 가사와 육아에 뭔가 빡빡했을 거예요(스케줄표를 봐야 해요. 활동가들은 그리 바쁘게 산답니다.)


피로에 늦잠을 잤으니, 짐은 부랴 쌌습니다. 아이가 앉을 아코디언의자(놀이공원에 가서 앉으려 샀지만), 세면도구, 잘 때 입던 옷, 차에서 먹을거리... 여행 가방은 사치고 큰 타포린백에 그냥 던져넣었어요. 아이 책 네 권에 그림도구, 다이어리 왜 짐은 더 있었지만... 일단은 대강 넣고 차에 떠났습니다.

집에서 구미까지 예상은 4시간, 서울에서 떠난 구미옵티컬로 가는 연대버스도 차가 막힌다고요. 먹튀자본 니토텐코에 맞서 두 여성 노동자가 고공에 오른 지 300일, 7명의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해야 한다고 전국에서 연대버스, 연대차량이 출발했습니다.

https://www.newsmin.co.kr/news/110353/


마침 구미는 단풍철이었고, 구미라면축제였다구요. 오로지 “이겨서 땅을 밟고 싶다”:‘는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를 연대하고자 왕복 10시간도 기꺼이 오른 이들이 구미 공단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이 화재로 어설픈 공장을 무지개 깃발로  장식 해두었더라고요.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마음 담아서요. 이윤엽 판화가의 그림도 힘찼습니다.

먼 길 온 이들에게 따뜻한 가래떡을 내밀고 차를 나눠주고 연대의 리본을 주었습니다. 아이는  색색깔 예쁘다며 얻었지만 사실 세월호 아리셀 이태원참사 등 참사를 기억하는 노랑 하늘 보라색 등의 리본들입니다.

무지갯빛 의자에 앉아 가래떡 먹으며 아이가 종종 질문을 합니다.


여긴 왜 왔어?

저분들은 왜 옥상에 올라갔어?

사람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짝꿍과 교대로 대답해 줍니다. 그러게 왜 노동자가 왜 옥상에 올라가야만 했을까...

앞에서 나오는 노래, 장식,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신기해합니다. 놀러 가는 줄 알고 따라온 아이에게 좀 미안하지만, 다행히 얼굴이 익숙한 활동가 이모 삼촌이 반갑게 대해줍니다. 아리셀 참사 추모 문화제에서 얻어온 짝짝이도 간간히 흔들면서요.

노을이 집니다. 떠들썩했던 문화제가 끝나고 연대버스가 빠르게 정문을 통과하는데 남아있을 이들이 서운할까 자꾸 손 흔들어 인사했습니다. 아이도 눈이 부신지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쳐다봅니다.


이제 아이가 기대할 구미 이모네로 갑니다. 감도 따고, 멍멍이도 만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납니다. 덕분에 저흰 가족을 만나는데, 박정혜, 소현숙 님도 추운 겨울 전 얼른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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