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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KE Dec 22. 2024

22년 전, 당신의 편지에 답합니다.

군인 아저씨,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 오랜만에 어린 시절부터 모아 온 편지들을 조금 읽어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군인 아저씨들께 정성스레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요, 예쁘게 적은 제 손글씨에 화답해 주셨던 그분의 편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글씨가 정말 예쁘고 귀엽고 밝았어요.



2002년, 벌써 22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21세셨던 그분은 스스로를 아저씨라 칭하시면서도, “오빠라는 호칭이 더 듣기 좋겠다”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군인 아저씨들이 무섭거나 엄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 때로는 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려주셨습니다.


군 생활도 힘든 점들이 많을텐데 제게 오히려 응원을 주는 말들을 담아 주시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친구와 함께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는 말도 덧붙이셨어요. 정이 있는 분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아마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편지 말미의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문장은 상투적인 문구일 수 있지만, 그 분의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전혀 일면식 없는 분의 편지, 그리고 응원이 일생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지 내용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종종 제 마음에 떠올랐던 것 같아요. 의미를 곱씹을수록 참 특별하게 여겨지곤 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니까요.




이제 그분은 43세쯤 되셨겠네요.

어떤 집안의 가장이 되어 계실까요? 아니면 본인망의 삶을 꾸려가고 계실까요?


어느 국밥집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제가 감사의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그 분은 기억조차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그 편지를 통해 간간히 마음에 따뜻함을 전해주고 계셨으니까요.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이 느껴지네요.



요즘의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이런 편지를 주고받을까요? 이 펜팔은 ‘응원’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참 뜻깊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학교를 떠난 뒤, 낭만을 어디서 어떻게 느끼며 살아야 할까요?


문득 아날로그와 그 낭만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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