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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Sep 29. 2020

남편의 육아휴직 1일 차

남편의 육아휴직은 큰 결심이었다.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 고민했고

쓰기 직전까지 과연 잘한 결정인지 계속 고민했다.


남편의 회사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한 기업으로 육아휴직은 곧 이직하려는 자 혹은 창업하려는 자로 간주됐다.


단순히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사유가 되지 못하고 아내가 암에 걸렸다 정도는 되어야 회사에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인지, 남편의 후배는 멀쩡한 아내를 암이라고 말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고 한다.


남편 회사에서는 여러 번 남편을 회유했고, 내가 파트타임에서 풀타임으로 전환되려던 게 차질이 생기는 등 결심이 흔들리는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어쨌든 남편은 육아휴직을 무사히(?) 쓰게 되었다.


남편의 육아휴직 1일 차.

잘했다는 걸 깨달았다.


집안에 돌던 기운이 달라졌다. 생기 없던 집이 사람 사는 집 같아졌달까. 일단 엄마 출근길에 아이가 울지 않았다. 남편은 적성에 맞는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게 되었고, 화가 사라졌다.


반대로 최근 나의 야근이 늘며 짜증의 횟수도 같이 늘었지만 남편은 모두 허허허 웃으며 범퍼 역할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막장드라마로 전개될 일도 금방 마무리됐다. 


나는 끊긴 것 같던 내 커리어가 이제 다시 좀 이어지려나 싶어 마음이 비 온 뒤 하늘처럼 개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꽉 조이던 청바지 단추를 풀 때처럼 온 가족의 숨통이 트이니 좀 살 것 같다.




나라에서 아빠의 육아휴직을 독려하기 때문에 지원금도 많이 나오고 최근에는 그 수가 늘어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아빠라고 하는데 주변에선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현실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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