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고 나면 가벼워지리라.
내일이면 동지다.
동지는 음의 기운이 가장 극대화되고 양의 기운이 태동하는 날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이 날을 더욱더 특별히 여겼다고 한다. 주역의 가장 유명한 구절에도 나오지 않던가 물극필반 (物極必反 - 사물의 전개가 궁극에 도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 혹은 주역의 24번째 괘인 지뢰복(復)도 있다 Turning Point, 한겨울 혹한 속에서도 따뜻한 봄, 양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불현듯 나는 미래의 내 배우자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 그 불안이 실현된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라이트 한 버전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브런치에 올려놓은 과거의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니 과거에도 지금과 비슷한 주제의 글들을 써왔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점은 그때 쓴 글들에는 '불안'이 내재되어 있었다. 앞으로 더 나쁜 일이 생기면 어쩌지, 제발 그런 일들아 생기지 마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고통이 오더라도 수용하겠다'로 전환하였다. 그 고통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그 모든 것을 다 수용하겠다. 그리고 그 어떤 순간, 어떤 국면에서라도 내 삶에 감사하다. 왜냐면 삶이란 그 자체로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숙제,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만약 각자가 짊어진 그 인생의 무게를 남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던지 회피하려고 한다면 더 큰 인생의 카르마로 본인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도 그 숙제가 주어지게 된다. 더구나, 그 숙제는 사라지지 않고, 여기에 이자까지 붙어서 내가 더 고통스럽게 갚아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자기 인생에 주어진, 지금 당면한 그 숙제를 결코 회피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한다. 그 숙제를 아직 기력이 팔팔한 지금 겪게 되어 너무 감사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니 그 무게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너무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 되니, 너무 빨리 갚으려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나는 그렇게 저절로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 지금 내 인생 시점은 동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대 지금 힘든가? by 윤재윤
그대 지금 힘든가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겨보라
너무 애쓰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샘은 저절로 솟으며
풀은 저절로 자란다.
그대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