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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삶의 구원자

Wonderwall

by 따뜻한 불꽃 소예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

- Oasis [Wonderwall]


아이와 화창한 가을 날씨를 즐겼다. 가까운 해변으로 나가 고동을 잡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가 바로 나의 wonderwall이었구나.

삶을 자꾸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구원해 주는 동아줄 같은 존재였구나.


맑은 하늘과 서서히 지는 해가 퍼뜨린 로즈빛 노을 아래,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바위틈 사이로 고동을 찾으러 다니는 아이의 얼굴은 반짝였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오랜만에 평온함을 느꼈다.


순간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시 삶의 동아줄을 잡고, 이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야겠구나.


수없이 내가 미워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살고 싶고, 활활 불타오르고 싶기도 했다. 내 삶에 최선이고 싶다는 의욕도 생겼다. 그래서 아침이면 나가 한 바퀴씩 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벽 3시가 되면, 다시 안갯속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처럼 불안이 몰려온다. 낮 동안 애써 눌러온 걱정과 불안들이 그 시간에는 나를 삼키곤 한다. 그 순간, 낮 동안 불태웠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어제 새벽에는 오아시스의 Wonderwall을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그래, 내게 남편과 아이가 나의 원더월이었구나.


유튜브 속 드러머의 모습이 이상하게도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열정적인 손놀림, 단단한 눈빛 속에서, 한때 내게 힘을 주었던 남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어쩌면 다시 돌아가도, 나는 지금의 남편을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는 내 원더월이다. 그리고 내 아이도 또한 나의 원더월이다.


불꽃

불은 견고하고 매끄러운 차돌멩이 안에도 있고,

말라죽은 나무토막 안에도 있고, 안개 같은 공기 속에도 있다.

다만 그것이 부딪히고 마찰을 일으킬 때에만 불꽃은 눈을 뜨고 일어난다.

불꽃도 열매를 맺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영혼 속에서.

불꽃을 태우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암흑의 밤이다.

- 이어령-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지금의 암흑의 밤은 분명히 내 인생의 불꽃을 일으키는 힘이 될 것이다.

내 곁의 원더월들과 함께라면, 나는 다시 살아갈 불꽃을 지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