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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다시 두근거리고 싶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예전에 한 동료가 그랬다.

요즘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라곤, 잘못 보낸 회사 메일을 황급히 리콜하려고 애쓰는 순간뿐이라고 말했다. "기다릴 만한 일이 없는 삶"이라고 말했지만, 그 무심한 평온함이 나는 부러웠다.


나에게는 매일 아픈 사람의 얼굴과 몸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이 또한 내 삶의 여정 중 한 과정일 뿐이라고 스스로 다독여보지만, 때로는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달렸다.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공기에 스며든 겨울의 냄새, 그리고 저 멀리 바다 위로 번지던 붉은 햇살.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잠시 현실로부터 떼어내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며칠 전 경주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다.

대릉원 근처의 돌담길을 걷다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Let's go to Paris for Christmas this year"라는 가사가 흐르는 캐럴송이 나오고 있었다. 11월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따뜻한 커피잔에서 올라오던 김, 그 순간의 공기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가슴 한편이 두근거렸다.


그 카페의 한 모퉁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We hope you gain something from here.

아마 나는 그 문장을 정말로 가져온 셈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조명 아래 작은 트리를 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지금의 현실에만 매몰되지 않고, 아주 작게라도 마음의 방향을 앞쪽으로 두고 싶다.

한 걸음, 그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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