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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란 무엇일까

그냥 가만가만 옆에 머무는 일

by 따뜻한 불꽃 소예

위로란 참 따뜻하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른다.

그 어색함을 깨기 위해 쓸데없는 말을 꺼내고, 조언을 쏟아내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며 주도권을 가져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직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방에서 말기암 환자에게 열려 있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다. 완화치료를 다루는 병원도 적고, 심지어, 대학병원과 국립병원에서도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를 거절하는 병원이 많다는 사실이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다.


나는 또다시 컴컴한 지하실에 홀로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침, 밥을 하며 부엌 창밖을 보았다.

저 멀리서 주황빛 태양이 강렬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안 되겠다. 저 태양 빛을 받아야겠다.'

급히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왔다. 니체의 그 문장처럼.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붉은 태양의 위로를 받았다.


위로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옆에서 온기를 나눠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류시화 시인의 [눈의 영광] 속 그 시처럼,

나 역시 지금 내 안의 불 한 점 켜고

흙의 어둠 속에서 출구를 더듬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은 위로를 온기로 삼아

내 계절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눈을 녹이고 내 꽃을 피울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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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오노독사: 눈 녹을 무렵 피는 꽃이란다. 프롬: 류시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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