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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 Feb 19. 2021

오코노미야끼를 찾아서

방구석 여행

여행 허기

치앙마이행 항공권이 취소된 지 1년이 지났다. 팟타이 등 태국 음식을 사랑하고 예전에 다녀왔던 태국 여행 경험이 너무 좋아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최근 내 유튜브에 세계여행 중에 그 질병(코x나)이 퍼져, 태국에서 생존하고 있는 분의 영상을 처음부터 보고 있다. 3천원짜리 팟타이를 먹고 치앙마이와 끄라비에도 한 달씩 사는 모습을 보니, 1년 전 그 아쉬움이 다시금 몰려온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보다는 예전에 다녀왔던 여행지를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감하고 그리워하거나, 내 사진 클라우드를 뒤적이며 추억에 잠긴다.

도쿄 시부야

시부야의 오코노미야끼

그런데, 너무 좋았던 기억의 사진이 보이지가 않는다. 분명 도쿄 시부야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사진이 안 보인다. 


도쿄 여행 중에 오코노미야끼를 먹어보고 싶어서 시부야의 맛집을 찾아갔었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2시간 기다리랬던 것 같은데..) 그곳에선 먹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구글맵에 오코노미야끼를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찾아갔다. 시끄러운 철제 계단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면 어두운 실내의 가게였다.


아직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가게도 영업을 막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먹고 싶던 오코노미야끼와 산토리 하이볼을 시켰다. 내가 주문을 하자 손님들이 들어왔는데, 직장인처럼 보이는 한 테이블의 손님은 가게 안에서 담배를 폈다. 일본에는 실내 흡연하는 가게가 있다고 들었기에 신기했다.


시킨 오코노미야끼를 반쯤 먹다 너무 맛있어서 조금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시켰던 것 같다. 하이볼도 다른 걸로 하나 더 시켜먹었다. 그렇게 다 먹고 계산을 한 뒤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게 너무 좋았던 기억이다.


딱 한 장 있는 오코노미야끼 흔적

오코노미야끼를 찾아서

계속 뒤지다 보니 클라우드에 없는 사진이 옛날 폰에 저장되어 있다. 그마저도 엄청나게 흔들렸지만.


여기보다 별로였던 곳은 사진을 여러 장, 그것도 정성 들여 찍어놨는데 여긴 왜 이 흔들린 사진 하나뿐일까. 아쉬우면서 그만큼 사진 찍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즐거웠던 것 같다.


난 여행을 다니며 이것저것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하지만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문데, 방 안에서 타인의 여행기록을 보다 이까지 왔다. 오코노미야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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