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탄탱고》(1985)와 영화 《사탄탱고》(1994)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놀랍게도 7시간 20분에 달하는 이 긴 영화의 호흡이 오히려 짧고 타이트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는 놀라울 만큼 밀도가 높다. 영화 역시 시각적(그리고 시간적) 밀도 역시 상당한 롱테이크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빽빽하다.
이 소설을 2~3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7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테니까. 실제로 소설에서 꽤 중요하다고 느꼈던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는 통째로 생략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슈티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챕터였다. 그 이유는 온전히 에슈티케 역을 맡은 소녀의 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녀와 함께 나오는 신비할 정도로 온순한 고양이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슈티케 역의 소녀는 당시 11살이었던 ‘에리카 보크’였다. 왠지 이상하게 낯이 익어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았는데 예전에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토리노의 말’에서 딸 역할을 맡았던 바로 그 배우였다.
그녀는 <사탄탱고>로 데뷔했고, 17년 후 같은 감독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에도 출연했다. 떡잎부터 달랐구나.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소설 <사탄탱고>의 작가 크라스너호르카이 라슬로 역시 ‘토리노의 말’에서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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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사진 둘은 <사탄탱고>와 <토리노의 말> 포스터에 나온 ‘에리카 보크’
저는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읽었고, 영화를 한 번에 다 보지 않고 드라마처럼 챕터 별로 나눠 보았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긴 영화를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는 이런 방식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