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1998.
튀르키예(터키) 소설. 작가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동방과 서방의 경계에 위치한 튀르키예 화가들이 서방의 원근법을 쓰게 되면서 다툼이 일어난다. 그림에 대한 묘사가 깊고 섬세하다. 작가가 화가를 꿈꿨다고 한다.
계속 시점이 바뀐다. 죽은 사람이 화자일 때도 있고, 심지어 그림이나 죽음이 말을 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화자인 소설 중 최고는 역시 한강의 ‘소년이 온다’.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
다음 문장이 눈에 쑥 들어왔다.
“헤라트파의 옛 장인들은 신이 보는 것처럼 세상을 그리려고 할 때, 개성을 숨기기 위해 그림에 사인을 하지 않았지. 자네들은 개성이 없다는 것을 숨기려고 사인을 할걸?”
중요 등장인물이 동료인 장인 세밀화가들에게 하는 말이다.
문득,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욕망으로 불필요한 장식물(공공디자인설치물)을 세우는 지자체장들이 떠올랐다. 내가 만든 작업(그림, 글 등)이 자신 없을 때 불필요한 덧칠을 하려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