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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조합

by 윤타

에이리언: 어스 (2025)


새롭게 등장한 크리쳐들도 기괴하고 유니크했지만, ‘하이브리드’ 인간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이들은 불치병을 지닌 아이들의 뇌신경 정보를 인공 신체에 에뮬레이트한 합성인간이다. 인간 아이였을 때의 기억을 온전히 지니고 있다. 어른의 몸을 가진 아이들이다.


영화 ‘빅’에서는 마법으로 하룻밤 만에 아이가 어른으로 변한다. 톰 행크스가 어른아이를 연기했다. 역시 톰 행크스.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따뜻한 영화였다.


하지만 <에이리언: 어스>의 ‘아이’들은, 흉측한 크리쳐들보다 더욱 기괴했다. 불안한 눈빛.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과 멍한 표정. 천진한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의 몸이 결합한 모습은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꿰매놓은 이미지라면 단연 프랑켄슈타인일 텐데, <에이리언: 어스>에서는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의 영상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 네버랜드에 사는 ‘잃어버린 아이들’이 하이브리드 합성인간의 메타포가 되면서 그 기괴함이 증폭된다.


그런데 이 배우들의 연기가 낯익다. 그런 표정과 말투와 행동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지하철, 편의점, 카페,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서 보았다. 어른의 몸을 지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어른아이들. 점점 더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이제 이런 ‘어른아이’는 불안하고 무력한 현대인의 디폴트로 굳어져 가는 듯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소설 <피터 팬>을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 보니 하이브리드 인간들의 이름을 <피터 팬>에 나오는 캐릭터들에서 그대로 따왔다. <에이리언: 어스>를 다 보고 <피터 팬>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소설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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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그나저나 에이리언과 디즈니라니. 기묘한 조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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