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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로움 Jul 18. 2023

미래에서 온 메시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남편이 없는 저녁, 비가 내린 덕분에 윤재와 하원 후 오붓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젯밤 갓난아기 시절의 윤재 사진을 봤던 까닭인지,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가 서정적이라 그랬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행복이 넘쳐흐르는 이 시간 덕분인지 눈물은 계속해서 흘렀다. 


신나게 클레이 놀이에 빠진 윤재를 앞에 두고 사회 초년생 시절의 내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파노라마처럼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시절은 참 푸르고 예뻤고, 또 어렵고 힘들었다. 겨우 10년도 안 되는 시간 뒤에 내가 누릴 이 행복이 얼마나 클지 그때의 내가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얼마나 큰 힘을 갖고 기꺼이 버텨낼 수 있었을까. 문득 과거로 돌아가 푸르던 20대의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수지야, 정말이야. 정말로 너는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단다.” 


처음 가는 길은 늘 멀게 느껴진다. 5분 거리의 초행길은 30분,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실제 물리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한다. 짧은 시간 사이사이에 깃든 고민과 걱정이 시간을 늘어트리나 보다. 반면, 경험해 본 길은 쉽다. 5분 거리의 길은 단숨에 끝나있다. 


인생도 육아도 다 맞닿아 있더라. 영영 끝날 것 같지 않던 아이의 원더윅스들도 끝이 나고 밤새 잠 못 자며 불침번 서던 그 여름 밤들도 끝이 났다. 아이와의 외출에 두 손이 가벼워진 만큼 내 마음도 시간도 가볍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게 엄마로서 성장했다. 나 자신의 성숙이 이루어지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둘째를 키우는 게 더 쉽고 마냥 예쁘기만 하다는 그 말들에는 수많은 시간들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첫째를 키우며 겪은 우당탕탕의 시간들을 지나왔기에 가능한 일들이겠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래의 내가 보낼 메시지가 문득 떠올랐다.

“수지야, 행복이란 건 자꾸만 불어나더라. 거기, 그 집에 살 때 우리 되게 아기자기하고 행복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크고 깊은 행복을 느끼고 있단다. 지금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며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이야. 그러니 수지야,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렴. 그래도 돼.”



꼬물거리는 윤재의 작은 손을 보면 여전히 작고 어린 내 아이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 6개월의 윤재를 한 번만 다시 안아보고 싶다. 아니, 지금의 윤재가 언젠가 또 너무 그립겠지?' 어바웃타임 속 주인공의 능력이 나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는 갓난 윤재의 고소한 냄새를 맡고, 또 어느 날은 또박또박 말하는 윤재와 즐거운 대화를 하고, 또 어느 날은 윤재와 뒹굴며 낮잠을 자고. 


훗날 내가 누리는 지금의 일상이 가장 그리울 거란 사실을 알면, 지금의 순간이 정말 소중해진다. 


시간이 가장 귀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귀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귀하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귀하다.



내 아이의 입술을 타고 나오는 ‘행복’은 어떤 종류의 재화로도 바꿀 수 없다. 

그만큼 나는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가족이 너무 좋다.

내게 찾아와 준 윤재가 너무 좋다.


엄마가 된 내가 너무 좋다.

내 삶이 너무 좋다.

너무 좋다. 


좋다.



아니 어쩌면, 나는 20대의 시간 동안 지금의 내가 보내던 메시지를 받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치지 않았고, 늘 희망으로 미래를 기대했으며 나를 견고하게 다듬기 위해 스스로를 제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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