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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맑음 스튜디오 Jan 25. 2023

각자도생의 사회여

해야 할 1인분이 많아지는 시대

오랜만에 뵌 부모님이 멀티프로필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설날이란 무엇인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지난 앱들의 업데이트들을 부모님께 설명하는 명절이라고. 나는 판소리 하듯 열창하여 카카오톡의 새 기능들을 설명했고, 엄마는 고수(*판소리에서 북 치는 사람)가 되어 '오호', '그렇구나', '아하!' 같은 추임새를 냈다. 카카오톡에 대한 게 끝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듯 다른 앱을 물어보셨다.



  "인스타그램인가? 그건 어떻게 하는 거니?" 엄마가 물었다.

엄마는 네이버 블로그에 공인중개사 글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계셨다. 그런데도 인스타그램을 물어보셨다. 가능하면 정확하게 설명하려는 성격 탓에 기능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이 왜 생기고 어떤 사람들이 주로 썼는지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드렸다. 엄마는 왜 인스타그램이 궁금했을까? 엄마는 "뭐 하는 앱인진 모르겠지만 그걸로도 많이들 홍보를 해서"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예전엔 자기 하던 일만 쭉 하면 됐는데. 이제는 홍보도, 영업도, 뭐 만드는 것도 혼자 다 해야 돼"라며 한숨 섞어 말하셨다. 그렇긴 하지.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특히 '혼자 다 해야 돼'라는 부분을 특히 동의했다.



  만들었던 새해 엽서를 설날까지 순조롭게 나누어주면서도 이전과 다른 디자이너들의 기세를 하나 느꼈다. 전보다 새해 엽서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났다. 단순히 '갓생 살기', '사이드프로젝트'가 트렌드여서 그랬던 걸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 기세는 조금 다르다.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기세. '나의 것'을 만들려는 기세가 늘었다.



  '나의 것 만들기'는 앞서 말한 대로 수주받은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 스스로 기획하여 작품을 만든다는 점, 그것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의 특징이 있다. 어디에 소속되어 '디자인'이라는 한 분야의 일을 깊게 수행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디자이너들이 기획, 디자인, 제작, 홍보까지 모두 하고 있다. 혼자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엽서뿐만 아니라 캐릭터, 이모티콘, 인스타툰, 그래픽 포스터, 셀프 브랜딩, 웹진, 강의, 웹서비스 …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수많은 회사들이 힘들어지며 추운 겨울이 지속될 것을 우리는 뼈를 파고드는 추위로 느낀다. 계약을 통해 서로 보완하는 관계의 끈이 점점 더 얇아진다. 회사는 책임에서 멀어지고, 직원은 1인분만 하길 원한다. 모든 게 불안한 상황이다. 이 기세가 과연 부수입만을 위해 모인 걸까? 내 생각으로는 이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을 때, 나에게 힘을 보태어줄 것을 만들려는 욕구가 이런 기류를 만들었다. 물론 그 힘은 정신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보태어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만이 제품을 만들던 시대에서 사람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가치를 높이는 제품들이 쏟아지는 시대가 시작됐다. 다양한 제품들이 이곳저곳에서 영향력을 뿜고 있다. 계속해서 기획되고, 디자인되어, 제품으로 나타나, 홍보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1인에게 부담되는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고도 할 수 있다. '갓생, 사이드프로젝트, 짠테크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내 제품도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리고 철저히 개인전으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각자도생의 삶이 온 것이다. 



  엄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일상 계정이 아니라 부동산 정보를 올리는 브랜디드 계정이다. 글을 올려 홍보하는 법과, 해시태그를 추가하는 법 등을 같이 알려드렸다. 엄마는 직접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며 글들을 보고 말씀하셨다.


  "여기는 원래 홍보하는 데가 아니야? 다들 자기 사진들 올리네?"

인스타그램은 분명 자기 사진을 즉석으로, 쉽게 올리고, 전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두가 달리 쓰게 된 것이다. 사회가 달라졌기에. 각자도생의 사회가 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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