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인 Aug 25. 2021

실패하지 않는 마케팅 #02

실패하지 않는 가치 제안: 제대로 전달되는 마케팅 메시지


 "1,000곡의 노래를 주머니 속에"



 2001년, 애플은 역대 최고의 제품 헤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기념비적인 제품은 1세대 아이팟이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헤드라인을 정했다고 한다. 잡스는 아이팟에 대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무게가 180그램에 불과하면서도 5GB의 저장 용량을 제공하는 애플의 새로운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발표합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잡스가 선택한 표현은 이보다 훨씬 간단명료했다.


 "아이팟, 1,000곡의 노래를 주머니 속에."


 애플의 아이팟 관련 헤드라인은 영문 기준 27자로 간결하고, 1,000곡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썼으며, 주머니 속에 휴대할 수 있다는 편의성(혜택)까지 담고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헤드라인을 거의 그대로 기사 제목과 본문에 인용했다. 아이팟이라는 제품의 메시지는 세상에 급속히 퍼졌다. 아이팟은 출시일로부터 2007년 4월까지 1억 대 이상 팔렸다.


 이런 것이 바로 정확하게 제대로 전달되는 좋은 마케팅 메시지의 표본이라 하겠다.


 단순 명료함이 만들어낸 성공 사례에는 애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경쟁사인 구글 또한 마찬가지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창업 초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세콰이어 캐피털을 찾아갔다. 그때 그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구글을 소개했다.


 "구글은 한 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문장은 영문 기준으로 63자, 10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결과는? 구글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공간을 창조합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가 투자가들에게 사업을 소개할 때마다 사용한 헤드라인이다. 참으로 명료하지 않은가?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가치가 정확하게 담겨 있다. 이 문장 또한 영문 기준으로 10 단어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번 글에서 밝혔듯, 마케팅 메시지는 고객을 향한 가치 제안이다. 가치 제안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본 세 가지 사례로 이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제대로 전달되는 마케팅 메시지 작성법에 대해 단계별로 이야기할 것이다.


 제대로 전달되는 마케팅 메시지는 간단명료함 외에도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 세 가지를 갖고 있다.


 1. 메시지의 주인공이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일 것.

 2. 브랜드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인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가이드의 역할을 할 것.

 3.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것 또는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할 것.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 브랜드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을 쉽게 참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가 브랜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브랜드를 원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기억하자. 고객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지, 또 다른 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들어주지 않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누구나 공감받길 원한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자기주장이 아니라 공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브랜드는 고객의 문제 세 가지를 해결해줘야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때, '왜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사야 하는가'에 대해 답할 수 있다. 제대로 전달되는 마케팅 메시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담고 있다.


 1. 외적 문제

 2. 내적 문제

 3. 철학적 문제


 문제는 악당이다. 고객은 알아채고 있든, 알아채고 있지 못하고 있든, 문제를 겪고 있다. 브랜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영웅이자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영웅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말이 결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내용이라 다시 강조한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고객이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아이팟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외적 문제: 집 밖에서 음악을 듣고 싶다.

 내적 문제: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음악을 듣고 싶다.

 철학적 문제: 음악은 내게 즐거움을 준다. 음악은 내 삶의 일부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집 밖에 주크박스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경우, 악당은 기존에 존재하는 음악 재생 기기의 불편함일 것이다. CD 플레이어, 주크박스, 플래시 플레이어,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MP3 플레이어 같은. 스티브 잡스는 이 악당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잡스는 먼저 "왜 음악일까요?"라고 질문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음악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언제나 좋지요. 음악은 삶의 일부분입니다. 음악은 언제나 우리의 주위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음악은 유행을 타는 시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삶에서 일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존재하는 대단히 큰 시장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음악 혁명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은 없습니다. 누구도 디지털 음악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조합을 찾아냈습니다."

 

 잡스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고 말해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음 단계는 악당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의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를 두루 소개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CD 플레이어는 가격이 75달러 정도로 한 장에 10 ~ 15곡이 들어가는 CD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곡당 약 5달러가 드는 셈이죠. 150달러를 주고 플래시 플레이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도 10 ~ 15곡이 들어가니까 한 곡당 10달러가 듭니다. 같은 가격대인 MP3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MP3 플레이어는 최대 150곡까지 넣을 수 있어 한 곡당 1달러가 듭니다. 마지막으로, 300달러를 주고 주크박스를 살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 1,000곡이 들어가니까 한 곡당 30센트가 듭니다. 우리는 이 모든 기기들을 검토한 후 바로 저 하드 드라이브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정확하게 이 수준을 달성한 제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제품의 이름은 아이팟입니다."


 드디어 영웅이자 가이드에 해당하는 아이팟이 공개되었다.

 잡스는 아이팟이 CD 수준의 음질을 가진 MP3 플레이어라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팟의 최대 장점은 1,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소장한 노래를 거의 전부 담을 수 있는 용량입니다. 외출했다가 듣고 싶은 CD를 집에 놓고 나왔다고 뒤늦게 깨달은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아이팟은 소장한 노래를 전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불가능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전형적인 프레젠테이션 방법이었다. 아울러, 애플의 마케팅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법이기도 했다. 고객은 삶에서 느끼던 문제를 자각하고, 가이드로부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받는다. 가치 제안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문제가 해결된다. 고객이 제품을 사기만 한다면. 이쯤 되면 고객은 제품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본 것은 제대로 전달되는 메시지 작성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메시지 작성법에 대해 더욱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잡스의 발언 및 헤드라인들은 카마인 갈로가 쓰고 김태훈이 옮긴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알에이치코리아, 2010)에서 인용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