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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ul 09. 2023

비대칭적인 전략: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

《휴먼카인드》 리커버판(인플루엔셜) 서평


   젊은 사회복지사인 훌리오 디아스는 직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거의 매일 그랬듯이 그는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다른 날과 달랐다. 황량한 지하철역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손에 칼을 든 10대였다. 훗날 훌리오는 기자에게 “나는 그냥 지갑을 줘버렸어요”라고 말했다. 소년이 강도 행각을 마치고 도망가려고 하자 훌리오가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그는 “이봐, 잠깐만. 밤새 사람들에게 강도질을 할 거라면 내 코트도 가져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라며 범인을 불러 세웠다. 소년은 불신에 차서 훌리오를 돌아보았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훌리오는 이렇게 대답했다. “몇 달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자유를 걸다니, 네가 돈이 정말 필요한가 보군. 내 말은 나는 저녁을 먹고 싶은데 만약 네가 정말로 나랑 함께하고 싶다면…… 이봐, 대환영이라고.”


    소년은 그의 제안에 동의했고, 잠시 후 훌리오와 그를 공격한 소년은 식당의 칸막이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매니저가 잠시 들러 잡담을 나누었다. 심지어 접시닦이들도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년이 놀라며 말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네요. 당신이 이곳 주인인가요?” 훌리오가 대답했다. “아니, 그냥 여기서 자주 먹어.” “하지만 당신은 접시닦이에게도 친절하잖아요.” “글쎄,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나?” 이에 소년이 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훌리오와 강도 소년이 식사를 마쳤을 때 계산서가 도착했다. 그러나 훌리오에게는 지갑이 없었다. 훌리오는 소년에게 말했다. “이봐, 네가 내 돈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돈을 낼 수 없으니 이 계산서는 네가 지불해야 할 것 같아. 내 지갑을 돌려주면 내가 기꺼이 사지.” 소년은 지갑을 돌려주었다. 훌리오는 계산을 한 뒤 그에게 20달러를 주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었다. 칼을 자기에게 넘기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어느 기자가 훌리오에게 왜 자신에게 강도질을 하려고 했던 사람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아시다시피 말이죠, 당신이 사람들을 올바르게 대하면 그들도 당신에게 그렇게 대할 것이라고 희망할 수 있으니까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아주 간단한 이치죠.”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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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신약 성경의 <마태오 복음서> 제5장의 '산상수훈'을 연상케 하는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한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전해진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이 말씀의 내용을 현대 심리학자들은 '비대칭적 행동'(Non-Compelementary Behavior: 비보상적 행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컨대 누군가 우리에게 칭찬을 하면 우리 역시 칭찬을 하고, 비난을 받으면 우리 역시 비난을 하곤 한다. 친절한 행동을 대하면 우리 역시 친절해지기 쉽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친절에 친절로 대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바로 이걸 비대칭적 행동이라 한다. 이것은 예수님의 이상주의적인 말씀일 뿐이 아니고, 역사상 많은 위인들이 실제로 행해온 일이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같은 이들이 그랬다.


 《휴먼 카인드》의 저자 브레흐만은 이러한 비대칭적 행동이 단지 위대한 위인들과 같은 일부 인물들에 국한된 이상주의적 행동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역사적, 과학적 근거와 최신 연구 사례를 다수 들고 있다. 대단히 흥미롭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발간된 《휴먼 카인드》 리커버판을 읽고 대단한 영감들을 얻었다. 사회의 구성 체계나 인간의 행동 원리뿐만 아니라, 조직 관리와 보상 체계 등에 대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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