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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Nov 09. 2023

나에게 주어진 시간, 4000주.

Feat. Four Thousand Weeks

"효율성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당신은 비로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2023년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더더욱 필요했다. 2023년을 내 개인적인 성장 측면에서 워낙 잘 보냈기에 --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정말 많이 썼던 한 해 -- 2024년을 더 잘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래서 촘촘한 계획과 함께 2024년을 정말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다. 다들 힘든 시기에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데 일복이 넘치는 걸 보면. 하지만 나는 ENTJ의 J 아녔던가. 내가 세운 계획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찰나의 순간과 틈을 견디지 못하는 파워 J 아니던가. 갑자기 모든 게 하기 싫어졌다. 

이 책은 내가 이 책을 무척이나 필요로 했던 시기에 찾아왔다. 내 인생의 <시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었고, 내 힘으로 되지 않는 것 -- 예를 들면 시간을 붙잡는 것 혹은 1분 1초를 후회 없이 쓰는 것 -- 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필요한 스트레스였다. 내가 할 수 없고,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일인지 잘 알면서도 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침내 깨달았다. 시간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생산성 중독자들은 할 일을 빼곡히 적은 후, 사인펜으로 하나씩 항목을 지울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 무한히 공허해진다는 것만 빼면 다른 중독자들과 비슷하다." P.31

- 내가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다. 체크리스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 놓은 후, 모든 네모를 다 체크로 뒤덮고 싶어서. 체크를 그려 넣는 시간은 1초도 채 되지 않지만 그 순간이 그렇게 짜릿하다. 마약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나라는 사람을 무엇에 <중독>되었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부분을 읽고 난 깨달았다. 나는 생산성 중독자가 맞다. 커피나 술, 담배에 중독된 적은 없지만 생산성에 중독되었으니 그나마 괜찮다고 해야 할까? 


"한계의 역설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완전히 통제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불가피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시간을 관리하려 할수록, 삶이 더욱 불안하고 공허해지며 좌절감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P.37

-찾았다. 한계의 역설이라는 것이 나를 옭아맸던 것이다.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이 책에 파묻힐 수밖에 없었다. 나의 공허함의 출처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미 "4000주"라는 제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 평생이 4000주밖에 안된다니.) 그리고 끝없이 읽고 쓰고 또 읽고 또 썼다. 


남은 2023년은 조금 더 잘 보내보기 위해서 말이다. 

4000주 중 몇 주를 나는 시간 속에 얽매여 살아온 것일까. 

-

이 책은 내가 생산 중독증에 걸릴 것 같을 때 꺼내 볼 해독제다. 

시간을 좀 더 제대로 쓰고 싶다면 절대적으로 이 책을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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