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민 비긴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브루스 웨인과 알프레드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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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웨인]
난 실패했어.
[알프레드]
우리는 왜 넘어질까요?
그 이유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죠.
[브루스 웨인]
아직 절 포기 안하셨군요?
[알프레드]
절대!
우리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어릴 때부터 배워왔다. 말그대로다. 지금 걸어다니는 모든 이들은 걸음마를 배운 이들이며 수많은 넘어짐과 그보다 더 많은 다시 일어섬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세월이 지나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이가 되었다. 두려움의 이유는 사람들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비슷한 이유는 '넘어지는 게 아프고, 다시 일어설 수 없을까봐'가 아닐까.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 때가 있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만 같은 상황, 활력이 넘쳤던 나는 사라지고 무기력이 온몸을 지배할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럴 때 알프레드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나의 실패와 상처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믿을만한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동차의 안전벨트처럼, 에어백처럼 그런 이가 우리 주변에 한 사람 이상만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어둠과 절망을 100% 수용할 수 있는 타인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 곁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땐 헤르만 헤세가 책 <데미안>에서 말한 것처럼 내 안에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취약한 존재이지만, 생각보다 강인한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를 돌봐주지 않을 때, 스스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돌봐줄 수 있는 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 시작은 일상 속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