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일정을 마치고 인사동을 밤 9시 즈음 걸었다. 온도는 15도 정도로 걷기 딱 좋았다. 홍대, 성수 등 분주한 거리와 달리 인사동은 고요했다. 90% 이상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기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낙엽 하트가 너무 귀여웠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낙엽들을 모아 하트를 만드는 마음을 생각하니 따스해졌다. 나를 위하면서도 타인을 위한 일에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걷다 보니 거리의 예술가를 만났다. 악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바이올린은 아닌 것 같은데...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아쟁 같기도 하고, 한국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곡을 들려주셨는데 그중에서 프랭크 시나크라의 my way가 참 멋졌다.
Regrets, I've had a few
후회라, 몇 번 있었지
But then again, too few mention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네
I did what I had to do
나는 내가 했어야 할 일을 했고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예외라곤 없이 끝까지 해나갔지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그려나갔고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 way
그 길을 신중히 걸어왔다네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I did it my way
난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네
노래를 듣는 와중에 뒤에서 캔 소리가 들렸다. 스윽 뒤를 돌아보니 어떤 분이 캔을 줍고 있었다. 하얀색 투명 재활용 봉투에 든 쓰레기에서 돈이 될만한 캔을 열심히 고르는 사람이 있었다. 50대, 60대처럼 보이는 분이셨다. 거리의 음악가가 몰입해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그분 또한 몰입해서 캔을 줍고 계셨다. 누군가는 그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이뿐 아니라 캔을 줍는 사람도 살아온 삶이 있었고, 살아갈 삶이 있지 않은가. 음악을 연주하든, 캔을 줍든 모두 숨 쉬는 존재들이었다.
오히려 거리의 예술가, 캔을 줍는 사람, 이 두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떠한 길을 걸어오셨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그려나가고 있으신지 말이다.
용기가 부족해서 이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지는 못했다. 지금 또 어디선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그 분과 어디선가 캔을 줍고 있을 분 모두 평안히 자신의 길을, 오늘을 잘 보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