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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Sep 24. 2024

노아의 방주

조영필

문화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비교문화와 관련된 책자를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호주에서는 노아(Noah)가 상어(shark)를 뜻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면 노아의 방주(Noah's ark)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흡사 우리 말의 '삶은 달갈'과 같은 말장난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고 말 일이었는데, 갑자기 방주에 해당하는 ark가 궁금해졌다. 보통 배를 뜻하는 ship이나 boat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궤, 상자라고 나온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노아의 방주', '노아의 방주'하며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뇌이던 말 속의 '방주'에 해당하는 한자가 눈에 확 뜨인다. 방주의 한자는 方舟이었다. 즉 '각진 배'라는 뜻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에서 방주는 히브리어 테바(Teyvat)에 해당하는 말이다. 테바는 출애급기에서 아기 모세를 담아 물 위에 떠내려 보낸 상자바구니이다. 그리고 나중에 야훼의 지시에 따라 야훼가 거주하며 또한 언약궤를 보관하기 위해 만드는 성막 또한 테바이다. 이 성막은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리저리 이동하다가 훗날 솔로몬의 성전으로 정착한다.


요컨대, 테바는 원래 선박을 뜻하는 말이 아니며, 직육면체의 상자(궤)를 뜻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주라는 번역어는 정말 잘된 번역어이다. 입에도 귀에도 바구니 같은 느낌의 익숙한 소리이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버린다.


그런데, 이 방주의 크기는 길이가 300규빗, 너비가 50규빗, 높이는 30규빗이다. 여기서 1규빗(cubit)은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로 약 45cm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m로 계산시, 노아의 방주는 길이 135m, 너비 22.5m, 높이 13.5m로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1980년대 말 내가 해군 복무시 탔던 호위함*은 길이 102m, 너비 11.5m, 홀수 3.5m에 승조원 150명 규모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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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는 한국형 구축함이라고 하여, 우리 해군의 주력함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큰 배가 많이 건조되었고, 그 배들이 이미 거의 퇴역되어서 그런지 호칭이 규모에 적절하게 호위함으로 강등되었다.


지금 우리 해군에서 운용되고 있는 구축함 중 광대토대왕급 구축함은 길이가 135.4m, 너비는 14.2m 그리고 높이는 36.5m이며, 흘수는 4.2m, 승조원은 220명이다. 그렇다면, 이 배가 길이면에서는 노아의 방주의 크기와 비슷하다. 이보다 더 큰 전함으로는 충무공이순신급(길이 149.5m), 세종대왕급(길이 166m), 그리고 정조대왕급(길이 170m) 구축함이 있다. 이 중 가장 큰 배인 정조대왕급의 폭은 21.4m, 흘수는 6.25m인데, 비로소 폭과 높이 측면에서 노아의 방주와 비견된다.


노아의 방주는 보통의 배처럼 유선형으로 목적지로 항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지지만 않도록 건조되었기 때문에 직육면체로 체적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었을 듯하다. 결국 대홍수가 끝났을 때, 그 방주는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아라라트산에 내려 앉게 되었다.


이렇게 큰 방주를 건조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을까? 성경의 구절들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면 70~80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는 의견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참조 : champyungan.com).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걸려서 건조된 배는 또한 대홍수 기간에 1년 17일간이나 노아와 온갖 동물들을 싣고 버텨내었다.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은 방주의 재료로 쓰인 고페르 나무이다. 히브리어 고페르 나무(Gopher, Cypress wood)는 헬라어로는 "퀴파릿소"로 고대인들이 배를 만들 때 사용했던 향나무의 일종인 상록침엽수로 추측된다 (출처 : khuiharley.tistory.com). 그렇지만, 이 고페르 나무는 창세기 6장에서 한 번 언급된 후, 더 이상은 언급되지 않아서 그 정확한 품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참조 : 네이버블로그, 창세기 속 식물이야기6. 고페르 나무).. 그런데, 고페르 나무의 히브리어 발음은 고페르이고, 여기에 방수하기 위에 바른 역청은 코페르이며, 칠하다는 말은 카파르이어서, 발음만 사용해서 문장을 작성해 보면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고 코페르로 안팎을 카파르하라"가 된다고 한다 (출처 : onebible.tistory.com).


마지막으로 노아는 히브리어로 휴식과 평온을 뜻한다. 그렇다면, 평온(휴식)의 상자 속에 1년 정도 갇혀 지내다가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노아와 동물들 이야기는 무슨 약을 팔려고 하는 것일까? 먼 옛날 인류가 새로운 행성(지구)을 찾아 이동한 기록일까? 아니면 기후변화가 심각하던 빙하기와 간빙기 시절, 일 잘하던 재난 구호 기관의 유비무환의 미담일까? 또 까마귀와 비둘기를 날려보내는 장면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순간**과도 오버랩된다.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뜰 때, 아치(arch)가 그려지고 나는 또 느낀다. 노아의 방주(ark)의 끝나지 않은 여행을…… 그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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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11 October

Course wsw(서-남서). A heavy sea, the roughest on the whole voyage so far. We saw petrels(바다제비류), and a green reed(쌀먹이새, 바다제비류) close to the ship, and then a big green fish of a kind which does not astray far from the shoals(모래톱)... (The Voyage of Christopher Columbus, newly restored and translated by John Cummins(1992), St. Martin's Press, New York, p. 93.)


P.S.: 아내에게 방주가 무슨 뜻일까? 하고 물어보니, 방이 많은 배가 아니냐고 한다. 그래도 무어라고 대답해 주는 게 용하다. 방구나 먹으세요 해도 그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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