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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Nov 21. 2023

우리가 성장하는 방법

[#22]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최근 마블의 드라마 ‘로키’ 시리즈를 봤다.

어벤져스에게 붙잡힌 로키는 우연한 기회로 탈출하는데 그곳에서 다시 TVA라는 시간 관리국에게 붙잡히게 된다. 원래 정해진 시간선에서 탈출했기에 ‘변종’이라고 취급받는 로키는 거기서 수많은 친구를 만나 변하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를 위해 말하지 않겠는데 이 로키 시리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최고의 마블 콘텐츠라 평가받으며 막을 내렸다.


(로키 시즌2로 비로소 로키를 보낼 수 있었다.)


나는 강연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제각각 모든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그 인생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게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여겼다. 운을 실력으로 포장하는 건 아닌지, 저 사람은금수저라 그런 건 아닌지 등 어쩌면 삐딱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는 나라는 좋게는 주체적이지만 나쁘게는 이기심이 있었던 나였다.


(이렇게 많은 회원들이 오전 10시에 모였다.)


이번 한국산업용재협회의 워크샵에 참가하게 되었다. 주말이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들어보라는 협회장님의 권유 또는 배려를 지나칠 수 없었다. 전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고문, 김관훈 두끼떡볶이 대표, 이진구 한동대학교 명예교수의 길다면 긴 릴레이 강연이었다. 처음에는 어물쩍거리며 딴짓도 하면서 듣다가 나중에는 강연자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들의 100% 인생을 체득하는 건 거짓말이고, 중간중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꿀팁들을 김치찌개에서 돼지고기 골라 먹듯 쏙쏙 빼낼 수 있었다. 오랜 경험, 과감한 실행력 그리고 통찰력이 있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였다.


고동진 고문은 중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그간 삼성에서 있었던 긴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평사원부터 사장까지 모두 지내본 경험 때문인지 참가자들의예리한 질문에 지혜로운 대답을 해주었다. 불경기 때는 오히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그에게 숱하게 따라왔던 이슈를 대처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믿고 기다려 주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는 그의 철학은 사장을 넘어 마치 경영 구루의 면모도 보였다.


(최근 교보문고에서 고동진 고문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처: 교보문고)


김관훈 두끼떡볶이 대표는 ‘떡볶이’라는 음식 하나로 지금 위치에 오른 사람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전국의 떡볶이를 맛보고 푸드트럭 문화를 선도한 그에게는 생각보다 발로 먼저 뛰어보는 미친 듯한 실행력이 보였다. ‘그거 누가 생각 못 하냐?’ 라는 냉소적인 사회에 유쾌하게 반박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생각보다 실행력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주위에 사람 관계를 바꾼다는 말이 참 인상깊었다. 인상을 찡그리고 다니던 나의 과거가 순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머리로 생각하면 바로 발로 뛸 것, 실행력을 강조하였다.)


이진구 한동대 명예교수는 디자인 전문가답게 상상력을 중요하게 이야기하였다. 답을 내리기보다는 계속 질문을 하고 그 통찰력에서 길을 찾는 15가지 방법을 공유해 주었다. 현장에서 운영하고 실행하는 공구상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기회를 줬을지도 모르겠다. 창의력은 Only One을 만들고 세상을바꾸는 원천임을 다시 한번 가슴 속에 새길 수 있었다.


(이진구 교수는 답이 있다, 없다기보다 '많다'라는 게 상상력의 원천이라 말했다.)


강연이 이어지며 수많은 질문들이 오갔다. 다들 전국 각지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장님들이 많아서인지 경영자의 관점이 담긴 통찰력이 질문에 담겨있었다. 아마 강연자들도 느끼지 않았을까? 2024년의 불경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젊은 세대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일을 할지 등 나의 고민 또는 앞으로 명심해야할 요소들이 질문 속에 녹아 있었다. 질문을 하고 강연자가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강연이 아닌 세미나 또는 토론회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품하며 터벅터벅 겨우 걸어왔던 발걸음은 끝나자 가볍고 힘차게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 정도는 이렇게 공부해도 되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까지 했다. 워크샵이 끝나고 회원, 참가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심지어 그들에게도 작은 하나 이상을 배웠던 알찬 토요일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 날은 꽤 오랜만이었다.


나는 엔드게임의 로키였을지도 모른다.

정해진 시간선 내에서 나는 이런 역할이었고, 이런 길로 가야만 하고,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여겼던 사람. 그러나 이 워크샵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와 환경이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지혜를 엿보고 이를 나에게 빗대어 보고 적용하는 시간이었다. 몸이 움직이고 수익을 좆는 현실적인 주중과 상극되는, 내 존재를 돌아보는 주말이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훗날 미래에서 이렇게 회상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가 나를 성장시킨 그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2023년 11월 18일 토요일이 있었다고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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