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은 입술로 죄짓지 않았습니다. _욥2:10
1 또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여호와 앞에 와 서 있었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와서 그분 앞에 섰습니다. 2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물으셨습니다. "네가 어디에서 왔느냐?" 사탄이 여호와께 대답했습니다. "땅에서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다 왔습니다." 3 그러자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종 욥을 유심히 살펴보았느냐? 땅 위에 그런 사람이 없다. 그는 흠이 없고 정직한 자로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네가 나를 부추겨 아무 이유 없이 망하게 했는데도 그는 아직까지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 4 그러자 사탄이 여호와께 대답했습니다. "가죽은 가죽으로 바꾸어야지요! 사람이 자기 목숨을 위해서는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주기 마련입니다. 5 그러니 손을 뻗어 그의 뼈와 살을 쳐 보십시오. 그러면 그가 틀림없이 주의 얼굴에 대고 저주할 것입니다." 6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그가 네 손안에 있다. 그러나 그 목숨만은 살려 두어야 한다." 7 그리하여 사탄은 여호와 앞에서 물러가 욥을 그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악성 종기가 나도록 쳤습니다. 8 그러자 욥은 잿더미에 앉아서 토기 조각을 쥐고 자기 몸을 긁어 댔습니다. 9 그 아내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아직도 그 잘난 충성심이나 붙들고 있다니! 차라리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어 버려요!" 10 그러나 그가 아내에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어리석은 여자처럼 말하는군. 그래, 우리가 하나님께 좋은 것만 받고 고난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요?"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욥은 입술로 죄짓지 않았습니다. 11 욥의 세 친구가 그에게 닥친 이 모든 고난에 대해 듣고는 각각 자기 집을 나섰습니다.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슬퍼하고 위로할 마음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12 그들이 멀리서 눈을 들어 보았는데 도무지 욥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소리 높여 울며 옷을 찢고 하늘을 향해 재를 날려서 자신들의 머리에 뿌렸습니다. 13 그러고 나서 그들은 그와 함께 바닥에 눌러앉아 7일 밤낮을 같이 지냈습니다. 그가 당한 고난이 엄청난 것을 보고 그들은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_욥2:1-13, 우리말성경
욥의 상황을 보여주던 장면은 다시 전환되어 앞에 나온 회의장의 모습이 반복된다. 구성원은 동일하다. 하나님과 천사들이 모여있고 사탄이 또 등장한다. 하나님은 동일한 질문을 하신다. 게다가 의기양양하시다. 주목하고 계시는 욥이 큰 시련 앞에서도 여전히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탄은 그냥 꼬리를 내리지 않고 한 걸음 더 도발을 한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 더 사탄의 공격을 허락하신다.
욥에게 다시 큰 일이 닥치는 장면들이 나오고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피부병에 걸린 욥이 잿더미 위에 앉아 그의 몸을 긁어대고 있다. 아내가 나왔다가 몇 마디를 하고 나가고, 이어서 세 친구들이 등장한다.
욥에게 두 번째 시험이 찾아왔다. 두번째라고 하지만 무엇인가를 해 볼 몸 마저 성치 못하게 되었으니 그에게 남은 건 하나도 없다. 극한으로 몰아쳐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너무도 쉽게 사탄의 도발을 용인하시는 것 같다. 욥을 그렇게도 믿고 계신 것일까?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욥이 얼마나 위대하고 강인한 사람인지 알고 계실테니, 그의 절개를 철저히 신뢰하고 계신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역시 욥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욥은 아내의 도발에도 넘어지지 않고 의연히 반응한다.
"정말 어리석은 여자처럼 말하는군. 그래, 우리가 하나님께 좋은 것만 받고 고난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요?"
욥은 여전히 그의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서 말미암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관하심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택하신 백성에게 선한 것을 베푸시는 분이심도 알고 있다. 설령 그것이 세상이 보기엔 전혀 선해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매저키스트가 아닌 한 고난을 좋아할 자는 없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좋은 것만 받고 싶어한다. 나를 성숙시키실 고난이라고 좋아하는 그런거 말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건 비정상이다. 그러나 성숙함이란 좋아하지 않는 일과 상황이라도 내게 다가온 일에 대해서 의미를 찾을 줄 아는 것이다. 당장 의미를 찾기 어려워도 그것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게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그 인식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곧이어 벌어질 40여장의 길고 긴 내용을 알고 있다. 욥이 그의 절개를 지키고 굳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어서 욥은 그를 위로하러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타나는 욥은 지금까지처럼 의연하고 확신있게 행동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잘못 보신 것일까? 실수 하셨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럴리 없다는 걸 안다면 우리는 관점을 바꿔봐야 한다. 하나님은 정말 욥을 신뢰하신 것일까? 인간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훌륭한 누군가를 사탄에게 자랑하시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누군가의 믿음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시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욥의 탁월함과 위대함을 보여주시고 그를 본받으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초점이 욥이 아니라 욥을 만들어가시는 하나님, 욥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께 있게 하시려는 것이다.
우리는 욥기를 읽을 때 욥의 내면을 점점 꽉 채워가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봐야 한다. 우리가 믿어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욥의 의로움은 허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더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계신 것 같다. 그 요구가 무엇인지는 욥기 전체를 따라가며 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욥은 많은 것을 소유한 자가 하나님을 어떻게 바르게 섬기는가의 모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가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하고 섬기는가를 보이는 모델로 만들어지려고 한다. 그 관점으로 앞으로 펼쳐질 흥미진진한 일들을 바라보자. 이제 연극의 본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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