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단골집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보면 입맛도 취향도 서로 비슷해진다. 난 육지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회는 꼭꼭 먹어줘야 하고 국물요리도 생선 등 해산물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치킨과 고기를 좋아했던 그는 나로 인해 반강제적인 해산물 식사를 하게 됐다. 마침 집 근처에 횟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와 나는 그 횟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연애 초기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횟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술을 즐기는 그와 나는 그 곳에서 회 한접시에 소주 한 잔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횟집에서 함께하는 우리들의 시간은 10년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속된다.
이렇다보니 우린 그 집의 10년째 단골이 됐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너무 예쁜 커플'이라며 갈 때마다 반겨주셨다. 직접 회를 떠주시는 주방장님도 우리에겐 가족과 마찬가지다. 서빙하는 이모도 정말 친근하다.
사장님은 매번 입버릇처럼 결혼할 때 청첩장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린 실제 결혼식을 앞두고 사장님께 긴 연애의 끝을 알리는 청첩장을 드렸다. 긴 세월 우리를 지켜보신 사장님은 매우 기뻐해주셨다. 사장님은 우리의 결혼식장에 직접 찾아와 함께 한 10년이라는 시간을 축하해주고, 또한 함께 추억해줬다.
연애 초기 설렘을 가득 안고 둘이 함께 찾았던 쭈꾸미집도 10년간 이어진 단골집이다. 같은 곳에서 10년간 영업을 하신 이 사장님도 우리 연애의 산 증인이시다.
지금도 사장님은 "벌써 10년이나 지났나요. 세월 참 빠르네요"라며 우리를 봐오신 긴 시간을 추억하신다. 아직도 사장님은 우리가 처음 그 집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하신다. 그리고 결혼을 한 우리가 훗날 아이의 손을 잡고 오길 기대하신다.
그와 함께 간 장소들에는 우리의 추억과 긴 시간들이 그대로 녹아져있다. 그 곳에 계신 모든 이들도 우리의 추억 속에 녹아져있다.
그와 나의 단골집,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마저 모두 우리의 추억이다. 그곳에서 먹었던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 쓰지만 달콤했던 술 한잔, 그것들 외에도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또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