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짱쓸 Apr 01. 2016

#42.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재테크 같이하기


연애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서로의 재정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연애 초기에는 우리도 다른 커플과 다름없이 그가 밥을 사주면 난 차를 사고, 그가 나에게 선물을 사주면 나도 그에게 선물을 하고.


특히 우리는 서로에게 뭔가 주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금전적으로도 아낌없이 퍼주는 스타일이었다.


 연애기간이 길어지고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는 시점이 오게되면 그의 돈도 내돈, 내돈도 그의 돈이 된다. 그가 헤프게 쓰는 돈은 그 아까움이 나에게도 전해지고 텅텅 비어있는 내 지갑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마음을 서로 나누는 만큼, 서로의 재정상태도 사랑하는 연인들의 큰 관심사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연인들이라면 그 관심이 더욱 크겠다.


우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재테크보다는 서로 함께 하는 재테크로 방향을 바꿔가고 있었다. 학생이었던 나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 쓰고 있던 터라 재테크가 가능할리 없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통해 월급을 받고 있었던 그는 나의 지출습관을 바꿔줬다. 그는 나보다 훨씬 생활력이 강한 남자였다.


모으기는 커녕 매달 용돈을 탈탈 털어 쓰던 나에게 그는 액수는 크지않지만 조금씩 모아온 통장을 보여줬다. 푼돈이라도 조금씩 모아 몇년 뒤에 열어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때부터 그와 나는 월 5만원씩 매달 저축하는 것을 시작했다. 둘이 함께 총 월 10만원씩 저축해 1년 뒤에 처음으로 함께 모은 120만원이라는 돈을 받았다. 처음 함께 모은 우리의 용돈은 멋진 여름휴가를 보내는데 사용했다.


그 후로 우리는 서로의 지출내역과 재정상황을 공개했다.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마다 비용은 얼마를 지출했으며, 잔액은 얼마인지도 꼭 확인했다. 그렇다고 서로의 씀씀이를 크게 터치하진 않았다. 다만 서로가 조금씩 보이지 않는 감독자의 역할을 해주며 현명한 재테크의 길로 조금씩 이끌었다.


작은 지출이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꼬박꼬박 가계부를 썼던 그의 습관은 나에게도 영향을 줘, 결국 내 스마트폰에도 가계부를 설치하게 했다.


지금도 우리는 매달 가계부를 작성, 한 달간 어디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는지 체크한다. (물론 여전히 확인만 할 뿐 지출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함께 저축을 하던 습관은 결혼 1년 전까지 이어져 결혼 후 함께 사는 집의 대출금을 갚는 데 까지 사용됐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고, 나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 쯤에는 액수를 높여 저축했다. 그 저축금으로 결혼 1년 후에는 평소 그가 갖고 싶어했던 차를 구매했다.


월 5만원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저축생활은 결국 10년 후 우리의 결혼생활에도 보탬이 됐다.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함께 모아가며, 함께 즐거운 일을 행하는데 사용한다는 것. 그 성취감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나는 재테크에 있어서 그보다 현명하지 못 한 여자였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날 현명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우리는 마트에서 3만원짜리 양념게장을 보며 침만 꼴깍 삼키며 자리를 뜬다. 물론 3만원따위야 상관없이 맛있게 사먹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와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간다는 이 순간이 나에겐 더 값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41.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