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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은 Jun 08. 2017

맑아진 아침, 둘째 날의 목적지는?

일본 오사카와 교토, 세 번째 여행기



맑아진 날

캡슐호텔에서 눈을 떴다. 전날 생각보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몸이 욱신욱신했다. 하지만 너무 다행히도 잠을 푹 잘 자서 정신은 맑았다. 여행 첫날보다 더 걸어야 하는 둘째 날이기에 약간 걱정되었지만 잠을 잘 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일어나 준비했다. 밖을 보니 어제와 다르게 하늘은 비가 그치고 맑아졌다. 이제야 여행을 제대로 다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들떠서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섰다.


캡슐호텔 내부 모습


캡슐호텔

맨 처음에 캡슐호텔을 사진으로만 봤을 때엔 걱정이 되었다. 한 사람이 들어가서 자기에 좋다는 글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할 것 같았다. 방과 방 사이가 좁다 보니 방음도 잘 안돼서 마음 조리며 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방이 저렴했고 돌아다니기에 위치가 좋았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샴푸, 칫솔, 클렌징 등 세안 도구와 필요한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고데기나 빗, 심지어 잠옷까지 준다는 말에 캡슐호텔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캡슐호텔에서 묵어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첫날 숙소에 짐을 맡기러 갔을 때 숙소 로비가 매우 깔끔하고 쾌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광을 하고 돌아와 들어간 숙소 내부 역시 쾌적했다. 구비되어 있는 물품들도 깨끗하고 샤워시설도 좋았다. 침대도 생각보다 푹신하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잠도 잘 왔다. 단점도 물론 있었다. 역시 벽이 얇은 터라 다른 방에서 소리가 나면 적나라하게 다 들렸고 호텔 내부에서 떠들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에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으로서 관광에 목적을 두고 자고 일어나기만 할 공간으로서는 만족스러웠다. 난 평소에 여행할 때에 혼자 자는 것을 좋아하고 작더라도 개인적인 공간이 있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맘에 들었다국내에도 캡슐호텔이 있었으면 생각도 했다(현재 한국에도 캡슐호텔이 몇 곳 있다고 한다).


캡슐호텔 로비에서 과자 쨥쨥


오늘의 목적지에서 외부 음식 반입이 안된다고 해서 어제 사놓았던 과자를 아침으로 열심히 먹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에게 일본 음식은 전반적으로 짰다. 과자 역시 짭짤해서 많이는 못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밀크티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평소에도 밀크티를 좋아하고 자주 먹는다. 한국은 편의점에 밀크티가 많지 않아서 보기 드문데 일본에 마트는 밀크티가 많았다. 뭐가 뭔지 잘 모르니 아무거나 사서 먹었는데 정말 진심 맛있었다. 일본에 있는 내내 마트에서 밀크티를 자주 사 먹으며 다양한 종류를 맛보았는데 다 맛있었다.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밀크티가 생각이 난다. 일본 밀크티 먹고 싶다.



복잡한 지하철

과자로 때운 웃픈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내로 나왔다. 예상보다 약간 늦게 일어나서 마음이 급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피곤했는데 막상 나오니 여행 버프를 받아서 그런지 몸은 생생하고 빨리 목적지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제 몇 번 타봤다고 약간 익숙해진 지하철.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직접 표를 뽑아서 목적지로 가야 했다. 표를 뽑는 기계 앞에서 누가 봐도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헤매고 있으니 매표소 직원분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친절하게 표를 끊어주셨다. 표를 뽑아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지하철 입구를 더 헤맸다. 지하철 라인이 많았다. 우리가 타야 하는 라인을 찾는데 일본 지하철역이 워낙 복잡해서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는데도 같은 자리를 계속 빙빙 돌았다.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게 더 어려울 것 같아서 표지판을 분석하고 잘 모르는 일본어를 열심히 읽으며 타야 할 지하철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와는 다른 맑은 하늘



한국의 용산이나 노량진을 떠오르게 하는 지하철 풍경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타야 하는 지하철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복잡하고 정신없긴 하지만 지하철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예스러웠다. 철도를 따라 들어오는 지하철의 모습들이 다 달랐다. 지하철 내부 역시 달랐다. 한국은 어느 라인의 지하철을 타도 디자인이 비슷하거나 똑같은데 일본은 의자나 손잡이 등 약간씩 다르게 생겼다.


지하철 역의 모습


일본의 지하철은 지하철 승무원분께서 타고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 사인을 보내신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어서 신기했다. 탔던 모든 지하철이 그렇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의 승하차를 보는 지하철 승무원


많은 지하철 승강장이 있지만 북적북적 사람도 많았다. 관광지에 도착하면 한국사람들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한국인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지하철 역 인증샷 1
지하철 역 인증샷 2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3번이나 갈아타야 했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안내방송을 들었던 것 같다. 일본어가 발음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갈아탈 때만큼은 길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갔다. 오사카 역은 많은 라인이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려웠는데 중간에 갈아타는 역들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바로바로 찾아갔다. 표지판에 간간히 한국어도 보였다. 어순이 어색하게 배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보면서 계속 웃었던 기억이 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편의점 쇼핑



편의점에서의 간식타임

목적지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서 배를 좀 더 채우고 가야지 생각이 들었다. 큰 편의점으로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것은 음료들이었다. 굉장히 많은 종류의 음료들이 편의점 뒤쪽으로 쭉 나열되어 있었다. 차 종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차를 좋아해서 다 한 번씩 먹어보고 싶었다.


귀여운 포카리스웨트



귀여운 음료들이 많아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가장 맘에 드는 음료를 고르고 삼각김밥을 하나 샀다. 편의점에서 나와 앞에 있는 벤치에서 먹었다. 두 입 정도 먹고 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 음식이 내 입에는 잘 안 받는 것 같다. 그 음식도 약간 비렸다. 주변 지인들은 일본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고 편의점 음식도 다 맛있었다고 했는데 나는 왜 번번이 실패했는지 모르겠다. 같이 갔던 주완이도 몇입 먹다가 버렸다. 둘 다 음식을 너무 알아보지 않고 갔던 것일까? 후회했다.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들었었는데... 여행 내내 편의점 음식은 계속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음료수들은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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