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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May 25. 2020

우리에겐 힘이 있다

―《마지막 비상구》를 읽고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핵쓰레기를 남기는 것이 과연 옳을까? 《마지막 비상구》는 원전과 석탄 등에 의존하는 현재 전기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등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원인으로 언제든 원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40쪽)는 것을 증명한다. 이 책은 후쿠시마 참사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사고 위험 외에도 원전은 가동 시 상시적으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전국 평균보다 더 높다(127쪽). 이에 국가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는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기까지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 인식과 달리, 원전은 안전하지도, 싸지도 않음을 이 책은 밝힌다. “원전의 경우 건설비와 연료비가 과소 평가됐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폐로, 사고 위험 대비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일 뿐”이다(207쪽). 학교와 시민사회에서 핵발전의 실상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 

  원전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찬핵 여론 형성을 위해 언론에 돈을 준 사실을 밝힌 2부의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내용은 놀라웠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천만 원을 받고 친원전 칼럼을 실은 신문사(235쪽) 등, 공정 보도의 의무를 저버린 언론이 많은 상황에서, 진실을 밝힌 이 책은 더욱 돋보였다. 

  시민들의 관심은 탈핵에 필수다. 2012년 일본 집권 민주당은 탈원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아베 신조의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원전 회귀 정책을 펼치고 있다(196쪽).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을 펴도록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비상구》는 원전뿐 아니라 우리가 많이 의존하고 있는 석탄발전의 문제점도 살펴본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때문에, 석탄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의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전국의 1.5배다(159쪽). 또한 석탄발전은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를 유발하기에,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원전과 석탄발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를 제시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는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그리고 제주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각 지역에서 분산 생산하는 좋은 사례를 소개한다. 나는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출자했는데,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는 것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한 방법이다. 국내 건물 옥상만 모두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해도 원전이 필요 없다는 사실(441쪽)은 희망을 준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재생에너지로 100%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가정과 기업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산업 부문은 한국 전기 사용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그런데 산업용 심야 전기료는 원가에도 못 미쳐, 기업은 전기를 과소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요구(209쪽)에 동감한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폭염 등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개개인은 변화를 일으킬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힘이 있다. 나는 탈핵과 탈화석연료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할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탈핵, 탈화석연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함께 생각해볼 것이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고 삶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 변화가 점차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육류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 축산업을 생각할 때, 육류를 덜 먹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때, 세상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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