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오후, 다채로운 사람들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우리는 왜 그곳에서 춤을 추었던가?
2022년 6월, 국토교통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수라갯벌을 매립해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수라갯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존의 군산공항이 수요 부족으로 1년에 30억 이상의 만성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수라는 30년 넘게 진행 중인 새만금간척사업에서 마지막 남은 갯벌이다. 바다를 막아 갯벌을 땅으로 만드는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수많은 생물이 죽었지만, 수라에는 아직도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다양한 동식물이 산다. 게다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새만금신공항은 경제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이치에 맞지 않는 계획인 것이다.
2022년 9월, 1,300명이 넘는 국민 소송인단이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올 6월 1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 소송의 4차 재판이 열렸다. 그날, 재판 전에 법원 앞에는 수라를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중 어린 학생 몇 명은 새만금을 본 뒤 지은 자작곡을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우리는 재판을 방청하러 함께 법정으로 갔다. 법정은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앉은 사람도 많았다.
그날 재판에서는 조류 전문가인 나일 무어스 박사님이 원고인단의 증인으로 나오셨다. 무어스 박사님은 30년 넘게 동아시아 철새 이동을 연구, 조사해오신 분이었다.
박사님은 수라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설명하며, 이곳에 새만금신공항을 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증언하셨다. 람사르협약(물새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의 기준에 따르면 새만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철새 서식처라는 것이다.
붉은어깨도요 같은 철새는 러시아에서 새만금을 거쳐 호주까지 날아간다. 한국의 서해안은 이런 철새들의 생존에 아주 중요하다.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가는 새들이 중간에 잘 먹고 잘 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붉은어깨도요는 멸종위기종이다.
수라에는 검은머리갈매기 같은 법정 보호종을 포함해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이곳에 신공항을 지으면 세계적으로 중요한 조류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수라갯벌에 기대 사는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게다가 새만금은 철새들이 다니는 길에 있기 때문에, 신공항을 지으면 비행기가 새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조류 충돌이 일어나면 비행기 승객들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
무더운 날, 자신의 나라도 아닌 이곳에서 갯벌과, 갯벌에 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수라의 가치를 증언해주신 무어스 박사님께 고마웠다. 재판이 끝나고 우리는 법원 앞에서 평화로운 음악과 함께 둥글게 모여 수라를 위한 춤을 추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움직임을 함께하며. 지금은 수많은 생명의 소중한 삶터인 갯벌을 보전하고, 다른 생명들과 평화롭게 공존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