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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May 16. 2017

농업의 가치

  창덕궁 후원에 갔을 때 해설사 선생님한테 들었다.

  “옛날에는 왕이 이 후원에서 백성들의 생업인 농사를 짓기도 했어요. 백성의 노고를 알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죠.”

  아마도 왕은 농사를 지으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백성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 정부는 우리 농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지난해 11월 13일, 백남기 농민은 밀밭에 밀씨를 뿌리고 다음 날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백남기 농민은 밀이 익어가는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권말선, <살림이야기> 2016년 6월호)

  백남기 농민이 서울로 간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 당시 쌀값 보장을 약속했지만 쌀값은 더욱 떨어졌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70살 농부가 반년 동안 못 깨어나고 있지만,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농업을,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리 수입 농산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해도, 농업은 우리 삶의 토대다. 국산보다 싸다고 수입 농산물에만 의존하면, 기후변화와 여러 국제 여건으로 농산물 수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많은 국민이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약 50%다. 그리고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약 24%에 불과하다. 쌀을 빼고는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다. 콩 자급률은 약 32%, 보리는 23%, 밀은 1% 정도니 거의 전부 수입하는 셈이다. 백남기 농민이 농사짓던 우리밀은 이렇게 어렵게 명맥을 이어온 귀한 것이었다.

  산업화 이후 많은 사람들은 농사의 가치를 잊어왔다. 그 결과 경지 면적과 농부의 수는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없이 살 수 있어도, 음식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농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중요하다. 

  또한 특히 유기농업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지금까지 이뤄진 국내외 유기농업 관련 연구를 종합한 결과 유기농업의 실천 정도에 따라 토양유실률은 71~95% 줄고, 토양오염도는 8~15%가 낮아지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기홍 기자, 2016년 5월 11일자 농민신문)

  그 밖에도 유기농업은 토양 비옥도와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수질을 개선하며 사람들의 심리 치유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유기농업 비중은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약 1%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농사짓는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이니, 그분들이 농약을 치면서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셨다면 우리 농업은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과 후대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정부는 농업과 농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면 어르신들만 남은 농촌에 들어와서 농사짓는 청년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지금은 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약 64%에 불과하다(통계청, 2015). 그러나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그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가 농부를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선택할 것이다. 

  또 정책적으로 농촌의 생활여건을 개선한다면 농사를 직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농촌에서 개개인의 재능을 살리며 마을에 기여할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농업의 가치를 알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갈 때, 도시의 인구 과밀 문제도 완화되면서 도시의 생활여건도 함께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지나친 도시화의 폐해, 실업과 취업난, 농업의 위기 등 여러 사회문제를 점차 해결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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