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는 완벽과 거리가 멀다
이 글은 이미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에게 적용했던 도전기이자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알린다. 글의 끝에 이야기하겠지만,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시작을 쉽게 하려면 한 가지를 제거해야 한다. 바로 완벽주의.
‘완벽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읽고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읽어보도록 하자.
만약 내가 글 쓰는 실력을 갖추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려 했다면 아마 작가 도전이 최소 6개월을 미뤄졌을 것이다. 실력을 갖췄다는 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블로그든, 티스토리든, 인스타그램이든 내가 쓴 글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써야 평가가 가능하다. 일단 시작을 해야 다음 스텝을 정할 수 있다.
원래 작가 신청 준비 기간을 스스로에게 두 달을 주려 했는데, 그럼 나란 인간은 두 달을 꽉 채워서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 기간을 열흘로 줄였다. 그럼 열흘 안에 준비할 수 있겠지. 여기서 벌써 50일의 시간을 아낀 셈이다.
브런치 작가에 신청할 때 만든 지 두 달 정도 된 글쓰기 모임에서 썼던 몇 편의 글 중 작가 신청에 제출할 수 있는 글 한 편을 뽑아 다듬고, 새로운 두 편의 글을 써서 제출했다. 운 좋게도 한 번만에 승인이 됐고, 작가 승인을 받은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26일 동안 총 14편의 글을 올렸다. 두 달 동안 글쓰기 연습을 해서 작가 신청을 하는 선택을 포기하고, 열흘의 시간에 집중해서 투자하기로 선택한 결과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을 즈음,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영상 편집 툴인 ‘프리미어 프로’를 조금 다뤄본 경험이 있어 기억을 더듬어가며 영상을 편집하던 중, 노트북이 프로그램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자막 하나 넣는 데에 몇 분씩이나 걸렸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내는 굉음을 내며 쿨링팬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데도 자막 한 글자 넣기가 어려웠다. 결국 선택해야 했다. 새로운 노트북을 살 것인가, 새로운 영상편집 툴을 공부할 것인가.
백수로서 실업급여는 마지막 회차를 남겨두고 있고, 회사를 다닐 때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노트북을 사려면 중고라도 최소 100만 원 이상을 들여야 했다. 참고로 나는 맥북을 포기할 수 없었다(‘간지는 포기 못 해’ 뭐 그런 거다).
다른 선택지로, 영상 편집 툴을 바꾸려면 애플에서 만든 ‘파이널 컷 프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새롭게 익혀야 한다는 점과 90일 무료체험이 끝나면 약 50만 원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대신 프로그램이 가벼워서 지금 쓰는 노트북에서도 충분히 잘 돌아간다는 이점이 있었다.
3일 정도 고심한 끝에 영상 편집 툴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 90일 동안 무료로 사용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노트북을 바꿔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고민을 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할 수 있는 빠른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의 사례에서 이야기할 것처럼, 유튜브도 영상 편집 실력을 높인 후에 시작하려 했다면 영상 업로드까지 몇 달은 미뤄졌을 것이다. 이미 시작한 누군가의 ‘영상편집강의’ 영상을 보며 실제 내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것보다 일단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자격은 누가 주나? 내가 나에게 주면 된다. 처음에는 편집 없이 날 것의 영상이 올라갈 수도 있고, 컷편집만 된 영상일 수도 있다. 그러다 컷편집이 익숙해지면 자막도 달아보고, 노래도 깔아보면서 점차 나아지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시작’의 조건을 채우려면 꽤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조건들이 갖춰진 후에 시작하는 건 너무 늦거나 갖춰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준비란 없고, 일단 출발해 보고 부족한 점은 조금씩 고쳐가면 된다.
결국 지금은 세 편의 영상과 세 편의 쇼츠를 올렸다. 구독자는 10명이고, 지인들로 채워진 구독자 수겠지만 상관 안 한다. 일단 시작했으니까 네 번째 영상을 올리고 11번째 구독자를 맞을 준비가 된 것이다.
조건을 따지는 것도, 자격을 주는 것도 나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고, 수정해 나가는 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의 첫 번째다. 글의 처음에서 이야기했던 ‘완벽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 조금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분량 조절 실패로 두 번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