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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묭 Jul 19. 2023

시작이 어려우세요? 2: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구요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데?

1편: 시작이 어려우세요? 1: 제발 완벽주의 좀 버려요 https://brunch.co.kr/@hamyong/18




2.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욕심 부리지 말고.

* 집중과 몰입의 시간

글쓰기든 영상편집이든 운동이든 하고자 하는 것을 시작하려 할 때 얼마나 할 지를 정하는 것도 쉽게 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글을 열 줄만 써도 쓸 말이 없어서 힘들어할 수도 있고, 할 말이 많아 1시간을 넘게 글을 써내려갈 수도 있다. 5분만 걸어도 그만 걷고 싶은 사람이 있고, 30분짜리 고강도 운동이 맞는 사람이 있다. 형태가 어떻든 간에 지속 시간을 정하는 건 중요하다. 여기서도 핵심은 ‘일단 해보는 것’이다. 한 줄이라도 쓰고, 1분이라도 걷는 행동의 시작이 있어야 어디서 쉬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번째 기준은 집중 시간이다. 말 그대로 얼마나 그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느냐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턱 막히는 순간이 있다. 알맞은 단어를 고르거나, 생각을 말로 풀어내느라 막히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다. 쥐어짜면 쓸 수야 있겠지만 쥐어짜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는 집중이 깨진다. 그럴 땐 ‘아, 오늘 내가 쓸 분량은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지점에서 마무리한다. 멈춰야 하는 지점을 직감적으로 안다는 말이 더 맞겠다.


만약 생각한 만큼의  분량을 채우지 못했는데 막혔다는 느낌이 든다면 10분 정도 쉬고 다시 쓴다. 그래도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에 이어서 쓰면 된다는 마음으로 멈춘다.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써진다. 없으면 안 써진다. 이 직감도 수십 편의 글을 써보고 느낀 나만의 감각이다. 쥐어짜며 쓴 글을 나중에 보면 읽는 내가 다 괴롭다. 높은 확률로 좋은 내용이 아니고, 쓰기 싫다는 생각으로 썼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글로 남는다.


지금 나의 글쓰기 루틴은 매일 오전 7-9시 사이에 1편의 글을 쓰는 것이다. 이 2시간 안에는 예열 시간, 쓰는 시간, 쉬는 시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무슨 글을 쓸 지 고민하고, 몰입해서 글을 쓰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간단한 퇴고까지 2시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어느 날은 1시간 만에 이 과정이 끝날 때도 있다.




* 이 정도면 나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을 결정하는 두 번째 기준은 80프로의 완성도다. 완벽주의를 버리는 게 백 번 이롭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더 멀리 하려고 연습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완벽주의를 잘 활용해서 자신에게 맞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덜어내야 하는 쪽이다. 정답은 없다는 말이다.


완성도에 있어서 79프로는 아쉽고, 81프로는 스트레스가 된다. 여기서 스트레스는 동력이 되는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나를 깎아먹는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말한다. 내가 적당한 성취감과 만족을 느끼면서 작업을 완수할 수 있는 완성도는 80프로다. 여기서 80점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80프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외부에 의해 정해진 점수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한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에 기준이 너무 높은 사람이라 80프로 정도로 맞춰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래서 80프로의 완성도로 무언가를 해냈다면 그 일은 내게 100점이다.


100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멈춘다. 나머지 20프로는 점차 나아지고 성장하는 내가 채워주리라 믿는다. 운동도 처음부터 2시간을 목표로 하지 않고 운동매트를 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동을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는데 버겁다고 느껴진다면 거기서 끝낸다. 오늘 나에게 80프로의 완성은 20분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80프로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지속성도 강해진다. 내일도 이어서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오늘 남겨두는 것이다. 어제 할만 했으니 오늘도 할만 할 것이고, 오늘 할만 했으니 내일도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80프로 완성도는 한 달 전의 나에게는 85프로의 완성도가 되어 있다. 완벽주의를 버리면 느슨한 꾸준함이 따라온다. 느슨하더라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게 더 중요하다. 이게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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