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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쉬다가도 결국 글쓰기를 하는 이유

by 다재다능르코




1년 전, 나는 살고 싶어서 정신과에 갔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었던 그 순간이 결국 오고 말았다. 어떻게든 약은 먹고싶지 않았다. 조현병, 우울증을 가진 엄마를 평생 보면서 결코 무너지지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상담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어떻게든 약만큼은 먹지않으리라라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텼다. 하나 그것조차 어쩌면 병을 더 키운 일이 되어버렸는지 '위험수위'를 넘었고 운전하다가 순간적으로 앞차를 박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날 인지한 날 이건 진짜 큰일나겠구나 싶었고 바로 병원에 갔다.


이전에 불안증을 낮추려 갔었던 정신건강의학과에 몇년만에 다시 갔을 때는 병원이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나 싶을정도로 많아졌다. 코로나19가 바꾼 병원의 풍경이였다. 접수를 하고 여러 검사를 하고 예약을 하고 1주에 한번씩, 2주에 한번씩, 4주에 한번씩으로 약과 용량을 조율하며 1년이 지났다.


처음엔 약을 먹으면 해결될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약과 용량을 찾는데도 한참 걸렸다. 그 시간만큼 잠을 설치고 몽롱함에 취하고 우울함에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침대에서 벗어나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였나? 나는 이정도밖에 안되나? 별의별 생각들이 몇달이어지면서 결국 일도 최소화하고 생활도 최소화했다. 집을 나가면 일을 벌일 거 같았고 어느 순간엔 그냥 받아들였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그냥 늘어졌다. 출근을 못하고 일을 못하는 내가 그렇게 한심했다가 어느순간엔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일을 안하면 인생이 망할 줄 알았는데 1년동안 엉망진창이였는데 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짐을 느꼈다. 무엇이든 이전처럼 해보려고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어떻게든 더 재미나게 살아보려고도 많이 했다. 하나 금새 또 망가지고 또 망가졌다. 진짜 이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예 내가 잊은 듯 진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있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진짜 하찮다고 생각한 일들조차 사실은 꽤나 내공이 필요한거였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 머리를 스쳐간 하나의 생각 조각.


왜 과거처럼 살아야해?
굳이 파도를 역행할 필요가 있나?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자.


약 먹는 초반에는 생각했었다. 열심히 살지말자. 대충 살자. 그런데 열심히 살지 않으려면 대충 살려면 나는 매일 마음먹어야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조바심이 나고 어느 순간 나를 자책하기에 잊어버리지 않아야 했기에. 열심히 살지 않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였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나를 괴롭혀도 금새 괜찮아질거다라며 다시 하면되지라는 생각만 나에게 몰아부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거다. 과거의 방법으로 현재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지금 현재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걸 말이다.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자고. 금새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 내가 바보가 되어도 좋고, 쓸모없어도 좋고, 아무것도 아니여도 괜찮다고, 눈앞에 벌어진 일들도 지금이 아니여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믿기엔 인생에 늪지대같았으니까. 그런데 늪도 힘을 주지 않아야 더 깊게 빠지지 않는다.


'힘을 빼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갔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했다. 조급함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가도록. 에너지가 생긴 날에는 이어진 에너지로 하지 않았을 일을 하고. 에너지가 없는 날엔 핑계를 대서라도 쉬어버렸다. 내 안에 괜찮은 것이 없어서 외부에서 끌어오기를 반복하다가 어느순간 어마어마하게 밀려있는 다이어리를 일정이라도 채우자고 채우다가 자연스레 포스트잇 4장에 하나씩 단어를 썼다.


ⓐ 내면채움

ⓑ 정신, 맑은 영

ⓒ 여유

ⓓ 건강한 삶, 체력


그리고 다이어리에 그냥 붙여놨다. 다음날 이유없이 갑자기 하고싶어진 디지털 디톡스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 실천이 나를 맑게해주는 중이다. 4개의 주제에 맞게 아침에 일어나서 가벼운 운동, 독서, 일기, 묵상, 기도 등을 한다. 보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하는 중이다. 시간도 정하지 않았고 순서도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매일이 쌓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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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브런치에서 오던 알림에 응답할 수 있어졌다. 드디어 오늘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나의 경험과 생각의 과정을 남겨서 다시 정리하면서 복기함으로써 나의 성장과 나아감을 축적하고 싶어졌다.단단한 인풋이 쌓이니 드디어 글이라는 아웃풋도 쓰고 싶어졌구나싶다.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며 몇년 전 내가 쓴 글을 읽어보며 과거의 글들이 결국 나의 경험조각이 되었고 현재와 이어져서 더 나아가게 할 수 있게 함을 느낀다. 오늘의 글이 또 시간이 지나 나에게도 또다른 인사이트를 줄거라고 믿고 고민하고 넘어온 과정이 비슷한 생각과 경험으로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또 글을 쓴다.





* 알아두면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자, 글을 씁니다. 다재다능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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